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매력의 SF 괴수영화
한국의 괴수영화 팬에게 최근 몇 년은 제법 즐거운 시기일 것이다. 2006년 <괴물>이 공전의 흥행 성공을 거두면서 괴수, 괴물 등의 키워드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울림을 갖게 되었다. 이어 2007년에는 <디 워>가 대중문화의 범주를 넘어서 사회적 논란에 가까운 화제를 모았고(그 의미는 일단 차치하고), 흥행 역시 예상 이상의 결과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는 벽두부터 <클로버필드>와 <미스트>, <워터 호스> 등의 해외 화제작이 잇달아 공개되어 팬들을 기쁘게 하였다. 연말에는 배우 하지원이 유전자 변이 괴물과 맞선다는 내용의 영화 <7광구>가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며, 괴수는 아니지만 거대한 식인 멧돼지와 인간의 사투를 그릴 <차우>가 현재 제작 중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괴수, 괴물영화가 한국영화의 장르 가운데 하나로 조금이나마 각광을 받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1960~70년대의 미국, 일본만큼은 못하겠지만, 조금 과장을 덧붙여 이를 ‘한국의 괴수 붐’이라고 일컬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옛날의 ‘괴수 붐’은 어땠을까. 괴수영화의 종주국이라고도 불리는 일본에서는 1960년대 중반에 이미 한 차례 괴수 붐이 일었다. 1966년 츠부라야 프로덕션이 제작한 특촬 TV 시리즈 <울트라 Q>와 후속작 <울트라맨>이 방영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다. 이후 일본의 TV에서는 비슷한 컨셉트의 특촬물이 경쟁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는데, 영화사들은 이에 위기감을 느꼈다. <울트라 Q>와 <울트라맨>이 TV용 작품으로서는 파격적인 제작비를 투입하여 극장용 특촬영화에 필적하는 영상을 선보이자 가뜩이나 TV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던 영화사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듬해인 1967년에는 일본의 주요 영화사들이 제작한 괴수영화가 한꺼번에 공개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고지라 시리즈로 유명한 토호에서는 시리즈 제8편에 해당하는 <괴수섬의 결전 고지라의 아들>을, 고지라의 강력한 라이벌 가메라를 내세웠던 다이에이는 시리즈 제3편 <대괴수공중전 가메라 대 갸오스>를, 닛카츠에서는 <대거수 갓파>를, 그리고 쇼치쿠에서는 <우주대괴수 기라라>를 선보였다. 이 여파는 바다 건너 한국까지 전해져 본격 거대괴수영화인 <대괴수 용가리>와 <우주괴인 왕마귀>가 제작되었을 정도였다. 이들 4대 스튜디오가 내놓은 괴수영화는 각자의 특성을 내세워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는데, 오늘은 이 가운데 <우주대괴수 기라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본편의 주요 등장인물. 왼쪽부터 사노, 미야모토, 리자.
화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유인 우주선이 UFO와 조우한 이후 실종되자,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일본우주개발국 소속 대원들이 화성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화성에 닿기도 전에 예의 UFO와 맞닥뜨리게 되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환한다. 대원들은 우주선 ‘아스트로 보트’의 부스터 부분에 묻은 발광 포자를 채취하는데, 이것이 지구의 에너지원을 흡수하여 돌연변이, 괴수 기라라로 거대화한다. 기라라는 전기, 원자력 등의 에너지원을 찾아 폭주하기 시작하고, 대원들은 기라라의 격퇴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다시 우주로 나가게 된다는 것이 <우주대괴수 기라라>의 주요 내용이다. 전반부의 SF영화와 후반부의 괴수영화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작품으로, 전자는 화성 탐사길에 나선 대원들의 이야기를, 후자는 인간의 터전을 파괴하는 기라라의 격퇴를 위한 대원들의 노력을 그린다. 여기에 주인공인 사노 대원을 둘러싼 두 여성의 삼각관계가 양념으로 곁들여진다.
아스트로 보트(가운데)는 지금도 인기 있는 특촬 메카닉이다.
