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부녀, 탈옥수와 만나다
여름 휴가를 맞아 스틸윈 가족은 멕시코의 한적한 해변으로 캠핑을 떠납니다. 하지만 도착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남편 더그는 사고를 당해 무너진 부두 기둥에 다리가 깔려버리죠. 주변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통나무를 들어올리려던 잭은 부서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슬슬 밀물이 들어오고 있어요.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아내 헬렌이 차를 몰고 나가 도와줄 사람이나 통나무를 차로 묶어 끌어낼 밧줄을 구해오는 것이죠. 하지만 밧줄을 구하러 차를 몰고 간 헬렌은 미국인 탈옥수 로슨의 인질이 되어버립니다.
네, 늘 이런 탈옥수가 위기에 빠진 가정주부랑 얽히더라고요. 전형적인 미국 B영화의 공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정된 가정생활을 누리지만 성적으로는 뭔가 미진한 구석이 있던 유부녀가 사악하고 더럽지만 섹시한 범죄자와 얽히는 거죠. 여자는 가족과 남편을 지키려 하지만 유혹도 만만치 않고... 정말 이런 설정이 존 스터지스의 이 영화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은 없지 않습니까?
다소 공식적으로 얽혀있긴 하지만 헬렌과 로슨의 관계는 재미있습니다. 둘 다 좋은 캐릭터들이고요. 헬렌은 (몇몇 어리석은 행동에도 불구하고) 공감하기 쉽고, 로슨은 신비스럽고 재미있죠. 난폭한 범죄자가 아니라면 꽤 쓸만한 남자예요.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모습이 거의 맥가이버 수준이더군요. 머리를 어떻게 굴리는지 아는 사람을 보는 건 즐겁죠.
영화의 러닝타임은 68분으로 장편영화치고는 짧습니다. 그냥 1시간 분량의 텔레비전 에피소드로 만들 수도 있었을 거예요. 지금도 꽤 알차게 짜여져 있는 편입니다만. 막판의 클라이맥스는 박진감 넘치고 아이디어도 좋은 편입니다. 스틸윈 부부의 아들로 나오는 리 아커의 연기가 50년대 아역 연기의 고정된 스타일에 갇혀 있긴 하지만 연기질은 전체적으로 좋아요.
내용이 무엇이건, 영화가 주는 교훈은 여전히 상식적입니다. 휴가를 보낸답시고 사람 하나 없는 외딴 시골에 가족을 끌고가지 말아라... 위험한 곳에 애를 방치하지 말아라...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을 지나치게 믿지 말아라... 그리고 놀러가는 나라의 말은 조금이라도 알아두는 게 좋다는 것.
기타등등
이 영화의 원작은 <A Question of Time>이라는 22분짜리 라디오극입니다. DVD에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것 같은데, 아직은 듣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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