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과 흥분이 없는 카체이스
어떻게 하면 진지한 <스피드 레이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만드는 사람이 과연 어디까지 소스가 된 원작에 진지해야 합니까? 진짜 열성팬이라면 <스피드 레이서>를 구성하는 우주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철학과 신념까지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제 정신으로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리고 <스피드 레이서>의 열성팬들이 정말로 그런가요? 적어도 어른이 된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가 바라보는 시점은 주말 아침 텔레비전 앞에 붙어 <스피드 레이서>를 시청하던 70년대 어린이들의 시점과 완전히 일치할 수 없습니다. 그들도 이제 어른이니까요.
그래도 워쇼스키 형제는 놀라울 정도로 정직하게 <스피드 레이서>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물리법칙이 멋대로 뒤틀리고 60년대 감수성과 미래적 테크놀로지가 공존하고 자동차 경주가 존재하는 모든 액션과 드라마의 원점이 되는 <스피드 레이서>의 우주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심지어 카드보드처럼 뻣뻣한 주인공의 캐릭터와 그들의 신념을 크게 놀려댈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유머는 딱 <스피드 레이서>의 원작 수준 그대로입니다. 먹는 것에 정신이 나간 스프라이틀과 침침의 모습을 보시죠.
그러나 과연 이런 식의 각색작업으로 원작만화의 팬이 아닌 일반관객들을 설득하고 자신의 존재의미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전 오리지널 시리즈를 기억하고 심지어 달리다 중간에 360도 공중 회전이 가능했던 마흐 5 장난감도 기억합니다. 내용은 많이 잊어버렸지만 적어도 향수에 젖어 키들거릴 정도는 되지요. 하지만 다른 관객들도 그러라는 법은 없고 그 관점에서만 영화를 보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영화의 뻣뻣한 캐릭터와 대사는 어쩔 수 없는 단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지요. 사실 이 영화에는 드라마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는 덜합니다. 그들은 사람이 아닌 셀에 그려진 2차원 그림을 연기하고 있으니까요. 단지 크리스티나 리치만은 징그러울 정도로 만화스러워 꽤 재미있습니다. 연기보다 이미지 때문이지만요.
영화의 스타일과 액션에 대해서는 더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워쇼스키 형제가 <스피드 레이서>를 위해 만들어낸 스타일은 원작에 충실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일본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의 스타일을 모방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 과장되어서 오히려 원작보다 더 튀어서 일종의 패러디로 빠지죠. 그리고 그들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극도로 과장된 액션은 <스피드 레이서>의 소박한 액션과 거리가 멉니다. 여기서부터 그들은 <스피드 레이서>를 발판삼아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이게 즐거운가요? 전 재미있었습니다. 요란하고 비현실적인 색상과 뻔뻔스러운 물리법칙의 왜곡과 어처구니 없는 기계 아크로바트는 멀티미디어 서커스와 같은 스펙터클을 선사하죠. 하지만 이것들은 전통적인 카 체이스의 흥분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무리 봐도 이 영화에서 날고 달리는 자동차들은 실재하는 물체가 아니거든요. 이런 걸 보면서 서스펜스나 흥분을 느낄 수는 없는 겁니다.
결국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취향을 타는 영화는 관객들마다 다르게 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만들기의 모범을 제공하지 못한 건 사실입니다. 그 증거로 영화는 박스오피스에서 죽을 쑤고 토마토지수도 바닥을 기고 있으니까요. 몇 억 짜리 영화를 만들면서 이런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되었던 겁니다.
기타등등
왜 제비호가 발사되는 장면이 없었던 걸까요. 흥행이 잘 되었다면 속편을 기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2008/05/01 - [개봉작 / 예정작] - 스피드 레이서 - Speed Racer (2008) by makeneko
2008/04/23 - [개봉작 / 예정작] - 스피드 레이서 - Speed Racer (2008) by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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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왠지 속편 나오긴 글른 것 같아요 이 영화 -_-;
결국은 흥행이 모든걸 말해주는 세상이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생각없이 재미있게 보기엔 좋은데 들어간 제작비가 너무 비싸서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