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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들의 궁극적 판타지

(편집 주: 본문에는 영화의 잠재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직 특수요원인 리암 니슨이 납치된 딸 매기 그레이스를 구출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의 예고편을 보면 <테이큰>은 꼭 할리우드 액션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아니죠. 이 영화는 뤽 베송이 제작하고 공동 각본을 쓴 프랑스 영화입니다. 감독인 피에르 모렐도 프랑스인이고요. 딸이 하필이면 파리에서 납치된 것도 할리우드 배우(아마도)를 기용한 프랑스 영화를 찍기 위한 술수입니다. 딱 6,70년대에 유럽에서 잔뜩 제작되었던 다국적 영화 수준이죠.

본론으로 들어가죠. 일단 여러분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주인공이 중년의 전직 특수요원이고 납치된 딸의 이름이 킴이라고 해서, <24>의 서스펜스를 기대하며 이 영화를 보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는 서스펜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요. 그건 피에르 모렐이 서스펜스를 다루는 데 서툴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것 따위는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스펜스는 피학적인 쾌락입니다. 하지만 일단 딸이 납치된 뒤로 브라이언은 늘 가해자입니다. 단 한 번 위기에 빠지긴 하지만 그 장면도 순전히 일방적으로 때리고 죽이기만 하면 심심할까봐 억지로 넣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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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큰>은 현대 중년남자들의 궁극적 판타지입니다. 브라이언은 돈많은 남자에게 아내와 딸을 빼앗긴 처량한 남자입니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는 무시무시한 전투능력을 보유한 수퍼 영웅입니다. 일단 딸이 납치되어 사회적 제약이 풀리자 그는 자동차를 몰고 총을 쏘아대고 주먹을 휘두르면서 악당들을 때려잡습니다. 그렇게 해서 딸을 데려오면 지금까지 그를 무시했던 전처는 회개하고 딸은 아빠를 하나님 대접을 하겠죠. 그럼 주인공은 다시 자상한 아빠로 돌아와 딸을 팝 스타에게 소개시켜주는 겁니다.

딸에 대한 브라이언의 태도는 조금 소름끼치는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그의 과보호는 정도를 넘어섭니다. 이건 그냥 세상물정 아는 어른이 미성년자 딸을 걱정하는 수준이 아니에요. 그는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고 간섭하지 않으면 안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납치된 딸 킴이 '처녀'라는 것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내용이 더 괴상해집니다. 과연 그는 딸을 무시무시한 성폭행으로부터 지키고 싶어하는 걸까요? 아니면 아이의 처녀성을 수호하려는 것일까요? 당연히 전자죠. 후자면 웃기는 거고. 근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후자 쪽으로 자꾸 생각이 기우는 걸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영화의 폭력묘사는 철저하게 가학적입니다. 이 영화에는 의미 있는 대결이 존재하지 않아요. 심지어 끝까지 살아남는 대장 악당도 없죠. 처음에 죽는 알바니아 악당들부터 끝에 죽는 아랍 악당들까지, 이들은 모두 브라이언의 가학적 쾌락을 풀기 위한 소모품입니다. 브라이언은 그들을 때려잡는 동안 '선한 주인공'이 될 생각도 없습니다. 악당들이나 할 법한 고문과 협박도 서슴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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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게 좀 재미있습니다. 브라이언이 상대하는 악당들은 세 종류에요. (1) 딸을 납치한 알바니아 불법 이민자놈들, (2) 딸을 강간하려는 아랍 부자놈들, (3) 관대한 척하면서 1번들을 봐주는 프랑스 관료놈들. 프랑스 극우파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주인공이 프랑스인이었다면 그 냄새가 더 강했겠죠. 브라이언은 미국인이니 표면적인 알리바이가 성립이 되지만요. 그래도 그가 더러워진 파리를 청소하기 위해 고용된 용병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쉬운 건 리암 니슨의 캐스팅입니다. 그는 영화 내내 돈값을 합니다. 여전히 좋은 배우예요.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브라이언은 딱 스티븐 시걸 수준이에요. 니슨 같은 배우를 기용하는 건 그냥 낭비란 말입니다.

