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거부하는 자연의 공포
두 쌍의 미국인 커플이 멕시코 휴양지로 여행을 떠난다. 해변에만 머물렀다면 좋았겠지만, 사라진 독일인 여행자의 동생을 찾아 함께 밀림 속으로 들어간다. 마야의 촌락을 지나, 고고학자들이 발굴을 하고 있다는 폐허를 향해.
스콧 스미스의 공포 스릴러 <폐허>의 설정은 이미 익숙한 것이다. 도시 생활에 찌든 여행자들이 새로운 모험을 찾아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아주 작은 선택, 작은 실수나 오판들이 그들을 지옥으로 인도한다. 낯선 사람이 그들에게 가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지만 무시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원주민들이 무기로 위협하자 무작정 도망치고, 그들은 스스로 어두운 갱도 속으로 들어가 위기를 자초한다. 그리고 그들이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끔찍한 존재가 그들을 위협한다. 어느 순간 그들은 금기의 선을 넘어버렸다.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침입했고, 이후 그들에게 닥치는 공포와 고통은 일종의 자업자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콧 스미스는 정석적인 스토리 전개 속에서, 완만하게 한 걸음씩 긴장감을 치밀하게 구축한다.
도시인에게 자연이란 어떤 존재일까? 굳이 남미의 정글처럼 원초적인 자연이 아니라도 좋다. 도시가 아닌 한적한 시골은, 많은 이들에게 평화와 휴식을 선사하는 ‘낙원’과도 같은 곳이다. 그러나 그게 정말일까? <텍사스 연쇄살인마> <데드 캠프> 등 살인마가 등장하는 슬래셔 영화의 상당수는 자연을 찾아간 도시인을 덮치는 ‘시골’의 공포를 보여준다. 그게 비현실적이라면, 부자이고 향락적인 도시인을 증오하는 평범한 시골 사람들이 악당으로 나오는 <브레이크다운>도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도시의 범죄 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은 단지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대도시 이외 지역의 범죄 발생률이 더 높다. <송어>와 <구타유발자들>의 공포는 이미 한국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더 이상 시골은, 자연은 평화로운 낙원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밀림이라는 지역은, 문명과는 동떨어진 초자연적인 기운마저 감돈다. 도시의 연장인 휴양지와 달리, 벌레들이 우글대는 밀림은 전혀 다른 법칙이 존재하는 곳이다. <서바이벌 게임>처럼 단순히 사악한 인간이건, <디센트>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존재이건 상관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지에 들어간 이들은, 그것들이 선사하는 지옥을 만나면서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문명사회의 질서 안에서만 살아왔던 그들은, 지옥 안에서 모든 것을 무장해제 당한다. 도덕, 질서, 규율 등은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생존을 위한 아귀다툼만이 그들을 사로잡는다. 인간의 원초적인 이기심과 욕망은, 태곳적부터 자리 잡고 있었던 미지의 ‘힘’과 대비되며 더욱 그들을 초라하게 만든다. 인간이란 결국은,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인 것이다. 지구의 역사에서 언제 지워진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스콧 스미스는 1993년 발표한 <심플 플랜>이 150만부 이상이 팔리고, 샘 레이미의 영화에도 직접 각색에 참여하며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스릴러의 새로운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은 <심플 플랜>처럼, <폐허> 역시 공포 스릴러의 탁월한 성취를 보여준다. 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거침없이 읽힌다. 스콧 스미스는 익숙하고도 단순한 이야기를 힘차게 끌고 간다. 등장인물 각각의 시점을 통해서 하나의 상황을 보여주고, 다시 시간을 거슬러 다른 방향에서 그 상황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소수의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감정과 몽상을 유려하게 묘사하면서, 그들이 자신을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가는지를 격렬하게 그려낸다. 절망의 상황에 처한 그들의 심리가,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에서, 도시의 평범한 젊은이였던 그들은 서서히 파괴되어간다. 그들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기괴한 상황에서, 그들은 자신 안에 들어 있던 모든 욕망과 본성을 추하게 드러낸다. 스콧 스미스는 인간의 추함을 드러내지만, 단지 그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추함은 인간의 결점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성장했으면서도, 끝내 자연을 정복하여 도시를 건설했던 인간의 본성. 그 추함을 자각하지 않으면, 결코 인간이란 존재를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폐허>가 지극히 정통적이라는 점이다. 무려 13년 만에 나온 스콧 스미스의 <폐허>는 단 한 걸음도 흔들리지 않는다. 치밀하게, 모든 이야기를 철저하게 예정된 방향으로만 이끌어간다. 그 완벽함과 웅장함이 <폐허>를 이끌고 가는 힘이지만, 동시에 너무 단정하다는 아쉬움도 자아낸다. 조금만 더 흐트러진 혼돈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 탓이기는 하지만.
작가: 스콧 스미스
권수: 1권
총페이지: 538쪽
꼭 읽어야 할 사람: 폐쇄공포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 자연이 두렵다고 느끼는 사람.
작품의 끓는 점: 251쪽 “그게 저들을 모두 죽인 거야......마야인들이 아니고 OO이었어. 하나씩 하나씩 그게 저들을 모두 죽인 거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도시적인 폐쇄공포의 극한을 보여주는 <도시 탐험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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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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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에서 배급해서 현재 북미에서 개봉중인 영화의 원작 소설이군요.
한 번 구입해서 읽어봐야겠네요.
영화도 빨리 국내 개봉했으면 하구요.
예고편을 보니 재밌어보이더라구요 ㅎㅎ
아이거 영화 예고편본거같은데 재밋게더라구요
...1993년 발표한 <심플플랜>이 150부 이상 팔리고...
...150부 이상 팔리고...
...150부...
수정했습니다.
<심플플랜>... 샘 레이미가 코엔형제의 영화적 동지였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영화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