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호러 거장의 마지막 영화
<쇼크>는 마리오 바바의 마지막 극장판 영화입니다. 그 뒤에 텔레비전 영화 <일 섬의 비너스>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 정도면 공식적인 퇴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영화는 마리오 바바가 전권을 휘두른 영화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일단 각본은 아들 람베르토 바바와 동료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쓴 것이죠. 람베르토 바바는 조감독으로도 참여했고 종종 아버지를 대신해 연출자로 뛰었습니다. DVD 인터뷰에 따르면 이 영화의 가장 좋은 몇몇 장면들도 사실은 람베르토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는군요. 아들이 달려오다가 갑자기 어른 유령으로 바뀌는 장면과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 장면은 좋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이죠.) 마리오 바바는 이 영화를 통해 아들에게 자립할 기회를 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귀신들린 집 이야기입니다. 요새 영화들과 비교하면 <오퍼나지-비밀의 계단>과 비슷해요. 7년 전 남편을 잃은 여자가 새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이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왔는데, 거기서 계속 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거죠. 아들은 귀신에 들린 것처럼 괴상한 행동을 하고 죽은 남편의 유령이 피를 흘리면서 나타나고요. 여자주인공은 점점 정신적으로 붕괴되어가고 결국 영화 후반엔 7년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집니다.
영화는 옥석이 섞여 있습니다. 일단 단순무식한 아날로그 특수효과가 창의적으로 사용된 장면들이 꽤 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유령 등장 장면이 대표적이죠. 평범한 중산층 이탈리아 가족의 일상 속에 고딕 호러의 충격을 비벼넣는 방식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어요. 주인공인 다리아 니콜로디는 분명 오버액팅을 하고 있지만 70년대 호러의 분위기에선 맞는 연기죠. 하지만 이야기는 다소 뻔하고, 호흡조절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종종 늘어지며, 잘 먹히는 공포장면보다 안 먹히는 장면들이 더 많습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가구들이 뛰어다니고 면도날이 날아다닐 때는 맥이 팍 풀려요.
바바의 영화로서 영화는 중간 정도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단 분명한 바바 스타일은 찾기 힘들어요. 노련한 거장이 남의 아이디어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긴 한데, 이게 완전히 영감 취향은 아닌 겁니다. 하지만 그의 뒤를 이어받은 젊은이들이 거장의 스타일을 흡수해서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니, 바바 자신은 꽤 흐뭇했었을 수도 있겠어요. (08/03/19)
기타등등
제가 이 영화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이 영화의 유령이 굉장히 재수없기 때문입니다. 죽을 때까지 자기가 잘한 건 하나도 없었으면서 꼭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의 발목을 잡아야 할까요? 하긴 그렇게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작자였으니 유령이 되어 7년 동안이나 떠돌고 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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