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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없는 <파워 킹>의 해외수출판

1995년 공개된 특촬영화 <파워 킹>은 영구 아트 무비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영구 아트에서 제작한 여섯 번째 영화(극장 개봉작으로는 세 번째)인 <파워 킹>은 24억 원이라는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처참할 정도로 흥행에 실패했던 <티라노의 발톱> 이후 심형래의 절치부심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자서전인 [심형래의 진짜 신나는 도전]에서 <파워 킹>이 앞서 1993년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파워 레인저>로부터 힌트를 얻은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변신 히어로물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먹힐 만한 아이템이고, 각국의 사정에 맞게 개작도 할 수 있으니 <티라노의 발톱>의 실패로 큰 타격을 받았던 심형래에게 <파워 킹>은 하나의 돌파구로서 도전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우선 목표였던 수출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공개 이듬해 123만 달러의 판매 실적을 올렸던 것이다. <아미크론>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파워 킹>의 해외판은 미국에서 VHS로, 일본과 홍콩 등지에서는 DVD로 발매되어 있고, 동남아시아 각국에서도 공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내 흥행도 전국 관객 35만 명을 동원하여 <티라노의 발톱>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하였다.

<아미크론>

새로 촬영된 격투 장면

내용 면에서는 심형래의 트레이드마크인 영구와 특촬 히어로물이 큰 무리 없이 조화되었으며, 특촬 면에서 속도감과 박력이 살아 있는 장면이 많다. 특히 초반부 숲 속에서 벌어지는 공중 추격전 시퀀스는 <스타 워즈 에피소드 VI: 제다이의 귀환>에서 빌려온 것이 명백함에도 합성 대신 배우와 메카닉을 직접 공중에 띄우는 발상의 전환이 빛을 발한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새로 부활한 ‘라이브 액션’ 코너에서는 첫 순서로 <파워 킹>의 해외판 <아미크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에 앞서, <아미크론>이라는 작품의 이해를 돕고자 특촬의 역사를 잠깐만 되돌아보기로 하겠다.

특촬 장르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1950년대 일본 괴수영화가 미국에 진출했던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대사는 영어로 더빙하고, 괴수가 나오는 특촬 장면을 뺀 나머지 부분에 미국인 배우들을 내세워 새로 촬영한 장면을 삽입, 재편집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유명한 <고지라>인데, 이 영화는 일본 공개 2년 뒤인 1956년 <괴수왕 고지라>라는 제목의 재편집판이 만들어져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이 미국판에서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이나 TV 시리즈 <페리 메이슨> 등으로 잘 알려진 레이먼드 버가 주인공으로 출연했고 이야기의 설정도 그에 맞춰 상당 부분 바뀌었는데, 자막을 입힌 외국 영화 감상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것은 아시아 영화의 할리우드 진출에 있어 하나의 성공 사례로 남아, 이후 많은 수의 일본 특촬영화가 같은 방법으로 미국에서 공개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1993년 수퍼전대 시리즈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파워 레인저>의 센세이션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아미크론>

해외판 촬영을 위해 수트도 공수

<아미크론> 역시 <괴수왕 고지라>나 <파워 레인저>의 전례를 따라 만들어진 해외판이다. 맨 얼굴의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 장면과 일부 특촬/액션 장면을 서양인 배우들을 기용하여 새로 촬영한 것으로 대체했다. 외계에서 온 두 명의 여성이 주인공을 돕는다는 설정을 살리기 위해 파워 킹과 슈슈 공주, 셀리의 복장이 그대로 사용되기도 했다(이 복장이 한국판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따로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낡아 보인다는 점으로 미루어 재활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루카스 일당 등장 부분은 추가 촬영을 하지 않고 한국판 영상에 그대로 영어 대사를 더빙하였다.

문제는 이 같은 현지화 방법에 위험부담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작품의 질적 저하이다. <괴수왕 고지라>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관객이 고지라 시리즈, 더 나아가 일본 특촬영화에 친숙해지도록 한 점은 분명히 인정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이야기를 풀어헤치고 미국인 등장인물을 무리하게 끼워 넣는 과정은 컨티뉴이티를 비롯한 작품의 구조를 필연적으로 손상하게 된다. 이것을 상쇄할 방법은 개작에 참여하는 주체의 성의와 무엇보다도 자본이지만, 당시 할리우드에서 주류 장르가 아니었던 괴수영화, 그것도 외국 작품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는 불가능했다. 기술의 한계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 시절엔 CG가 없었으니까. 이는 레이먼드 버의 모든 출연 장면을 촬영하는 데 단 24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일화로도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아미크론>

이 사람과...

<아미크론>

... 이 사람이 동일인물이란다!

