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오래 전 <씨네21>에서 ‘내 인생의 영화’란 글을 쓰게 되었을 때, 내가 고른 영화는 프랜시스 코폴라의 <대부>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본 <대부>는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내가 <대부>에서 본 것은, 어른들의 세상이었다. 그 때까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어린아이들의 좁은 세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남자의 침대에 애마의 잘린 머리가 던져질 때, 알 파치노의 순진한 연인이 폭사할 때, 그리고 대부가 된 알파치노가 아내에게 ‘거짓말’을 할 때, 내가 알던 세상은 변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비정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영화를, 책을, 만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하드보일드에 빠져들었다.
하드보일드는 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을 중심으로 등장한 문학 사조다. 1차 세계대전은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사망했고, 유럽 전체가 전화에 휘말린 초유의 전쟁이었다. 1차대전을 경험한 지식인, 예술인들은 이런 비참한 전쟁을 일으킨 인간에게 절망했다. 과연 인간이 이 세계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회의했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에서 탐정은 별 거 아닌 일상의 사건을 풀어가다가 거대한 악과 대면한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설사 누군가를 구해낸다고 해도, 세상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세상의 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하드보일드의 영화적 변형이라 할 수 있는 필름 누아르의 걸작 <차이나타운>에서 사립탐정 제이크는 이 세상 전체가 차이나타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의 어떤 법과 질서도 통하지 않는, 무질서와 타락의 온상인 차이나타운. 제이크는 오로지 자신의 힘과 지략만을 믿는 인간이지만, 그건 무기력한 자신을 추스르기 위한 안간힘일 뿐이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하드보일드는 이 세상이 비정한 곳임을 말한다. 나 하나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독하게 견고한 세상. 그러나 동시에 이 세상은 놀라운 곳이다. 아주 즐겁고, 경이로운 일들도 많다. 그런 것들을 외면할 필요도 없다. 즐겁게 살고, 다만 이 비정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비정하다고 인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즐겁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이 곳은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인 것이다.
이 칼럼에서는 단지 ‘하드보일드’에 관한 것만 쓰지는 않는다. 그저 이 세상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나의 시각으로 보는, 이 세상의 갖가지 것들을 자유롭게 쓸 생각이다. 영화, 소설, 만화, 음악 그리고 때로는 세상 이야기까지. 또한 <씨네21>에서 처음 ‘숏 컷’이란 칼럼을 쓴 이후로 거의 1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잡다한 비평과 칼럼을 써왔지만, 마음 한 구석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이른바 공식적인 매체에서 글을 쓰는 동안, 약간의 자기검열과 수위조절들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는 그런 규율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냥 내가 생각한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다. 다소 차갑고 비정하게, 그러나 가볍게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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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르 중에 하납니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 참 좋은 소설이죠...
(결말이 굉장히 맘에 안들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기도...)
요즘엔 기리오 나쓰오 씨의 하드보일드 계열의 소설들이 참 좋더군요...
나이먹을수록 점점 좋아진다고 해야하나? 비정한 분위기가 오히려 솔직,담백,후련하게 느껴지는 것 같고... 매력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제목의 소설들이 소개될지 궁금하네요. ^^
강봉석 님 글 좋아하는 데, 이제 여기서도 뵐 수 있겠네요.
김봉석님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하고싶은 말을 다 하신다니...
무슨 말씀을 하실지 기대 됩니다...^^;;;;
자주 올리시는건가요?
다른 스탭분들도 하시는건지...궁금하네요..
재미나게 연재해주세요!!
물론 정기적으로 연재되는 칼럼입니다.
다른 스탭들 연재도 시작될 예정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