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지면, 함께 헤엄쳐야한다.
목소리는 의로우나 마음이 곱지 않은 남자. 나는 마이클 무어를 그렇게 생각해왔다. <더 빅 원>까지는 그나마 소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화씨 9/11>에 이르러 그는 선정주의에 빠진 남자처럼 보였다. 그래서 <식코>를 보러 가는 내 마음은 불편했다. ‘민감한 사안을 또 하나 건드리려고 하겠군. 어디 또 얼마나 날뛰는지 봐야지.’ 곱지 않은 건 내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식코>를 보면서 나는 울었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진 못된 현실이 서글퍼서 울었고, 그게 꼭 먼 나라의 이야기 같지 않아서 울었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하려고 애쓰는 마이클 무어의 진심이 고마워서 울었다. <식코>는 마이클 무어가 이제껏 만들어온 영화 중 가장 성숙한 것이며, 설령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식코>를 보면서 그냥 웃어넘기기란 힘든 일이다.
<식코>는 민간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미국 의료보험의 실태를 고발하는 영화다. 3억 인구 중, 의료보험에 가입할 돈이 없는 빈민층과 가입자격이 안 되는 5천만 명은 물론, 2억 5천만 명의 가입자들조차 의료복지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하나씩 소개된다. 까다로운 가입 조건, 지나친 보험료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 가입자들은 병에 걸렸을 경우 진단과 치료에 드는 엄청난 비용으로 인해 허덕이게 된다. 왜냐하면 보험사가 이런저런 조건을 들어 비용의 지급을 거부하고, 치료비 자체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탓이다.
마이클 무어는 그 원인을 민간기업의 생리와 운영 형태에서 찾는다. 닉슨 시절, 의료 서비스의 개선을 빌미로 시작됐다는 민간 의료보험은 결국 사기업의 전형을 보여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기업이 어떤 곳인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민간기업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리가 없다. 마침내 클린턴 시절, 힐러리 클린턴이 선봉장이 되어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을 시행하고자 했으나, 사회주의에 대한 민감도 면에서 한국과 1위를 다투는 미국인들은 새로운 제도를 ‘빨갱이의 그것’이라고 선전하는 이익집단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결과는 뻔했다. 의료보험회사의 수익이 엄청난 기록을 자랑하고, 투자자들이 벼락부자가 될 동안, 많은 미국인들은 ‘돈이 없으면 죽는’ 세상을 한탄해야만 했다.
그간 영화에서 대기업과 정치인들을 직접 공격하는 행태를 취했던 마이클 무어가 이번에 택한 노선은 ‘우회’다. 의료보험 회사의 로비에 넘어가 정치자금을 받은 더러운 정치인(그 안에는 침묵을 지킨 힐러리 클린턴도 포함되어 있다)이 언급될 때도 있으나, 무어는 의료보험의 주역들을 직접 찾아가 시비를 걸지는 않는다(막강한 의료진이 배후에 자리한 의료보험회사와 맞붙는다는 게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대신 그는 빈부와 상관없이 아픈 사람은 비용을 신경 쓰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또한 그래야 한다고 믿는 캐나다, 영국, 프랑스의 국민들과 의료기관을 찾아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아본다. 그리고 미국의 적국인 쿠바에까지 미국의 환자들을 데려가(해프닝의 결과이긴 하지만)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어가 얻어낸 결론은 ‘공공재, 공공 서비스의 경우 가진 자가 나눔으로써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국민은 정부가 자신들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에 빠지면 함께 헤엄쳐야 살 수 있다”고, “국민들은 절대 어리석어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마이클 무어의 일방적인 결론과 선동적인 태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그가 찾은 나라라고 해서 빈곤한 사람들이 받는 의료 혜택이 무조건 좋을 리 없으며, 의료 서비스 하나로 미국과 쿠바를 평가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충분히 수긍 가능한 것이다.