반면, 영화적 연출은 컨셉트의 신선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극의 구성과 흐름은 단조롭고, 괴수가 등장하는 대목도, 그 격퇴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도 허술하다. 특히 사노와 미치코, 리자의 삼각관계는 관객의 색다른 흥미를 끌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괴수영화라는 작품의 특성을 감안해도 너무나 어설프게 다루어졌다. 사노 자체가 유능하지만 지독하게 무뚝뚝한 ‘매력 없는 주인공’ 타입인데다 이 서브플롯 자체가 전체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들어가지 못한 채 겉돌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긴박감이 있는 대목은 주인공 일행이 자동차에 에너지원을 싣고 기라라를 직접 유인하는 장면이다. 훗날 <쥬라기 공원>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주인공이 탄 지프를 뒤쫓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렇듯 <우주대괴수 기라라>는 일도양단으로 나눌 수 있는 두 장르로 이루어진 구성만큼이나 장단점이 분명한 영화이다. 만들어진 지 40년이 지난 작품이라 상당히 오래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흥미롭게도 괴수영화 팬들은 여전히 이 영화를 즐기고 있다. 쇼치쿠의 유일한 괴수영화라는 희소성도 있겠지만, 작품의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는 독특함과 옛날 영화 특유의 허술함이 기묘한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장 긴박감 있었던 추격 장면.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 단점 탓인지 기라라는 고지라나 가메라 처럼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영화의 결말에 속편을 염두에 둔 듯한 내용이 있기는 했지만, <우주대괴수 기라라>는 그 후 40여 년 동안 좀 튀는 고전 괴수영화의 한 편으로 여겨져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카와사키 미노루라는 괴짜 감독이 기라라를 다시 불러왔다. <일본 이외 전부 침몰>이라는 패러디 영화로 한국에서도 잠시 화제가 되었던 그는 오는 7월 홋카이도의 토야코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을 소재로 한 영화 <기라라의 역습: 토야코 정상회담 위기일발>이라는 영화에서 기라라를 부활시킬 예정이다. 개봉 시점도 정상회담이 끝난 얼마 뒤인 7월 26일로 잡혔는데(선행 상영은 회담 전인 7월 5일), 기라라의 발광 포자가 묻은 중국 우주선이 삿포로에 추락하면서 벌어지는 난장판을 그릴 또 한 편의 패러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기라라를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수트메이션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사람만한 게 골키퍼, 오징어 레슬러 등 기상천외한 발상의 영화를 만들어 온 카와사키 감독의 작품이니만큼, 원작처럼 진지한 괴수영화와는 거리가 멀 것 같다. 그렇지만 기라라가 오랜만에 옛 모습 그대로 은막에 돌아온다니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 없다.
제작: 나카지마 와타루
감독: 니혼마츠 카즈이
특촬감독: 이케다 히로시
각본: 모토모치 에이비, 이시다 모리요시, 니혼마츠 카즈이
촬영: 히라세 시즈오, 오쇼키 치토라
음악: 이즈미 타쿠
출연: 와자키 슌야, 페기 닐, 하라다 이토코, 오카다 에이지, 프란츠 그루벨
개봉일: 1967년 3월 25일 (일본) / 국내 미공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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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우주대괴수 기라라, 코미디 영화에 컴백?!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2008/05/17 10:30 삭제츄니치스포츠 2008년 1월 30일자 연예면에서: 세계의 수뇌들이 모이는 정상회담에 우주괴수가 출현. 나라의 위신을 걸고 각국이 펼치는 격퇴작전을 묘사하는 영화 의 제작발표가 2008년 1월 29일 도쿄 츠키지[築地]의 토게키[東劇] 빌딩에서 열렸는데, 이 행사에는 영화 속에 출연하는 일본의 '역대 총리'(*를 맡은 배우들)도 등장했다. 출연하는 것은 사회풍자 꽁트집단인 '더 뉴스페이퍼'의 와타베 마타베에[渡部又兵衛](57), 마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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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사키는 갈수록 정신줄 놓은 영화에만 달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해도 이코쨩 시리즈 자체가 이미 정신줄 놓은 컨셉이었군 OTL)
그런 감독이 하나쯤 있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언제 상영회 기회가 있다면 꼭 보고싶군요..^^
고맙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