기타등등

매기 그레이스는 <제인 오스틴 북클럽>에서 훨씬 더 예쁘더군요.

관련 리뷰
2008/04/12 - [최신개봉작 / 예정작] - 테이큰 - Taken (2008) by makeneko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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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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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가쑈킹만화가 2008/04/22 10:52

    제가 시걸 아저씨에 대한 추억이 진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정말 통쾌한 영화를 봤던 것 같습니다.
    특히 리암 니슨의 성대에 우퍼단 것 같은 중저음!!!
    정말 멋지더군요.

    • 정말 메가쑈킹만화가 ? 2008/04/22 18:02

      정말 고필헌작가님 맞습니까? 맞다면 펜입니다.^^

  2. 우퍼단 중저음...^^;;; 표현이 역시 남다르시네요...
    그 목소리로 'I'll kill you'할 때
    보는 제가 다 떨리던데 말입니다.

  3. 음... 제가 전직 특수요원이고 제 딸이 인신매매당해서 창녀로 팔려간다면
    더한짓도 할꺼 같은데요....
    어제 남친이랑 같이 봤는데 참 통쾌하게 진땀나게 후련하게 봤어요^^
    해피앤딩이라서 더더욱 좋았구요~
    더더욱이 칭찬할것은 역시 리암니슨~!!!

    • 낭만고냥이 2008/04/22 15:38

      남친하고 볼때 민망하지 않던가요
      딸은 처녀라서 살고 딸친구는 처녀가 아니어서 죽고
      속으로 아 스봉 난 죽겠구나 하셨을듯..

  4. 타미노커 2008/04/22 11:13

    저도 무지하게 재미있게 본 영화중의 하나라죠~~~
    화끈 통쾌한 액션....
    가끔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암 니슨은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리던데요...ㅎㅎㅎ
    악당한테 조용하게 협박하는 장면...정말 멋졌죠...

  5. 맥거핀 2008/04/22 11:21

    역시나 읽을 때마다 공감하면서도
    묘하게 제 개인적인 생각과는 항상 배치되곤 하는 듀나씨 글이군요.

    무엇보다도 마지막 "리암 니슨=스티븐 시걸"정도의 역할론은 지나친 폄하같군요.
    축 쳐진 어깨를 가진 중년의 아버지의 무기력함과
    옛 다크맨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듯, 테러리즘에 단죄를 가하는 다크 히어로의
    양 극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표현력에 대한 모독이랄까요.

  6. 영화보는 내내 다크맨의 향수가 오버랩되는 것은 저만이 아니었군요. ^^

  7. 서민우 2008/04/22 14:39

    영화를 아직 안보았지만

    일본 소설이자 한국에서 영화로 제작된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소재를 헐리우드화한것이 아닐까 살짝쿵 생각해봅니다

  8.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보는내내.. 그리고 보고나서도 뭔가 찜찜했습니다.
    특히나 딸은 처녀라서 살고 친구는 처녀가 아니라서 결국 죽는다는 설정..
    저게 이 영화의 교훈인걸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본게 아니로군요. ^^

    그리고 몰랐습니다. 이 영화가 프랑스 영화라니..
    각본이 뤽 베송이라는 자막을 보고는 좀 의아하기는 했습니다.
    이 영화보면 다들 파리로 여행가기 무서워할텐데 프랑스가 가만있을라나..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9. 밍이에요 2008/04/22 17:25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보기전에 보니깐 말도안된다 하면서 비판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전직이 그런 분이고 모든 아버지들이 그런 상황이라면
    그보다 더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글에 너무 동감합니다. 또 시대분위기가 요새 그렇고..나쁜놈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리암아찌가 적들을 시원하게 밟고 올라가는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쑥떡님 말씀처럼 프랑스영화인줄몰랐어욯ㅎㅎ게다가 프랑스 여행을 가고 싶어했는데 이영화보고 왠지 약간 더 생각을 해봐야할것같다는 고민을?!ㅎㅎ 뭐 영화는 영화일뿐이지만 어느정도 사실적인부분도 있지 않을까 오바해서 생각하다보니깐요 ^^;

