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흔들림
흔들린다. 아무리 견고한 마음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 안에 요동치는 불안과 두려움과 질투 등 모든 것이 잠복해 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아래로 빠른 물살이 흐르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이란 겉으로 보아서는 모르는 것이다. 언제나, 언제나 인간이란 존재는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다만 흔들리다 멈춘, 한 순간일 뿐이다.
타케루는 잘 나가는 사진작가다. 장례식에도 가지 못한 어머니의 1주년 기일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타케루는 여지없이 아버지와 다툼을 벌인다. 주유소를 경영하는 아버지는 언제나 권위적이고 폭력적이었다. 천방지축인 동생 타케루를 감싸주는 것은 형 미노루뿐이다. 아버지의 주유소에서 일하는 미노루는 묵묵하고 성실하고 사람 좋은 호인 타입이다.
그런데 주유소에서 일하는, 타케루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애인이었던 치에코 때문에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은 계곡으로 타케루와 미노루 그리고 치에코가 함께 놀러간다. 타케루는 흔들다리를 건너 사진을 찍고 있었고, 미노루와 치에코가 뒤이어 다리를 건넌다. 그러나 사진을 찍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 타케루의 시선에는 흔들다리 아래를 바라보며 오열하는 미노루만이 들어온다. 흔들다리 위에서, 미노루와 치에코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니 타케루와 미노루와 치에코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니시카와 미와의 <유레루>는 타케루와 미노루, 형제의 사이에 흐르는 무엇인가를 말한다. 타케루는 권위적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도쿄로 가고 싶어 했다. 타케루는 도쿄에 가서 사진작가의 꿈을 이룬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생을 살아간다. 화려하고 멋진 타케루의 인생에 비하면, 미노루는 잡초만도 못한 인생이다. 그런데도 늘 미노루는 타케루를 돌봐준다. 타케루는 받는 것에만 익숙해졌다. 하지만 치에코를 둘러싸고 두 형제 사이는 미묘하게 틀어진다. 정말로 미노루는 타케루를 질투하는 마음 때문에 치에코를 죽인 것일까? 미노루에게 타케루는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치에코의 죽음이 사고로 정리되어가는 판국에, 난데없이 미노루는 자신이 죽인 것이라고 자백한다. 그러자 타케루는 형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잠시의 질투심 때문에 치에코를 죽이긴 했지만 미노루는 타케루를 아끼고 있었다. 타케루 역시 형을 아끼는 마음으로, 위증까지 하면서 형을 빼내려고 했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면서,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고야 만다.
미노루가 타케루를 질투하는 마음이 과연 없었을까? 가족에게서, 시골에서 벗어나 화려하게 살아가면서 원하는 모든 것을 얻는 동생이 과연 자랑스럽기만 했을까? 타케루가 내팽개치고 간 모든 것을, 미노루는 추스르고 돌보며 살아야만 했다. 아마도 그것이 장남의 몫이라고, 부족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타케루는 미노루의 것을 빼앗아가기만 한다.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아무 것도 주지 않으면서.
제목 그대로, 흔들리는 그들의 마음을 스크린에 담아내는 <유레루>는 특히 빛의 쓰임새가 탁월한 영화다. 타케루가 늘 몰고 다니는 구식 포드 자동차 위로 아스라이 떨어지는 저녁 햇살이라던가, 정사를 나누는 타케루와 치에코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조명의 빛이라던가, 흔들다리 위에서 다투는 두 사람을 쏘아보는 빛이라던가 등등. 똑같이 태양에서 오는 빛이지만, 빛의 색과 질감은 늘 다르다. 시간에 따라, 기후에 따라 빛이 주는 감흥은 사람의 마음만큼 천차만별이다.
니시카와 미와는 <유레루>에서 다양한 빛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그 빛의 무한함 이상으로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함께 보여준다. 견고한 하나의 이상이나 확신이 아니라,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을 보면 슬프고 쓸쓸하면서, 그것 또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흔들리는 마음이라도 결국은 어디에 닿기 마련이다. 타케루와 미노루의 마음이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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