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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만큼이나 광활한 <삼국지> 만화의 세계

만화란 장르는 과장과 왜곡을 특징으로 한다. 누구나 좋아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깊어지는 <삼국지>의 세계는 천의무봉한 만화의 세계 안에서 가장 현란하게 변신한다. 최대한 원본을 존중하는 전통적인 각색부터 인물의 재해석을 통해 주인공이 바뀐다거나 완전히 판타지로 나아가기도 하는 등 만화로 탈바꿈한 <삼국지>의 세계는 무한하다.

일단 아이들과도 함께 볼 수 있는 삼국지로는 <철인 28호> <바벨 2세>의 작가인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린 <전략 삼국지>가 있다. 무려 60권 분량의 <전략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충실하게 만화로 옮겼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미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따분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가장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다. 이문열이 평역한 소설 <삼국지>를 이희재가 그린 <삼국지>도 정석을 따르고 있다. <삼국지>를 당대의 풍경과 함께 스펙터클하게 보고 싶다면 들춰볼만 하다.

하지만 기왕에 만화로 <삼국지>를 본다면, 글로 읽은 <삼국지>와는 다른 맛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1978년에 처음 연재되었던 고우영의 <삼국지>는 일본과 중국의 어떤 만화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걸작이다. 고전의 독창적인 해석도 다채롭고, <삼국지>에 등장하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교훈을 우리 사회에 빗대어 풍자하는 기교도 탁월하다. 일단 인물해석부터가 흥미진진하다. 유비는 쪼다고, 제갈공명은 미소년이고, 조조는 두통에 시달리는 모사꾼이다. 주인공인 유비를 겁도 많고, 약간 치사하기도 한 인물로 묘사하지만 그것이 유비라는 인물의 가치를 격하시키는 것은 아니다. 고우영은 자신을 유비에 빗대면서, 오히려 쪼다스러움이 아무 것도 없었던 유비를 난세에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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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웅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제갈공명과 관우를 라이벌로 대립시키는 것도 인상적이다. 관우를 조금씩 궁지로 몰아넣으며 제갈공명이 고뇌하는 모습은 공감이 간다. 세상은 꼭 선인과 악인만이 다투는 것은 아니다. 또한 권력다툼에 일체 관심이 없는 장비와 조자룡의 개성도 매끈하게 잡아낸다. 장비의 서민적인 순수함을 부각시키고, 조자룡의 올곧고 순수한 충성심을 따뜻하게 묘사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삼국지>의 통념을 180도 뒤집는 경우는 없지만, 역사 속의 인물들에게 자신의 시선을 명확하게 부여하여 생생함을 더해준다.

쓱쓱 빗질을 하는 것처럼 담대하면서도 익살스러운 그림이 인상적인 고우영의 <삼국지>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은 말재간이다. 고우영의 말재간은 단순한 말장난을 뛰어넘어 당대의 사회상을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조롱하는 해학이 있다. 초선의 미인계에 걸린 여포는 의부 동탁을 죽이면서, 당시 유행했던 영화 <페드라>를 인용하여‘크레오 페드라’라고 외친다. 뛰어난 작가라면 당연한 것이지만,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은 캐릭터에 따라 말투와 어휘가 천양지차다. 유치한 장비와 고상한 관우의 대사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운율이 맞는다. 반면 제갈량과 관우의 대화는 정중하면서도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고우영의 <삼국지>는 우리 민족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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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등 독자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에서도 고우영은 여느 작가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고전이나 역사를 각색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국내 아니 세계에서도 단연 최고수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의 향기를 전혀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아니 원작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전혀 새로운 작품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바로 고우영의 만화다. 그런 고우영의 재능이 최고도로 발현된 작품이 바로 <삼국지>다.

신화의 영역으로까지 확장

고우영의 <삼국지>가 원작을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자신의 스타일로 재구성했다면, 이학인 원작, 왕흔태 그림의 <창천항로>는 나관중의 <삼국지>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우영의 <삼국지>에서 유비는 ‘병신, 쪼다’로 묘사가 된다. 자기 혼자는 제대로 일도 처리하지 못하고, 공명과 관우에게 매달리는 졸장부. 반면 제갈공명과 관우는 아주 멋있게, 천하의 영웅으로 그려놓았다. 그건 잘못이 아니다. 각색을 하면서 원작의 인물해석과는 달리 자신의 관점에 따라, 사상에 따라 재해석을 하는 것은 마땅한 권리다. 나관중이 처음 <삼국지연의>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역사가들은 유비보다 조조를 뛰어난 영웅으로 본다. 하지만 나관중은 조조를 사악할 뿐 아니라, 아주 야비한 졸장부로 그려놓았다. 조조를 왜곡시켜 그린 것은, 한나라를 정통으로 생각했던 나관중의 정치적 입장 때문이었다. <삼국지연의>는 중국의 삼국 시대에 대한 하나의 ‘소설’일 뿐이다.