천박한 자본주의를 살아온 자들은 수중의 돈이 자기 혼자의 힘으로 벌어들인 것이라고 착각한다. 결국은 제로섬 게임인 경제에서 한 사람이 부를 얻을 경우 다른 누군가의 주머니는 가벼워지기 마련이다. 세상의 1퍼센트가 80퍼센트의 부를 독점하고 있다면, 그 부는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가. 무어는 그 부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기본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공재, 공공 서비스가 민영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병원이 환자를 내버리는 현실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진 자의 정부가 국민들을 마음대로 휘두르도록 가만히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돈 밝히는 인간들이 권력을 새로 잡자 그들 주변으로 쓰레기 같은 자본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수도와 의료보험의 민영화 이야기가 왜 나오고 있겠나. 지금의 의료보험 혜택이 더 커져야 할 판에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한국의 가진 자를 절대 믿지 않는다. 그들은 불과 이십 년만에 강남의 18평짜리 아파트 한 채 값을 한 평 값으로 바꾸는 기적을 이룩한 인간들이며, 국민들의 푼돈을 모아 일족의 왕국을 건설하는 파렴치한들이다. <식코>를 보면서 제발 이 영화를 전 국민이 봤으면 좋겠다 싶었다. 아니, 최소한 보수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다 봐줬으면 싶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선거로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한다. 당신의 의로운 목소리가 필요한 때다.
* 엔드크레딧에 ‘커트 보네거트에게 모든 걸 감사드린다.’는 문구가 나온다. 한 사람의 지성으로서 부시에게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었던 보네거트가 떠나고 없는 지금, <식코>는 마이클 무어가 그에게 바치는 헌사가 아닐까.
★★★★
2008/03/27 - [최신개봉작 / 예정작] - 식코 - Sicko (2007)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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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식코 (Sicko 2007)
Tracked from 2008/04/20 12:36 삭제마이클 무어식의 유머가 영화 식코(Sicko 2007)에도 여지없이 녹아 있어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한계점에도 불과하고 이 영화는 재미있다. (그가 발표한 모든 영화에 무어식 유머와 장난끼가 가득하긴 하다^^)극장안에서 키득키득 웃는 사람들이 여럿이었다는 걸 보더라도 이 영화는 그저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지루하게 나열하기만 하는 그런 식의 영화는 아니다.전반부에는 의료보험의 피해자, 의료보험회사의 정치적 로비로 정치인들을 매수하여 정책을 유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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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반대하는 1人
우리, 목소리를 모아보자구요.
식코를 보면 왜 건강보험을 민간기업에게 넘겨주려하는지 2MB의 의도를 알겠더군요... 더 분노를 느끼게되고 한숨이 앞을 가립니다. ㅠㅠ 우리나라도 저런 영화를 만들수있고 저런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의 다양성과 선진성이 절실하다고 생각되네요...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 잘 짚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안타깝다... 없는 사람은 더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
앞으로 몇 년은 답답하게 지내야하겠죠..
그냥 답답하게 지내지는 말구요, 이번 총선 때 목소리를 내야죠.^^
보고나면 가슴이 답답해질것 같군요.
정말로 민간기업으로 넘어가기 전에 건강 보험서 일하는 작자들은 정신좀 차리길 바랍니다.
그렇게 가져다 바쳐도 돈관리 제대로 못해서 적자보고 있다는 말 들을때면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나쁜 정부는 어리석은 국민이 먹여 살린다지요. 우리 모두 똑똑해지면 못된 짓거리는 못할 겁니다.
놈현이 벌어논 일에 제대로 욕얻어먹는 2MB이 생각나게 해주는 영화죠
잘못한 일이 있다면 고쳐야 할 것이고, 다시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데...
놈현이 뭘 벌여놓고 욕먹는게 왜 MB인지 웃기는 인간이네
의료보험 민영화 하려고 수작부리는건 MB인데
이런 MB같은 인간을 봤나
영화 보기도 전에 영화를 본 느낌입니다
훌륭한 평입니다..
마이클무어는 늘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클 무어는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개봉하면 꼭 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개봉하면 친구분들과 꼭 같이 가서 보세요.
전 '볼링 포 콜럼바인'을 DVD 처음 나왔을 때
책하고 같이 준다고 해서 사서 봤는데..^^;;
다큐멘터리도 이렇게 재밌게 만드는구나 싶더군요.