<아미크론>

<신체 강탈자의 침공>과

<아미크론>

<토탈 리콜>에서 가져온 장면


영어 더빙 역시 한 사람이 여러 명의 대사를 맡으면서 전반적인 질이 낮아졌고, 일본인 배우의 앞모습과 미국인 대역의 뒷모습을 어색하게 붙인 편집, 툭툭 튀는 전개 등의 문제를 노출하게 되었다. 일본 영화계의 규모로는 블록버스터였던 <고지라>는 본의 아니게 싸구려 현지화를 거치면서 할리우드의 B급 괴수영화인 <괴수왕 고지라>가 되고 만 것이다. 이것은 이후 해외의 관객과 평자들로 하여금 특촬/괴수영화는 ‘B급’ 또는 ‘싸구려’라는 인식을 갖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세월이 한참 지나 소개된 <파워 레인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판과 미국판의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갖은 아이디어가 동원되었지만, 군데군데 어색한 연결이나 일본판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막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미크론>

이쪽은 벽돌(한국판 장면)...

<아미크론>

반대편은 나무판(해외판 장면)!


<아미크론>

담배가게와

<아미크론>

영양센타의 압박!

유감스럽지만 <파워 킹>도 앞서 말한 경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현지화의 한계를 답습하고 말았다. 추가 장면을 위해 쓰인 각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질이 떨어지고, 대사는 최악이다. 서양인 배우들 역시 모두 무명에 연기력도 형편없다. 영어 더빙도 대체 이게 90년대 영화인지 50년대 영화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조악하다. 새로 찍은 장면과 한국판의 원래 장면이 제대로 붙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이 컷에서는 분명히 외국인데, 다음 컷에서는 자동차에 한국 번호판이 보이고, 심지어는 담배가게 간판까지 버젓이 나온다. 루카스 군단의 로봇이 시가지를 공격하는 시퀀스는 특촬이라 돈 들여 새로 찍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배경이 온통 서울 시내다. 슈슈 공주는 외국 배우가 연기한 장면과 한국판의 장면이 뒤섞여 있어 때에 따라 얼굴이 분명히 다른데도 그대로 놔두었다. 심지어는 <토탈 리콜>과 <신체 강탈자의 침공>(1978년 필립 카우프먼 버전) 등의 영화에서 훔쳐 온 장면이 군데군데 실려 있어 그 뻔뻔함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인데, 엔드 크레딧에는 장면을 인용했다는 저작권 표시조차 없다. 한 마디로 <아미크론>은 B급도 아닌, C급 이하의 조잡한 영화이다.

<아미크론>

이 친구가 해외판 영구?

완성도뿐만이 아니다. 한국 관객은 <아미크론>을 볼 때 정서적인 위화감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가장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은 바로 영구=심형래의 부재이다. 주인공까지 서양인 배우로 바꿔버렸으니 한국판 <파워 킹>의 주인공 영구도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아미크론>의 주인공인 배리가 학급에서 왕따를 당하는 약골이라는 설정은 분명 영구를 의식한 것이긴 하지만, 정감 있게 바보스러운 진짜 영구를 대신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다 보니 <아미크론>에는 심형래 영화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과감한 시도가 돋보이는 특촬이 어우러지며 생기는, 영구 아트 작품 특유의 저돌적인 느낌이 없다. 그냥 이상하고 못 만든 외국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심형래가 <용가리>부터는 아예 서양인 배우를 데리고 영어로 영화를 찍기 시작한 것은 이 영화와 더불어 한국색이 강한 탓에 수출에 실패했던 <드래곤 투카>의 시행착오로부터 배운 교훈의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디 워>의 결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미크론>은 한국 장르영화의 해외 진출 역사에서 하나의 기묘한 예로 남을 것 같다.

Posted by Loomis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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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eamKnight 2008/05/03 22:46

     전 '용가리'를 보면서도 코웃음을 쳤는 걸요. 극중에서 파괴되는 자동차들은 죄다 우리나라 자동차들이었습니다. 돈독 올라 용가리를 파헤친 교수가 몰고 다니던 갤로퍼와 미국 경찰차로 둔갑한 에스페로의 압박이란……. ;;; 미국 도시 한 중간에 보란 듯이 똑 자리잡은 오일뱅크 주유소와 우리나라 신문사 건물의 한자 간판의 압박도 참 대단했습니다.
     '디-워'에서조차 적지 않은 우리나라 차량들이 등장했었죠. 제 기억에는 이번에도 에스페로가 미국 경찰차로 등장했었던 것 같습니다.

  2. 이런영화가 2008/05/03 00:57

    파워킹은 어릴때 본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대변신을 할줄은 몰랐네요 -_-;
    알게모르게 해외진출한 한국영화들이 있었네요 ㅎㅎ

  3. 방랑자 2008/05/03 14:44

    에스페로가 한국파였나요;;;;
    자동차에 대해 문외한이라;;;;;;

    설명만 읽어보면 <아미크론> - <용가리> - <디 워> 순으로 비슷한 영화들을 답습하고 있는건가요;;;;;

    도대체, 그 잘났다는 영구아트 cg팀은 자기 영화가 아니면 쓰면 안되나?

  4. 영구없다... 2008/05/06 21:40

    파워킹은 봤어요!!
    재미있었는데.. 해외수출까지... -,.-
    몰랐던 사실...
    사진 보니까.. 엽긴데요...
    캡션보고 웃었어요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