고전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진실을 찾아내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주인공이 바뀐다 해도 상관이 없다. 다만 주인공이 관우나 장비 혹은 여포가 아니라 유방이 된다면 문제가 있지만. <창천항로>는 인물의 성격을 재해석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주인공을 조조로 바꾸어버린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물론이고, 고우영의 <삼국지>에서도 조조는 간교하고 사악한 인물로 그려졌다. 하지만 <창천항로>의 조조는 총명하고, 용맹하고, 하늘의 뜻을 읽을 줄 아는 뛰어난 지략가다. 어린 시절부터 세상의 불의를 깨닫고, 자신이 이 세상을 뜯어고치겠다며 나선 개혁가이기도 하다. 반면 유비는 우직할 뿐인 왕족의 후손으로 나온다. <창천항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조조만이, 혹은 그의 라이벌만이 영웅으로 그려지는 게 아니다. 세상은 조조와 유비 둘이서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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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항로>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모두 영웅으로 그려낸다. 대표적으로 대부분의 영화나 만화에서도 망나니로 묘사되는 동탁과 여포가 있다. 그러나 <창천항로>의 동탁은 거구에 변발이 잘 어울리는 북쪽 기마민족의 수장이다. 중원의 한족이 보기에 그는 한없이 포악하고, 무례하고, 잔인하다. 그러나 그는 뛰어난 인재들을 절차에 상관없이 발탁하고, 하늘의 뜻이 다르다면 맞대결해서라도 그 뜻을 가져오겠다는, 일본으로 보자면 오다 노부나가 같은 인물이다. 여포는 원시적인 힘과 충동을 거부하지 않는, 사랑이건 전투이건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내는 전사로 그려져 있다. 각자의 견해가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 그들 모두가 영웅인 것이다. <영웅 삼국지>라는 소설이 그러하듯이, <창천항로>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영웅 그 이상이다.

<창천항로>는 그리스로마신화의 동양판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개 신, 혹은 신과 인간의 자식이다. 그들은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고,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실수도 저지르고, 때로 악행을 범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이 세계를 지배하는 신이다. 마찬가지다. <창천항로>의 주인공 모두가 그들의 인간적인 개성이 어떻건, 장대한 포부와 야망을 지니고 있는 천하의 영웅이다. 원래 <창천항로>의 스토리를 썼던 재일교포 이학인이 사망한 후 약간 느슨해졌다는 평도 있지만 영웅들의 웅장한 대결은 ‘용호상박’이라는 말이 실감나도록 여전히 가슴을 끓게 한다. 고우영의 <삼국지>가 인간적이라면, <창천항로>는 신화적인 느낌을 준다.

코미디에서 미소녀물까지 다양하게 변주

<삼국지>의 인물과 상황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모든 것을 코믹하게 만들어버리는 만화들로는 <트러블 삼국지>와 <삼국전투기>가 있다. <삼국지>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이미 알고 있는 <삼국지>를 즐거운 오락으로 즐길 수 있다. 정훈이의 <트러블 삼국지>는 조조, 유비, 손책 등의 영웅호걸이 펼치는 썰렁하면서도 순도 높은 개그를 보여준다. 인터넷 만화로 시작된 최훈의 <삼국전투기>는 등장인물들을 프로레슬링 선수나 록 뮤지션 심지어 일본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캐릭터 등으로 자유롭게 바꾸어버린다. 패러디 정신에 충실하게, <삼국지>의 모든 것을 요절복통 상황으로 변모시키는 만화다.

<삼국지>를 독특한 판타지로 재구성한 만화도 있다. 야마하라 요시토의 <용랑전>은 일본의 고등학생이 삼국 시대로 타임 슬립을 하여 전개되는 만화다. <삼국지>의 세계를 기본으로 삼으면서도, 역사적 인물들과 허구의 인물들을 섞어서 판타지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용랑전>이 <삼국지>의 기본설정을 지키는 것과는 달리, 시오자키 유지의 <일기당천>은 영웅호걸의 이름만을 빌려온다. <삼국지>의 영웅호걸들이 현대에 환생하여 자웅을 겨룬다는 이야기인데, 무대는 학교이고 대부분의 인물이 여고생이다. 한마디로 글래머의 미소녀들이 등장하여 화끈한 격투를 벌인다는, 기상천외한 <삼국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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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인물들이 미소녀로 탈바꿈한 <일기당천>

<삼국지>가 연상되면서도, 사실은 <삼국지>와 별 상관이 없는 만화. 이렇듯 기이한 만화까지 등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삼국지>의 세계가 광활하고 익숙하다는 것이다. <삼국지>는 이미 <서유기>와 마찬가지로 중국만이 아니라 동양인 모두의 고전인 것이다.

