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공포영화의 한계에 부딪치다
리메이크된 <셔터>가 싱가포르에서 개봉했다. 역시 이 리메이크도 로이 리(Roy Lee)라는, 한국계이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프로듀서의 작품이다. <링>에서부터 로이 리는 아시아 호러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에 관여했다. 그래서 어쩌면 일련의 그 리메이크 영화들은 감독보다는 이 로이 리라는 프로듀서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짐작을 해본다. 물론 이 인물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떤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번 리메이크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다른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시카 알바가 나온 <디 아이>를 보았을 때와 대동소이한 느낌을 안고 극장을 나올 수 있었다.
할리우드가 아시아 호러를 계속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그것이 그리 밑지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리메이크 행진은 이어질 것이다. 그런 것 말고, 영화 내적인 측면에서 볼 때 거의 비슷한 결과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호러 관객으로서 나는 그 할리우드 리메이크 호러영화들에 조금씩 지겨워지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 로이 리는 일본 감독을 데려왔다. 우리에게 <감염>으로 알려진 오치아이 마사유키를 불러들인 것이다. 태국 호러영화를 일본인 감독이 미국인 배우들을 데리고 일본에서 영화를 찍는다. 이런 상황은 이제 ‘내셔널 시네마’라는 영화이론의 개념이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인종과 국적이 다르면 어쩔 수 없이 정신세계에도 어떤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귀신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리메이크 영화를 보면서 재차 느끼는 것이지만, 오리지널 영화에서의 여성 주인공들의 성격은 리메이크 후에 거의 완전히 바뀐다.
리메이크 <셔터>의 여주인공 제인(레이첼 테일러)은 일본인 여성 귀신의 위협에 ‘Get out. Leave us alone(해석은 생략)’이라고 외친다. 아시아 호러에서 이렇게 외치는 여성 캐릭터를 이제까지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디 아이>에 대한 글에서도 말했던 것 같은데, 백인 여성 주인공들은 귀신이 출몰하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불안한 표정을 짓지 않는다. 그 정도에 있어서 이번 리메이크 <셔터>의 여주인공은 제일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기본적으로 서구인들에게 귀신이 나타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에서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 서구에서는 이국적인 현상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오리지널 호러영화들의 특징은 귀신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집안에 제단이나 불단을 만들어놓고 항상 기도를 올리고, 일 년에 몇 번씩 제사상을 차리고 귀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문화 속에서 귀신의 존재는 어쩌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서구인들은 다를 것이다. 그래서 리메이크 호러영화들은 일정하게 귀신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 뒤따른다. 이번 리메이크 <셔터>에서도 귀신 사진을 싣는 잡지 편집자와 귀신 사진에 대한 칼럼을 쓰는 일본인 작가가 친절하게 그 현상들에 설명을 해준다. 이것은 서구의 관객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리메이크 영화의 내러티브는 오리지널과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남자 주인공인 벤자민(조슈아 잭슨)은 일본에서 일을 했던 사진작가인데 뉴욕에서 결혼을 한 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을 새로이 만들었을 뿐이다. 이번 귀신도 다른 아시아 호러의 귀신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그것은 이제 새로울 것은 아니다. 즉 시체를 발굴해서 장례식을 치르고 화장을 했더라도 귀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귀신은 과거 ‘전설의 고향’에서나 존재했었다. 포스트모던 시대를 한참 지나고 있는 지금 그런 귀신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 <주온>의 가야코처럼, 이제 귀신은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 동경의 귀신은 뉴욕까지 원한의 대상을 따라간다. 그렇지만 구로사와 기요시의 <절규>의 빨간 드레스를 입은 귀신처럼 말을 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구로사와 기요시는 가장 첨단의 귀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의 공간이 태국의 방콕에서 동경과 뉴욕으로 바뀌면서,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이 주는 무서움은 반감되고 말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일본인인 오치아이 마사유키는 태국호러를 리메이크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말았다. 그는 할리우드의 간택을 받은 것에 만족한 것일까? 리메이크 자체를 두고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왜 리메이크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무언가 대답을 해야 한다. 오리지널 영화에 대한 창조적인 재해석이 없다면 굳이 리메이크를 왜 해야 한다는 말인가? 할리우드의 아시아 호러 리메이크 영화에서 문화의 충돌을 뛰어 넘는 새로운 호러의 발견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불행하게도 내 생각으로는 그럴 것 같지만, 또 분명 ‘혹시나’ 하면서 극장에 갈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하면서 극장 문을 나서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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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9 - [기획 / 특집/칼럼] - 공포의 정수를 놓친 '디 아이'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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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셔터를 매우 무섭게 봐서 이것도 한번 보고 싶은데
평이 별로네요...
