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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의 주제에 의한 삼국지의 변주곡

소설 <삼국지>가 한 편의 영화 속에 뛰어나게 재현된 적은 없다. 당연한 일이다. 어지간한 상영시간으로는 인물과 이야기만 담기에도 턱없이 부족할 테니, 거기에 인물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까지 덧붙이려했다가는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 <삼국지: 용의 부활>은 그런 부담을 익히 알고 출발한 작품이다. <삼국지: 용의 부활>은 소설의 전편을 담을 생각일랑 아예 접고, 그 중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자 한다.

<삼국지: 용의 부활>은 촉나라의 명장 조자룡에 관한 영화다. 흥미로운 건 감독 이인항이 직접 쓴 각본이다. 그는 여러 소설본에서 조자룡 부분을 발췌해 각색하지 않고, 허구에 허구를 입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삼국지>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전투인 ‘적벽대전’이나 익숙한 이야기인 ‘도원결의’는 여기에 없다. 대신, 이인항은 장판교 싸움을 끌어오고 봉명산의 결전을 짜내며, 조자룡과 고향 선배인 나평안 그리고 조조의 손녀로 나오는 조영(이들 또한 허구의 인물이다)의 관계를 이야기의 중심에 둔다.

조자룡을 빌려 난세를 통과하는 한 진중한 영웅을 흠모하는 영화는 조자룡의 전성기를 과감하게 생략한다. 상산 출신의 촌부가 평안한 세상에서 가족을 꾸려나가기를 꿈꾸며 군대에 자원하는 때부터 그가 촉나라의 왕자를 구하면서 명성을 얻기까지가 영화의 전반부를 차지하고, 말년의 조자룡이 조영에 맞서다 장렬한 최후를 맞는 봉명산의 일전이 후반부를 장식한다. 오호장군으로 임명된 조자룡이 불패의 전공을 쌓는 20여 년의 시간은 내레이션과 짧은 영상으로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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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대규모 전투장면의 격렬한 호흡과 장엄한 중국 평원의 절경을 즐겨 담지만, 영화의 주제를 놓고 보면 그건 서비스에 가깝다(게다가 중국에서 줄줄이 나오고 있는 휘황찬란한 시대극들에 비해 특별히 더 나을 것도 없다). 이미 유덕화와 수작 스포츠영화 <파이터 블루>를 만든 바 있는 이인항이 <삼국지: 용의 부활>에서 다시 의도한 건 진한 남성미를 느낄 수 있는 드라마다. 영화는 조자룡과 두 인물- 조영, 나평안- 의 대비를 통해, 큰 뜻을 품은 남자가 영광, 환희와 함께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시련, 배신, 절망을 군더더기 없이 묘사한다.

감독 이인항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를 묻고자 <삼국지: 용의 부활>을 만들었다고 했다. 삶의 근원적인 질문에 해당하는 그 경지에 영화가 도달했다고는 볼 수 없다. 단점 또한 없지 않아서, 타이틀을 보고 <삼국지>의 모든 것을 기대할 경우 아무래도 실망할 것이며, 인물의 설정과 영화의 주제가 시대를 초월한 멋을 풍기지 못하고 다소 구식으로 흐른다. 반복해 말하자면, <삼국지: 용의 부활>의 장점은 인간미를 풍기는 한 영웅의 흥망성쇠를 깔끔하게 표현해놓은 데 있다. 심오함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방울의 눈물을 흘릴 정도의 감동은 준다. 한 번쯤 볼 만하다는 이야기다.

* 지난 월요일에 있었던 <삼국지: 용의 부활>의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는 세 주연배우의 등장으로 들썩거렸다. 한국에서 아직도 엄청난 팬을 몰고 다니는 유덕화의 힘을 새삼 실감하는 자리였다. 유덕화는 늙지 않은 실제 모습 너머로 나이를 먹어가는 남자의 얼굴을 정감 넘치게 표현할 줄 아는 배우다. 그의 외모 자체가 영화의 스펙터클이다. 홍금보는 무대에서 근엄한 표정을 짓는 편이었고, 극중 배역도 그리 코믹한 것이 아닌데, 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자꾸 웃음이 나온다. 아무래도 옛날 영화들의 영향이 크다. 무대에 선 매기 큐의 모습은 독기를 잔뜩 품은 영화 속의 그것과 사뭇 다른 것이었다. 한국에 오지는 않았으나, 극중 관우 역으로 출연한 적룡은 살이 너무 쪄서 조경환을 떠올리게 했다.

