팬서비스가 살아있는 영화
장르 영화는 일정한 규칙을 따를수록 더 재미있다. 규칙은 반드시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고루함이 아니라, 그 틀 안에서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상황을 구성하되 보다 재미있게 포장하라는 발상의 전환이란 단서가 붙는다.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은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을 가지고 놀면서, 그 자신도 규칙을 충실하게 이행하여 장르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장르 영화들은 시리즈로 이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영화를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반복적이지만 쌓이고 쌓여 재미가 되는)가 풍성해지는 또 다른 규칙을 따르는 특성이 있다.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그런 종류의 영화다. 처음 영화를 대하는 관객은 당장 눈에 보이는 볼거리와 재미를 누리는 것에 그치겠지만, 시리즈의 전통을 줄줄 꿰고 있는 팬들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즐길 수가 있다. 같은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이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은, 단순히 취향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이 알고 있어야 그 만큼 더 재미있어 진다는 '장르 영화의 명제'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장르 영화의 규칙과 거기서 파생되어 업그레이드되는 재미를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파라마운트사 로고의 인용. 시리즈 첫 작품 <레이더스>(1981)의 첫 장면은 파라마운트 로고에서 자연스럽게 영화 속의 배경이 되는 산으로 바뀐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도 동일하다. 단지 산에서 모래성으로 살짝 변화를 주지만 <레이더스>를 떠올리며 흐뭇해진다.
도입부 성궤의 재활용도 마찬가지. 기밀 창고에서 한바탕 액션이 지나고 나면 부서진 상자 안에서 <레이더스>의 성궤 일부가 보인다. 이건 눈에 드러나는 단순한 요소지만 창고 안으로 들어갈 때 <레이더스>에서 사용되었던 음악이 똑같이 재활용이 되고 있음은 팬심의 크기에 따라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일반 관객과 팬들 간에 생기는 가장 큰 간극은 마커스 브로디의 재활용과 뱀에 관한 일화. 마커스 브로디는 시리즈 1편과 3편에 등장했던 인물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덴홈 엘리엇이 세상을 떠나면서 4편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팬들을 배려한 결과 마커스는 대학 복도에 걸려 있는 초상화와 학교 밖의 동상으로 간접 출연을 한다. 관객은 요란한 추격전 가운데 마커스 동상의 머리가 뚝 떨어지는 것에 그냥 웃었겠지만, 이전 시리즈를 통해 그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웃음과 더불어 찡한 감동에 휩싸인다. 고인이 된 배우를 고심 끝에 등장시켜 시리즈의 정통성을 이어간 노련한 연출이 아닐 수 없다.
인디와 마리온이 늪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에서 돋보인 뱀 활용의 경우, 시리즈 전작에 걸쳐 나오는 특별한 에피소드다. 뱀을 밧줄 대신 이용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자아내겠지만, 죽어가는 상황에서조차 유일한 생명의 끈인 뱀을 애써 외면하려는 인디의 속사정을 알고 있다면 웃음과 재미는 곱절이 된다. 반복하되 적절한 변화를 준 것이 재미의 플러스가 되는 것이다.
이런 소소한 요소뿐만 아니라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주요 액션 시퀀스들의 스타일은 전작을 고스란히 복습한다. 3편 <최후의 성전>(1989) 보다 액션의 스피드가 더 붙긴 했지만, 달라진 배경을 제외하면 동일한 컨셉이다. 속편이 거듭될수록 모험의 인원수가 늘어났으며, 인디는 반드시 달리는 탈 것에서 격투를 벌이고 벼랑이나 물이 있는 곳으로 한 번은 추락한다. 이처럼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요소들을 발견한다면 더 많은 재미를 누리게 되다.