    어쨌든 정말 강추인영화 ~ㅎㅎ

  10. 이재윤 2008/04/23 01:31

    듀나님 글에 100% 공감합니다. 하두 재밌다고들 하시길래, 저런 액션만 있는 영화, 100년만에 극장에 보러갔다가 이게 뭐야, 하며 어이없어 했습니다. 리암 니슨이 그렇게 훌륭한 배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배우가 아깝더군요.

  11. 영화 보시는 동안은 재밌어 하시고, 어떤 영화에서 '반드시' 존재하는...
    오락영화에는 사실 영화의 대부분을 당연히(?) 차지하는 문제점들을 정리하신듯 하네요.^^;
    중년아찌들 환타지 라고 했는데, 사실 이영화 보고 좋아한건 20대들. 반이상은 여성들입니다.~
    그리고 처녀 임에 밝혀지기 전이나, 밝혀진 후나 주인공의 딸을 구하려는 태도(?)의 변화는 전혀 없습니다. 뭐 첨부터 미친듯이 구하려고 한건 말씀하셨다시피 과잉보호 입빠이. 세상에 대한 불씬 입빠이 인 성격 + 직업병인건 맞겠지요.^^;;

    더잘아시겠지만, 뤽베송은 일부러 헐리우드 관습들로 모듬상 차려서, 프랑스제 향신료 첨가해서 장사질 하는데 도가 튼 사람이죠.
    스토리상 당연히 같이간 친구는 죽거나 다쳐야 하는거고. 딸은 아슬아슬 구해와야 하는거고,
    미국 오락영화 문법상, 그두가지를 갈라주는건 역시 처녀성이고. (요즘은 거기다 여주인공은 무술이나 서바이벌 능력 배움 뭐 그런것도 있지만요..^^)
    전 보면서 뤽베송 아찌가 "어때? 늘먹던 미국산 재료로 만든 프랑스 화끈 요리야" 하는 것 같아 흥겹게 봤습니다. 감독은 13구역 감독. 뭐 얘기 끝이죠..^^

    리암니슨을 선택한 것도 정말 뤽베송의 머리굴림에 탄복할 결과물입니다.
    이 영화의 목적은 무자비한 아버지 액션. 인데... 그걸 뭐 여기저기 설명할 시간도 없고.
    말도 안되는 짓을 하기 전과 후의 분위기를 연기와 얼굴로 카바해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그러면서 덩치는 좀 커야 합니다. 다른 영화에서 만들어 놓은 믿음직한 이미지 있으면 더좋고, 영화 팔릴수 있게 A급이면 더 좋고. 뭐... 결론적으로 리암니슨 선택 최고죠.^^
    다른 중년 배우들 대입해봐야. '극악 또라이 아버지 주인공 무술영화' 되버리기 십상이죠.
    리암니슨 정도 배우가 그정도 규모 영화에 부른다고 돈궁해서 갈 사람도 아니고, 머리 나빠 보이지도 않고~~

  12. 드리어 2008/04/23 05:53

    이 듀나의 글은 정말 낭비네요

    리안 니슨의 캐스팅은 아주 적절했죠 연기와 액션이 군더더기 없이 잘 조화될수 있었구요

    근래 나온 액션 영화중에는 최고로 평가 받고 있는데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이 취향이 아니셨던 듯 하군요

    오히려 대부분의 여성분들응 아주 재미있게 보시던데요

    중년 남자의 판타지라.. 이런 코메디같은 평도 나올수 있군요...

  13. 얘기를 듣고 보니 2008/04/23 22:58

    정말 그렇네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범죄조직의 인간들이, 알바니아인..아랍인..정부관료라..
    프랑스 우익 냄새기 솔솔솔..

  14.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건 뭔지..
    처녀 아니면 죽어도 싸다는 건지, 아빠 말 안들으면 납치 당한다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