Posted by 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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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조자룡은 이렇지 않다능!!!!!!!!!! ㅠ.ㅠ

  2. 조자룡좋아요^^ 2008/03/28 23:33

    얼마전에 삼국지를 다시 봤는데..
    소설은 아니고 만화책으로다가 ^^;
    조자룡을 제일 좋아해서 이번 영화 더 기대하고 있습니다
    유덕화도 좋아하는 배우구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꾸벅..

    • ibuti 2008/03/29 11:33

      ^^ 저도 사실 만화 삼국지에 더 익숙해요. 어떤 만화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때는 고우영 삼국지가 인기였거든요.

  3. 조자룡이 조영에 맞서다 장렬한 최후라구요? 이런...이런...이런...이런...
    나의 조자룡은 절대 이렇지 않다는..

    단 한번도 패한적이 없는 조자룡은 자기 침대에서 잘 주무시다가 돌아가시는데...이런 이런...(이문열의 삼국지에선 그렇더라구요. 워낙 다양한 이야기가 많아서...)

    • ibuti 2008/03/29 22:38

      삼국지와 조자룡의 팬이라면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이인항 나름의 허구인지라...

      아! 그리고 영화 속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모습은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제가 좀 오버해서 표현했군요. 죄송.

  4. 질풍노도 2008/03/29 14:35

    왠지 조자룡 이미지하면 긴머리 휘날리며 싸우는 이미지였는데.. (저에게는요 ㅎㅎ)

    • ibuti 2008/03/29 22:40

      질풍노도님은 그런 이미지로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짧은 머리에 다부진 체격의 남자로 기억하고 있거든요. 판본마다 이미지가 다 다르니...

  5. 유덕화는 정말 나이를 먹을수록 더 멋있어지는 배우지요.. 마치 알파치노처럼.
    한국에서는 장동건씨가 나이를 먹을수록 멋있어질 상이라 생각하여 그의 10년 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ibuti 2008/03/29 22:42

      저도 젊었을 적의 유덕화보다 요즘의 유덕화가 더 마음에 들더군요. 말씀하신 걸 보면서, 장동건도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6. 조자룡 2008/03/29 22:42

    삼국지에서 유비의 아들 아두와 관련한
    얘기가 정말 찡했었는데...
    그걸 꼭 영화로 제대로 한번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볼 수 없나 보군요...
    조자룡의 무운을 큰스크린에서... T_T

    • ibuti 2008/04/02 00:45

      극중에 유비의 아들이 잠깐 등장하긴 해요. 그러나 눈을 돌리시는 게 나을 듯. 전 그에 대해 잘 모르지만, 묘사가 좀 민망한 수준이거든요.

  7. 김학영 2008/04/01 11:54

    파이터 블루^^; 유덕화옹의 오랜만에 나온 좋은 영화였는데..ㅠ_ㅠ

    렌탈샵에서 사람들한테 추천했다가 옴팡지게 욕먹은ㅠ_ㅠ 나만의 수작인줄 알았는데
    ㅎㅎㅎ 여기서 평가 받네요~^^ 좋은글이였습니다~~ ㅎ

    • ibuti 2008/04/02 00:46

      <파이터 블루> 좋은 영화였죠? 그 때가 홍콩영화가 한국에서 한참 내리막길을 걸을 때라 제대로 소개가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8. 조자룡이 아니라 조운 아니던가요?
    조운이 이름이고 자룡이 호였던걸로 기억합니다만...

    어쨌든... 기대되는 영화에요~
    요새 중국영화들이 기가긴 침체기를 끝내고 서서히 일어서려는 것 같습니다.

  9. 저두 조운의 팬으로서 이 영화를 오늘 봤습니당.
    첨에는 유덕화와 조운은 그리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너무 소설 삼국지의 스토리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나름 볼 만 했습니다.최근에 이 정도로 집중하며 본 영화도 드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