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일본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금성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의 싱가포르에서의 영문 제목은 <Accuracy of Death>인데, <Sweet Rain>이란 다른 영문제목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원제는 <사신의 정도>(死神の精度)이다. 원래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가 쓴 소설인데, 검색을 해보니 한국에서도 번역이 되었다(물론 나는 읽어보지 못했다). 이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고, 연출은 가케히 마사야가 맡았다. 주연은 금성무다. 아마도 금성무의 팬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무척 만족할 것이다. 그의 매력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세 편의 에피소드로 이어진 이 영화는 일본영화답게 느낌이 깔끔하다. 잔잔한 흐름 속에서도 간간히 유머를 잊지 않고 있는 이 영화는 그렇지만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치바라는 이름의 남자(금성무)는 ‘사신(Grim Reaper)’이다. 그렇지만 생긴 것은 보통 사람과 같다. <데스 노트>에 나오는 사신과는 전혀 다르다. 그의 임무는 자연사나 자살이 아닌 사고사를 당할 운명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다. 과연 그 죽을 운명에 있는 사람이 죽어도 마땅한 것인지 아니면 더 살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그 사신의 일이다. 그 사신은 죽을 운명의 사람과 한 삼일 정도 접촉을 하고 대화도 나눈다. 그런 후 최종 판단을 내린다.
세상에는 치바뿐 아니라 수많은 사신들이 죽음을 예정한 사람들 옆에 있다. 치바는 자신이 맡고 있는 사람, 즉 갑자기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서 묻는다.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사람 모두 죽음과 친숙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가족들이 사고로 먼저 죽었다. 또 자살시도를 한 적도 있다. 자신이 지독히도 운이 없다고 믿는 사람은 종종 죽음을 생각한다. 과연 삶과 죽음에 대해 누가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신은 그럴 수 있을까? 아니면 나 자신은 내 생명에 대해 판단을 내릴 권리가 있는 것일까? 사신인 치바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지켜본다. 과연 한 사람의 예정된 죽음은 실행(proceed)되어야 할까 아니면 연기(suspend)되어야 할까? 그 어려운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 쉽게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치바는 자신이 맡은 사람들의 삶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이루어졌는가를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곧 죽게 될 운명에 처했지만, 누군가 찾아와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숨은 재능을 펼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면 어떻겠는가? 나이가 70이 된 할머니는 곧 죽게 되겠지만 자신의 삶에 한 점의 후회도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할머니는 갑자기 사고사로 죽어도 좋은가? 그 할머니는 죽음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나 한번은 죽기 때문이다. 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매일 죽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삶은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삶이 무슨 가치가 있을 것인가? 우리가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우리 삶이 무가치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남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죽고 사는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신이 우리 옆에 와 있다면 그것은 곧 죽게 될 것을 의미한다. 죽을지 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름대로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뿐이다. 비가 온 후 갠 하늘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살아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더 이상 그 하늘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평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자신의 죽음을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누구나 죽기 때문에 죽음이 특별하지 않지만, 우리 개개인에 다가올 죽음은 특별하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언젠가 특별하면서 특별하지 않은 죽음을 맞을 때까지 중요한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것 이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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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분위기가 좋은 배우 같아요..
글을 읽으니 제취향의 영화같은데..
국내 개봉은 힘들겠죠..
류상욱님이 소개해주시는 영화들
보고싶은게 많은데.. 개봉이 안되니
안타까워요..
둠스데이는 기다리는 중이에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이 영화를 볼 때 싱가포르의 관객들도 여러 번 웃었습니다. 비가 내리는데 레코드점에서 음악을 듣는 금성무의 모습은 아주 매력적입니다. 중국어와 일본어 모두 네이티브인 금성무의 일본어 대사도 듣기 좋구요. 이런 영화들도 수입이 되어야 극장문화가 다양화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입니다...
금성무라...
공무원같은 느낌의 음악을 즐기는 사신과 잘 어울리네요...
(원작에선 이런 느낌이었는데... 금성무의 사신은 다를지도...)
아무튼... 뭔가 "찡"했던 장면도 있는데... 그 에피소드는 나오나보군요...
류상욱님~ 항상 재미난 소식 잘 봤습니다~
(아, 일본에선 개봉한 것 같던데... 들어오기나 할런지... 에효)
전 원작을 읽지 못했는데 한국에 들어가면 번역된 책을 꼭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외모의 인상은 공무원 같을 수도 있는데 음악을 들으며 천진한 표정을 짓는 금성무의 모습은 원작과 일치하는지 모르겠네요. 세 에피소드 모두 찡합니다. 저도 빨리 한국에서도 개봉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