그나저나 여자주인공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이 영화의 주연 여배우 레이첼 테일러는 <트랜스포머>, <씨노이블> 등에 나왔습니다. 리메이크 영화도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면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개봉을 할지 모르겠군요. 워낙 호러영화는 한국에서 찬밥 신세라서...
저두 셔터 무서웠어요.. 불꺼진데서 카메라 플래쉬 터지고 할때 소름이 쫙.. -_-;;
이번 리메이크 영화는 별로인가봐요
아시아 호러들 리메이크 하는거 제대로 나오는거 드문거 같아요.
평하신대로 외국영화에서 귀신은 영 안안어울려보이는데..
괴물이나 연쇄살인마는 잘 어울리는데..
유행처럼 리메이크 하다가 열기가 팍 식어버릴같은데..
빠른 영화 정보 너무 좋은거 같아요
다른데 가면 보기 힘든 기사들이 많아서 좋아요..
무서운 영화를 좋아해서 이런 영화들 많이 다뤄주세요..
잘 읽었습니다 ^^
저도 무서운 영화를 좋아합니다. 제발 극장에서 무서움으로 몸을 떨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무서운 영화를 찾기 힘든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상욱이형 접니다...이런 블로그도 좋지만 형 영화가 대박나서 인터뷰 기사많이 봤으면 좋겠네요. 추격자 보면서 자꾸만 형 생각나더군요...;;;
아, 아마도 <피아노맨>의 유상욱 감독 후배이신가 보군요. 저는 류상욱입니다. 유상욱 감독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셔터 리메이크 소식때부터 좀 아닐거 같았는데..
역시나네요 ㅋㅋㅋ
셔터가 리메이크 할만큼 좋은 영화인지는 모르겠던데..
몇 장면은 초큼 무서웠지만요.. ㅎㅎ
아.. 궁금한거.. 류상욱님은 영화도 만드세요??
제가 잘 몰라서요.. -,.-
저는 영화 만든 적이 없구요. 유상욱 감독하고 이름이 같은데, 그 분과 저는 아무 관련은 없습니다.
셔터 마지막 장면 보고............

창문있는것들은 다 무서워햇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메이크라니 덜덜덜덜덜덜덜덜더럳ㄹ
평이 별로라니 다행이기도 하지만 ㅠ
저는 미국판 링2보고도 일주일 잠을 설쳤지라 ㅠㅠㅠㅠ
한국에서 셔터가 크게 흥행했었는데 잘하면 들어올지도 모르겠네요 ㅠㅠㅠㅠ
호러영화가 상영된다면 젤 무서워할 사람들은 영화관 알바들이죠 허허
제가 그래서 영화관 알바를 여름 되기전에 그만두었다는 ㅋ
아, 셔터가 너무 무서웠던지라 코멘트 남기고 가요
호러영화 마지막 상영이 끝난 밤에 극장 알바들은 무서울 수도 있겠군요. 영화 속 귀신이 극장 안에 남아 있을 수도...더운 여름을 보내기에 괜찮은 알바 같은 데요..
셔터를 리메이크할라 했으면 여자 귀신까지 데려갔어야징~
리메이크에서는 코가 좀 긴 얼굴의 일본여성귀신이 나옵니다...
셔터 카메라 귀신과..
마지막에 올라탄 귀신 진짜 무서웠어요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영화인데
빨리 리메이크를 했네요
평을 읽어보니 개봉을 해도 별로 보고 싶지가 않을거 같아요 ^^;
그 귀신들은 일본인으로 바뀌고 동경으로 옮겨갑니다. 개봉하면 그래도 실체를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항상 평론이나 리뷰는 참고사항일 뿐이니까요.
우리나라에도 귀신한테 '물럿거라' 정도는 말하니까 대사가 많이 어색하진 않은데요
대사 자체가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귀신이 나오는 아시아 호러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라는 것이죠....
대학교 1학년 시절, 이 영화의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께서 직접 수업차 찾아와 이 원작 영화를 봤었습니다. DVD 영문판이였지만 뭐 대충 알아들을 수 있을정도더군요. 당시에는 국내에 개봉하지 않은 영화였고 또 국내 출시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답니다.
아무튼 그때 강의실에서 제 친구들은 물론이고 저 또한 매우 재미있고 또 무섭게 봤었는데... 벌써 3년이 흘렀네요... -_-;
당시 감독님의 말씀이, 이미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사갔다라고 하셨는데, 결국 이렇게 나오는군요. 근데 썩 평이 좋지 않은것 같습니다. 트레일러 봐도 별로 내키지 않네요 -_-; 쩝... 개인적으로 아쉬운 영화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