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한 각색의 러브크래프트 호러
(스포일러가 있지만 알고 봐도 상관없어요.)
<죽어라, 괴물아, 죽어!>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 이름은 아컴입니다. 이것만 해도 러브크래프트 팬들에겐 신성 모독이겠죠. 영화를 만들면서 원작소설의 시대배경을 현대로 옮기고 여자 캐릭터를 추가하는 건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 세계 자체를 바꾸어서는 곤란하죠. 아컴은 미국에 남아있어야 합니다. 미국이 더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고요. 영국의 시골 마을도 호러물의 배경으로는 좋지만 아컴 고유의 질감은 갖추고 있지 않아요.
영화의 원작소설은 <Colour Out of Space>입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이 주변의 생물들에게 수상쩍고 혐오스러운 영향력을 끼친다는 이야기지요. 아이디어는 평범하지만 러브크래프트식 섬뜩한 분위기 구축은 인상적입니다. 줄거리만 보고 과소평가해서는 안 돼요.
애재라, 영화는 이 분위기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어요. 영화가 소설에서 가져온 건 수상쩍은 운석이라는 기본 아이디어와 캐릭터의 이름 정도인데, 이것만 가지고는 좋은 러브크래프트 영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좋은 러브크래프트 영화가 나오려면 원작에 충실하지는 않아도 원작의 설정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줄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분위기를 갖추고 있어야 하죠. 하지만 <죽어라, 괴물아, 죽어!>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귀신들린 집을 다룬 평범한 고딕 이야기로 낭비합니다. 미국에서 온 주인공이 약혼녀의 집에 갔는데, 아빠인 보리스 칼로프가 음모를 꾸미는 동안 저택에서 뭔가 수상쩍은 일이 일어난다는 거죠. 한 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주인공 스티븐은 저택 이곳 저곳의 문을 열고 닫으며 돌아다니다 가끔 질문도 하는데, 모두 뻔한 클리셰의 연속이라 참 재미가 없습니다. 그러다 결국 막판에 저택 지하실에 숨겨진 운석에 도달하긴 하는데, 그것도 러브크래프트 소설에 나오는 초자연적인 물체가 아니라 그냥 방사선을 방출하는 평범한 돌멩이인 거죠. 그 뒤로는 50년대 괴물 SF 영화로 흘러가고요. 운석에 오염되어 금속인간(?)이 된 보리스 칼로프가 어그적거리는 모습을 보는 건 그냥 슬픕니다.
<죽어라, 괴물아, 죽어!>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각색한 비교적 초창기 영화입니다. 첫 번째 각색물은 에드가 앨런 포의 시를 각색하는 척하면서 <찰스 덱스터 워드의 비밀>을 각색한 로저 코먼의 <귀신들린 궁전>이고요. <귀신들린 궁전>은 <죽어라, 괴물아, 죽어!>보다 나은 영화지만, 그래도 60년대는 제대로 된 러브크래프트 영화가 만들어질만한 기반이 조성되었던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고답적인 문체를 쓰는 작가의 작품들인데도 정작 성공적인 영화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늘 현대적인 기반이 따라주어야 한단 말이에요. 신기하죠.
기타등등
영화의 무식하고 용감한 제목은 내용 자체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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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iraiza의 생각
Tracked from iraiza's me2DAY 2008/06/01 17:14 삭제링크타고찾아낸 죽어라 괴물아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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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핫; 확실히 제목하난 정말 스트레이트하네요..
요즘엔 이런 멋진 제목의 영화가 좀처럼 없네요..^^;
Kill,
Bill,
Kill !!
라고 외치고 싶어지네요.
참고하겠습니다..^^
제목에서 점수 많이 따는 영화입니다..
이런 제목이 정말 멋진데... 흐흐
마치 이 나라 지도부의 독재와 오만에 대한 일갈같아 외출검색 메이스파이더 100일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것 같아 좋네요, 죽어라 괴물아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