그 작품 외의 마이클 무어의 영화들은
기회가 안닿아서 못봤는데
'식코'는 꼭 챙겨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번엔 재미에 더해 감동까지.^^
요즘 안 보이시던데, 별일 없지요?
별일은 없지만 안그래도 시사회 못가서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거의 집에만 있다보니 폐인되는 것 같고요.
4월에는 몸도 움직일겸 돌아다닐 생각이라
그때 꼭 좀 뵙죠.^^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이번 총선때는 한표 행사 확실히 해야겠습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수 없는 상황이
정말 답답하네요..
헉, 동시댓글이군요.
떠나지 마세요. 우리 땅인데 나쁜 것들이 설치게 놔두면 안되죠. 꼭 한 표 행사하시길.
이 영화는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의도대로 의료보험의 당연지정제가 폐지된다면, 아마도 미국처럼 대재앙을 맞게 되겠죠. 한국의 의료서비스가 질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삼천원으로 어쨌든 의사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것입니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한국식의 의료보험 제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감기에 걸려 동네 병원에 가서 약을 받으면 약 50달러 이상 그러니까 3만 5천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치과에서 진료를 받으면 100달러, 거의 7만원이 들죠. 조금 큰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찰받고 소변검사 정도 하고 약을 받으면 우리 돈으로 거의 이 십만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프랑스처럼 외국인도 의료보험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싱가포르의 현실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교육이나 의료제도에서 좋지도 않은 싱가포르를 따라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떠오르는 무서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영화의 얘기가
남의 나라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으니
소름이 돋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정말 무책임한 투표들을..
뿌린대로 거둔다는 격언 그대로가 될거 같아 무섭습니다..
댓글 단 인간들이나 원글 쓴 인간들이나 낚였구만
마이클 무어는 극단적인 예를 일반화하는데는 선수인 감독이지.
내가 지금 미국 생활 10년짼데
이 쉐리 말하는거 물론 문제점있지만 이걸 일반화하는건 절대 말도 안되는거야.
맹박이 싫어하는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 또라이 감독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믿지는 말게..
쩝..댓글들 꼬라지 하고는~ 영화 하나 보고 진실을 본냥~ ㅋㅋㅋ
우습다.
댓글 단 인간들이나 원글 쓴 인간들이나 낚였구만
마이클 무어는 극단적인 예를 일반화하는데는 선수인 감독이지.
내가 지금 미국 생활 10년짼데
이 인간 말하는거 물론 문제점있지만 이걸 일반화하는건 절대 말도 안되는거야.
맹박이 싫어하는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 또라이 감독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믿지는 말게..
쩝..댓글들 꼬라지 하고는~ 영화 하나 보고 진실을 본냥~ ㅋㅋㅋ
우습다.
한숨만 나오네 결국은 이렇게 되가는구나 잘된 의료보험체계를 원점을 돌릴려하니 이 영화 보면서 너무나도 끔직하군요 결국은.... 총선을 전으로 이영화를 봤다는게 내 나름으로 다행이군요 막아야지요 절대로 이건 안됩니다 앞뒤 구별없이 그냥 나 노가다 출신이요 하는건지 배고프다고 밥한공기에 찍어준유권자들 어떻할꺼냐구............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의료보험민영화에 관한 글과 만화를 많이 봤습니다.
국민을 죽이는 저런 짓을 왜 할려는지 모르겠군요.
정말 무섭습니다...
돈에 눈이 뒤집히면 남이야 죽건말건 뵈는게 없죠
함께하는 세상이라는 의미를 알까 몰라요 MB류의 인간들은
요번 한국 이슈와 맞아떨어지면서 한국내에서도 유명해졌구나..
외국에서 학교 총기난사사건이 날때마다 볼링 포 콜롬비안이 생각나듯이..
마이클 무어처럼 저렇게 누군가의 가슴을 콕콕 찌를 수 있는 다큐형식의 영화가 한국에도 빨리 나왔으면..
국회의원들 단체관람시켜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