Posted by make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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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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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랑자 2008/04/05 09:06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__)

    근데 일기당천까지 올라올줄은 몰랐네요;;;

    연희무쌍과 더불어 삼국지 최악의 막장각색으로 꼽히는 작품인데....

  2. 티엘린 2008/04/05 10:10

    살아오면서 삼국지만 한 7~8번은 읽은것 같습니다.. 작가는 다틀리게요....
    그중에 기억남는건 삼국지연의를 각색하지않고 그대로 번역하면서 후세사람들이 사건사건에 대한 한시를 남긴걸 삽입해서 참 읽기 좋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우영의 삼국지.. ㅎㅎ 한 세번은 읽었는데요.. 넘 재미있고.. 해학적이고...
    고우영 선생의 작품은 또봐도 질리지가 않죠... 아마 동양인에게는 삼국지는 무한한 상상력을 주는 잊을수 없는 작품일겁니다...
    나머지들은 직역, 의역, 또는 작가의 주관으로 판단한 여러가지 시각으로 삼국지를 풀어내서 볼때마다 새롭더군요.. 한때 후삼국지.. 제갈량만 따로 소설도 나왔었지요...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유선의 통치가 결코 나빠서 촉이 망한건아니라는거... 나관중이 쓴것처럼 유선이 멍청한건 아니더군요...단지 아버지대의 후광이 너무 커서 나름 약하게 보일뿐이라는거...제갈량은 처음부터 천하통일은 바라지도 않고 유비의 그릇이 그저 한나라의 패자정도로만 생각했더군요.. 하여튼 삼국지는 봐도 봐도 질리지않은 소설입니다. ^^

  3. 영화소년 2008/04/05 12:39

    삼국지란 작품의 확장성은 작가에겐 매력적이죠

  4. 일기당천 - - 2008/04/05 12:41

    저저저... 미소녀들은 대체 -_-;;
    저런것도 있었군요...

  5. BeamKnight 2008/04/05 16:15

    만화보다 피규어가 더 인기가 많다던 그……? ;;;;

  6. 일기당천 2008/04/05 17:31

    영웅들과 떡치는게 가능..?

    이런말 금지어인가요;

  7. 떡..ㅋㅋ 2008/04/05 17:36

    여긴.. 광고 아니면 안지운다고 하던데..
    떡이란게 머.. 금지할만한 단어는 아니지 않을까요..
    저도 그런 생각했는데... ㅋㅋ

  8. 고우영님의 작품들은 모두다 주옥같다는-

  9. ㅁㄴㅇ 2008/04/05 18:16

    창천항로 좋죠... 드레드헤어를 한 여포... 최강입니다.

  10. 일기당천은 직접 보진 못하고 명성(?)만 익히 들었는ㄷ..^^;;
    사진들 찾아보니 참 가관이더군요.
    옷을 벗은건지 만건지 참 헤깔리게시리....

  11. 가브리엘 2008/04/05 22:06

    전략삼국지는 처음 볼 때 왠지 너무 성의없이 그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던데요.....
    중학교 1학년때 처음 연의를 읽고 그 뒤로 몇년 지나서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상당량이 생략돼기도 했고 생략되고 남은 것도 꽤 엉성하게 연결됐었거든요.....

  12. 땡나라군 2008/04/05 23:12

    아~~고화백님의 만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직도 기억나는 명대사!! 조조: 야!! 이 귀큰얘야!!! 그 귀큰놈은..(유비를 지칭)
    아두: 아뷔야!!!
    그리고 가끔 나오는 조ㅈ조 ㅎㅎㅎ

    수호지 볼때도 항상 고구가 아들에게 희뭇한 얼굴로 '아들아!! 항상 엠비쇼스 해라!' 이러는데
    볼때마다 웃겨서....

  13. 창천항로에서 유비도 단순히 고루한 인물이 아니라 상당히 파격적이고 무엇보다도 대기만성이 무엇인지를 잘보여주는 인물로 나오죠 창천항로보면 되려 제갈량이 많이 묻힙니다;

  14. 박명언 2008/04/07 02:01

    박봉성님의 만화 삼국지에 대한 펴은 빠졌네요....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희재의 만화 삼국지보다 훨씬 나은데..만화 구하기가 어렵다는것...중고와 새것을 합해서 전집을 구했네요.총 68권....

  15. 일기당천의 진면모는 플스2로 나온 게임을 해보셔야 알 것입니다.

    게임 하고 나면 만화와 애니는 명작으로 느껴진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