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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딸의 남친을 탐하다.

우봉순이란 이름으로 그녀를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그냥 아줌마로 통했다. 게으른 남편 대신 노래방을 책임져야 하고, 반찬 투정하는 하숙생들을 챙겨야 하고, 망아지처럼 날뛰는 딸년을 챙겨야 했다. 어느 날, 딸이 하숙생 중 한 명이며 세탁소를 운영하는 청년 구상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렇게 해서 봉순에게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딸의 혼수품 장만이다. 또 어느 날, 사는 동네를 탈출하지 못해 안달이던 딸이 직장이 생겼다며 도망쳐버린다. 그렇게 해서 봉순에게는 일이 또 하나 더 생겼다. 그녀는 왠지 처량해 보이는 구상을 조금씩 챙겨줘야 했다.

다시 어느 날, 술에 취해 쓰러진 구상을 업고 오던 봉순은 한 쪽 가슴이 콩닥거리는 걸 느낀다. 그렇게 해서 봉순에게 생긴 건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나를 봉순씨라 부르는, 20살 연하의 녀석을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떡하면 좋단 말이냐!’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두 번째 장편을 연출한 오점균의 영화는 신인들의 강퍅한 영화들 사이에서 빛나는 존재다. 마음 씀씀이가 커서 분위기가 넉넉하고 걸음을 서두르지 않으니 여유가 넘친다. 요즘 세상에 저런 곳이 있을까 싶은 동네와 푼수가 장기인 사람들은 감독과 감독의 영화를 닮았으며, 사뭇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을 한바탕 웃음으로 맞받아치는 영화는 실로 건강하다. 건강함의 중심에 우봉순이란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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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고 하던 사랑 앞에 솔직하고, 그 사랑을 지키는 데 용감한 그녀 앞에서 별 것도 아닌 일로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들은 왜소한 것들이다. 주변의 착한 악당들도 그녀를 돋보이게 만든다. 우봉순, 구상과 봉순의 남편과 딸, 그리고 이웃 사이를 오가는 소문과 아우성과 다툼과 애정 덕에 영화는 아기자기한 희극으로 완성됐다.

오점균은 건강한 성생활 속에 건강한 정신이 우러난다고 믿는 사람 같다. 그의 데뷔작 <생산적 활동>은 섹스할 곳을 찾아 헤매던 커플이 기어코 빈집을 찾아 관계를 치르고, 둘을 지켜보던 아낙이 동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나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 주제가 <경축! 우리사랑>에 오롯이 이어진 것인데, 누군가 사람 사이의 애정을 꼭 섹스로만 풀어야 하냐고 질문한다면, 감독은 아마도 “Why Not?"이라고 되물을 것이다. 최소한 그는 자기 영화에서 거짓을 말하지 않으며, 그의 영화는 현실의 단면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극장과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멜로드라마들을 떠올려보자. 별나라 세계의 인간들, 비현실적인 설정, 동감할 수 없는 이야기로 온통 범벅된 그들 드라마는 오점균의 코미디에서 한 수 배워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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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흠이 없지는 않다. 카메라가 열악한 환경에 맞춘 탓에 몇몇 장면에서 빈곤함이 드러나고, 영화적인 장치가 모자라 자칫 TV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여성주의의 시선을 봤을 때, 사랑 지상주의를 외치며 오봉순이 성취한 결과가 딱히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남편과 딸의 뒤치다꺼리에 인생을 바쳤던 오봉순이 새로운 연인과 사랑을 나누게 된 것까지는 인정한다고 치자. 하지만 그녀와 새 남자와의 관계는 예전에 비해 하나도 진전된 구석이 없다. 그녀는 여전히 구상이란 남자를 뒤에서 돌봐주는 여성의 위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어떤 면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바꿔치기했을 뿐, 그녀는 여전한 굴레 안에서 살고 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전복적인 페미니스트가 만든 영화가 아닌 이상 지금 정도의 결론이 대중영화엔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김해숙이란 탤런트를 봐왔지만, 그녀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건 <춤추는 가얏고>부터였다. 고두심을 시어머니로 모시는 며느리 역이였는데, 아내, 며느리, 어머니, 올케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소화해내는 그녀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매번 그런 역할만 안겨주는 TV의 한계가 지겨웠을까? 한국에서 영화 붐이 일면서 TV의 베테랑들이 영입되던 시기에 그녀도 오랜만에 영화에 등장했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연기는 좋지 않았다. <국화꽃 향기>에선 긴장한 티가 역력했고, 딱딱한 연극 톤의 연기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해바라기> 등의 작품을 거치는 동안 별다른 반응을 얻어내지 못한 그녀가 심기일전하고 임했던 <무방비 도시>에서의 연기도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캐릭터 자체가 초라한데다 그녀의 연기도 칙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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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 우리사랑>은 그녀에게 7전8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녀는 여우주연상 수상감인 연기를 펼친다. 그녀가 드디어 어울리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그녀의 그런 모습에 익숙해서 그런 걸까.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가 아니었다면 <경축! 우리사랑>이 그렇게 생생한 영화가 되지 못했을 거란 사실 하나는 확실하다.

* 시사회에서 배우들은 영화가 어렵게나마 개봉의 기회를 잡아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사고를 당해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김해숙은 다른 사람들이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혼자 긴 인사말을 끝내는 바람에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지기도 했다. 화려한 붉은 원피스를 걸친 그녀는 영화의 캐릭터와 딴판이었다.

* 영화의 무대로 몇 번 등장하는 내리막길은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에도 나왔던 곳이다. 눈에 익은 곳인데 어딘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혹시 아는 분이 있으면 댓글 좀...

★★★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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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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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yu Sang Wook 2008/04/11 18:31

    이 감독이 <생산적 활동>을 연출했군요. 아이디어는 좋았던 영화였죠. 여관비 없는 커플이 빈집에 들어간다는 설정인데, 여관비 없어도 해야 할 일은 꼭 한다는 커플이었죠. 김해숙 아줌마도 늦게나마 주목받는 연기자가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 blackfootdog 2008/04/26 18:52

    저 내리막길은 대학로 뒷쪽 낙산공원 옆으로 나있는 길입니다.
    드라마도 많이 찍던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