장르 영화의 역사는 영화 탄생과 맞물려 있다.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축적된 장르영화의 클리셰를 벗어난 새로운 것을 만들고 보여주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 핸디캡을 극복하는 것은 장르 영화의, 혹은 그 스스로의 모방과 복제에 의한 재활용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나쁘게 말하면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전작의 복습과 시각효과의 업그레이드를 꾀한 나태한 속편이겠지만, 장르영화의 범주에서 보자면 역시 ‘인디아나 존스’다운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먹고 살기 바쁜 세상에 단순히 보고 즐기기 위한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 전작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까? 미안하지만 장르 영화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관련 리뷰
[개봉작 / 예정작] -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2008) by DJUNA
[개봉작 / 예정작] -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2008) by Loomis
관련 특집
[기획 / 특집/칼럼] - 복습하지 않으면 모를 '인디아나 존스 4'의 잔재미들
[기획 / 특집/칼럼] - 인디아나 존스 돌아보기 (1) - '레이더스'
[기획 / 특집/칼럼] - 인디아나 존스 돌아보기 (2) - '인디아나 존스'
[기획 / 특집/칼럼] - 인디아나 존스 돌아보기 (3) -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기획 / 특집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둠스데이' 100자평에 대한 단상 (41) | 2008/06/13 |
|---|---|
| 할리우드의 아시아 공포영화 리메이크 (4) | 2008/06/12 |
| 아시아 아르젠토의 광기 '미스트리스' (11) | 2008/06/09 |
| 동남아시아 호러가 몰려온다 (8) | 2008/06/09 |
| 1초에 24번의 죽음 - Death 24×a Second: Stillness and the Moving Image (2) | 2008/06/01 |
| 장르 규칙에 충실한 '인디아나 존스 4' (18) | 2008/05/28 |
| 에로틱 아트 무비 '로스트 맨' (4) | 2008/05/28 |
| 두 얼굴의 사나이, 에드워드 노튼 (23) | 2008/05/26 |
| '섹스 앤 더 시티' 극장판 어떨까? (5) | 2008/05/24 |
| 말레이시아산 공포영화 '콩칵' (8) | 2008/05/23 |
| 복습하지 않으면 모를 '인디아나 존스 4'의 잔재미들 (67) | 2008/05/22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트랙백 주소 :: http://extmovie.com/trackback/5352
-
Subject: [인디아나 존스] 속편이라기 보다는 팬서비스에 가깝다.
Tracked from Moum.Tistory.com 2008/05/28 22:28 삭제바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을 볼 수 있었다 '그다지 좋지 않은 인터넷의 평을 보고 별 기대없기 갔기에 큰 실망 없이 볼 수 있었다'고하면 너무 악평일까?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건 사실이다 솔직히.. 보면서 지루함을 느꼈고 나와 같이 간 친구 모두 하품이 나오는건 어쩔 수 없었다 예전 인디아나 존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긴장감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신기함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그냥 좋아하는것과 푹 빠져 있는것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것 같네요. 전 재미있게 봤었는데 친구들은 또 별로라고 해서.. 내가 이상한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
좋아하는 팬이라도 여러가지로 나뉠수 있을거 같네요.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아주 좋아서 미치는 그런 사람도 있으니까요.. 요즘 영화이긴 해도 옜날 스타일이라서 안 맞으신 분들도 계시겠네요.. 최근 영화들이 워낙 빠르고 화려하다보니.. ㅎㅎ
장르영화 특성중 하나인 전작의 복습을 살짝 무시해주고 감상한 <인디아니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결과는 특별히 눈과 귀를 자극하는 클리셰를 보고 듣지 못했다는 것. 정말 난감할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제대로 복습한 뒤에 한번 더 보러 갈 생각입니다.
이번 4편에서는 팬들을 의식한 장면들이 많아서.. 그게 절대적 재미의 기준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잔재미가 되는건 틀림없으니 다시 보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팬서비스라는것에는 공감했지만 사실 좀 실망 했었거든요..
