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홍콩 영화의 재현
<연의 황후>의 원제는 <江山美人>. 하지만 쇼 브라더스에서 나온 유명한 동명 영화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내용도 다르고 장르도 다르죠. 하지만 막연한 연결성이 느껴지긴 합니다. 요새 배우들이 출연하고 조금 더 비쌀 뿐이지, 정말 이 영화는 쇼 브라더스 시절 장르 영화들과 닮았어요. 사실 진짜로 닮은 건 쌍팔년도 홍콩 영화들이지만요.
영화는 춘추전국시대가 무대입니다. 연나라랑 조나라랑 피터지게 싸우는 동안 연나라 왕이 죽어요. 사실은 부상만 당한 건데, 왕위를 노리는 조카 우바가 몰래 암살한 거죠. 하지만 왕은 죽기 전에 왕위를 대장군 설호에게 넘기겠다는 유언을 남겼죠. 증인이 없어서 이게 제대로 먹히지 않을 걸 안 설호는 왕이 공주인 연비아를 후계자로 삼았다고 주장하며 공주를 새 여왕으로 추대하려 합니다. 우바에게 암살당할 뻔한 연비아는 숲 속에 혼자 사는 의원 난천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그와 사랑에 빠집니다.
테마면에서 <연의 황후>는 페미니스트/반전 우화입니다. 조나라의 침입과 내부의 배반자를 상대하며 여왕이 될 수업을 받는 동안, 연비아는 여성 군주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그와 함께 적들과 전쟁없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지요.
이 교훈이 이상적인 방식으로 제시되는 건 아닙니다. 연비아의 각성은 비교적 수동적이고, 꼼꼼하게 따진다면 영화의 반전 메시지 역시 조금은 미심쩍거든요. 전 결말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연비아를 '평범한 한 명의 여자'로 만들었다가 '무성화된 군주'로 만드는 방식이 영 걸렸지요. 진부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건전하다고 할 수 있어요.
스타일 면에서 영화는 굉장히 서구화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중국은 이상할 정도로 서양스럽죠. 군인들은 그리스/로마 시대 풍의 갑옷을 입었고, 공주는 마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의료상자를 들고 전장터를 누비며, 군사훈련 때는 중세 기사라도 되는 것처럼 마상시합을 합니다. 심지어 동네 맥가이버인 난천은 심심풀이로 열기구를 만들어 비행하기까지 해요. 하긴 어차피 고증 따위는 지킬 생각 없는 영화이니까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영화는 딱 쌍팔년도 스타일입니다. <명장>과 같은 세련된 영화를 보다가 <연의 황후>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요. 좋게 말하면 순진무구하고 곧장 말하면 투박하죠. 극도로 단순화된 심리묘사는 시퀀스 별로 딱딱 끊겨져 있고, 지나치게 빠른 사건 전개 때문에 이야기의 설득력이 날아가버리며, 종종 불필요한 감상과 비장함에 끌려다닙니다. 심지어 음악 선정이나 삽입 방식도 구닥다리 느낌이 팍팍 나요. 하지만 정소동이 직접 감독한 대표작들이 주로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사이에 만들어졌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런 투박함은 오히려 팬들에겐 선물과 같을 수도 있겠습니다. (08/04/02)
기타등등
<연의 황후>라고 제목을 달긴 했지만 춘추전국시대에 '황후'가 있을 리가 없겠죠. 그렇게 생각해보면 <An Empress and the Warriors>라는 영어제목도 그렇게 정직하다고 할 수는 없죠.
관련 리뷰
2008/04/01 - [최신개봉작 / 예정작] - 연의 황후 - 江山美人 (2008) by ibuti
2008/03/30 - [최신개봉작 / 예정작] - 연의 황후 - 江山美人 (2008) by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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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춘추전국시대에 조나라 상대로 싸우는 얘기인 <묵공>에서도 열기구가 나오던데, 혹시 중국 사람들에게 그 시대에 열기구가 있었다고 믿을만한 어떤 근거라도 있는 걸까요? 소설이라든지 민담 같은 거라도 말예요 ^^;;
.....라고 오전에 덧글 달았는데 구글링해보니 페어뱅크,라이샤워,크레이그 공저 <동양문화사>라는 책에 춘추전국시대에 이미 열기구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답니다.
전 이 영화 보면서 글라디에이터 생각 나던데...중국 판 페러디라는 생각이..들더군요
암튼 홍콩영화나 중국사극영화 질린다 발전이라곤 전혀 없고 그저 사극하면 다들 날라다니구 그들의 특성인 뻥만 난무하고 아무런 감흥이없으니 그시대에 무슨 열기구? 사람이 탈수있는 열기구가 그시대에 어딧어 저런 영화는 돈주고 보면 돈아까워
견자단이 불쌍해서 추천
사람들 무더기로 나와 싸워대면 스펙터클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