사실 1~3편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상태라 저런 자세한 설정들을 캐취해내지 못한데에 그 이유가 있는 듯 해요
부분부분 분명 그런 장치가 많이 있을텐데 그런것을 보지 못하고 그냥 흘려버린게 아쉽네요
전작들을 복습하지 않은 올드팬들이여.. 이 작품을 볼 자격이 없다!라고 하는것 같아 사실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재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시리즈물에서는 기존 팬들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니까요.. ㅎㅎ
스필버그가 왜 모자 줍는 씬을 빼먹었을까요. 쎄뇨르 존스가 절대절명의 순간에도 모자만큼은 꼭 챙겼었는데... 아니면 마지막 결혼식 씬에서 헨리존스 3세가 주으려고 하는 걸 낙아채는 걸로 변주한 걸까요...?
그거 첫 장면에 나오던데요~

차에서 내리자 마자 모자부터...
(너무 약한가요? ^^
동상 머리가 뚝 떨어진 뒤에 경망스럽게 웃는 머트를 흘겨보는 인디의 복잡한 표정에서 참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속으로는 마커스 지못미를 외치고 있었을 듯...OTL)
여담이지만 인디 3부작 DVD 박스 최대 불만이
1편에선 인디가 마커스에게 반말하다가
3편에서 갑자기 존대말로 바뀌는 자막입니다..-_-;;
자막 번역한 사람이 둘 사이가 친구뻘인줄 착각하다가
마커스가 인디 아버지랑 동년배란 걸 알고 바꾼 모양인데
그렇다면 말투를 통일했어야 하지 않나 싶더군요.
전작들을 좋아하고
4편보기전에 전작들을 챙겨보고 갔음에도 이번 인디는 실망입니다
그냥 미이라나 내셔널 트레저 속편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더군요
나이먹은 인디가 안쓰러울뿐...
10년 전에 나왔어야 했습니다
내가 보기엔 새로운 시리즈의 파일럿 같다는 느낌이 더 강했죠.
기존것들을 몰라도 무난하고 안전하게 인디의 규칙 안에서 맴도는 것이 첨 보는 사람에게도 재미있는 구석을 안겨주었을 것이고..
다만.. 이후 새로 인디 시리즈가 나온다면 나찌 대신 구소련이 상대역으로 나오겠죠.
기존의 베이스가 성서의 신화적인 면에 대한 탐구였다면 냉전시대에는 뭐가 되려나를 그렇게 찾아헤매었을 시나리오 작가들과 감독의 고민도 보입니다.
"인디아나 존스4"
옛 향수를 느끼게 하고 "인디아나 존스"특유의
유머와 액션을 보여주고 "인디아나 존스"를 모르고
자란 세대들에게 "인디아나 존스"를 알려주고
전3부작과 다른 "주제의식"을 보여준 것만큼은 호평
영화는 나름대로 볼만하지만 오랜 공백을 깨고
등장한 것치고는 새로운 모습은 타작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한 것은 혹평감!!~
솔직히 팬서비스에 저렇게 충실하게 고민했다면 E.T.와 인디아나 존스를 결합했을 때도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인디팬들은 인디아나 존스의 그 허무맹랑하지만 그래도 공감가고 몰입되는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모험활극으로서의 인디를 좋아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4편은 무슨 X파일도 아니고. 인디를 보면서 멀더나 스컬리가 되고 싶은 인디팬이 과연 누가 있을까요. 초반에 핵폭발 장면부터 덩치만 키운 그냥저냥한 범작 블록버스터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더군요. 이럴거면 차라리 제작비를 절반에 절반에 절반으로 줄여서 1,2,3편처럼 내실있는 모험극으로 만들었음 어땠을까 합니다. 때깔과 인디모습빼고는 굉장히 아쉬웠던 각본이었어요
영화 결말에 실망한 분들이 많던데 이미 영화 초반에 결말을 예고했죠.
창고문에 써있는 51과 시체가 담겨있던 상자에 쓰여져있던 **웰 ㅋㅋㅋ
그리고 미***써*까지....
오히려 초반에 모든 비밀을 말해주었기에 결말이 덜 유치했던 것 같습니다.
마커스의 초상화와 동상 역시 압권이었습니다.
프리메이슨이....요즘 세력을 많이 뻗는다 하던데...
영화 보면서....그 생각이 먼저 들었네요
'프리메이슨'이 손을 뻗치지 않는 곳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