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거짓말
<어웨이크>는 ‘마취 중 각성’으로 깨어난 남자의 이야기다. 퍼뜩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수술 중에 깨어난 아이의 복수극인, 이규만의 <리턴>이다. 결과를 보면, 그럴싸한 소재를 가지고 허탕을 친 <리턴>에 비해 <어웨이크>는 같은 소재를 아주 경제적으로 사용한 편이다. 여기엔 궁색한 잔머리도, 억지로 끼워 맞춘 이야기도 없다. 상영시간마저 깔끔하다. 84분.
영화는 수술 중에 죽은 환자와 그를 수술한 의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수술을 받던 주인공이 죽었으니 우리는 영화의 결말을 알아버린 셈이다. 대담한 도입부에 이어 죽은 남자의 하루가 30분 동안 전개된다. 뉴욕 소재 투자회사의 대표로서 시장을 주무르는 22살 청년 클레이.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은 그에겐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와 어머니의 비서는 교제 중이지만, 어머니의 반대가 두려운 탓에 그 관계는 비밀스럽다. 운명의 날, 그는 어머니에게 둘의 관계를 밝힌 뒤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런데 하필 그날 밤에 찾던 심장이 구해지고, 클레이는 수술대에 오른다.
자, 여기서부터 더 이상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요즘 영화들에서 익숙한 반전상황? 물론 <어웨이크>에도 나온다. 그래야 재미있을 테니까. 단, 그게 혀를 찰 정도로 기발한 유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웨이크>는 재미있다. <어웨이크>는 대단하고 독창적인 이야깃거리를 준비하는 대신, 관객들의 뻔한 짐작들을 살짝 살짝 비켜나며 잔재미를 추구하고자 한다. 신인감독은 자기 능력에 맞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그 결과 예쁜 얼굴의 남녀 주인공은 어깨의 힘을 빼고 가볍게 영화에 임했다.
스릴러를 표방한 <어웨이크>의 감독 조비 해롤드는 드라마에도 재능이 있음을 보여준다. 적어도 <어웨이크>만 보면 그렇다. 마취 상태로 들어가지 못한 주인공은 몸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을 다른 곳으로 집중하려 애쓴다(조그만 고통에도 민감한 나로선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일까 싶다만). 그리고 그가 몸과 영혼이 분리된, 혹은 꿈을 꾸는 듯한 상태에서 사건을 정리하고 진실을 깨달을 동안, 병실 밖에서는 또 다른 드라마가 벌어지고, 오랜 비밀이 벗겨진다. <어웨이크>는 숨겨진 비밀과 못된 거짓말에 관한 영화다.
<어웨이크>가 싸구려 스릴러로 전락하지 않은 건, 수술과 실수와 복수라는 간단한 공식을 깨고 드라마와 그럴싸하게 결합한 덕분이다. 물론 진부한 결말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도 있겠고, 스릴러의 급박한 상황을 기대한 사람은 함량미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이 정도면 대중영화로서 성공적이라고 본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어웨이크>는 히치콕을 존경하는 청년이 만든 귀여운 <식스 센스> 같다.
* 어리석은 말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수술중 각성이나 마취중 각성을 이해할 수 없다. 온몸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굳어 있는 상태라면 몸의 신경조직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신경조직을 통해 통증이 뇌로 전달되지 않을 텐데, 단지 정신이 깨어 있다고 해서 통증을 느낄 수는 없지 않을까? 실례로, 얼마 전 전신마취 도중 깨어난 지인이 있다. 그는 의사선생을 보면서도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했다.
★★★
2008/03/20 - [최신개봉작 / 예정작] - 어웨이크 - Awake (2007) by DJUNA
2008/03/19 - [최신개봉작 / 예정작] - 어웨이크 - Awake (2007) by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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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 저도 정말 궁금하네요.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개인적으로 추측하기에는 뇌나 내부 감각기관이 자극을 받은 걸로 착각?을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실제로 수술이 아픈 건 아닌데, 너무 아프다고 착각을 하는?
전기가 나가서 춥지도 않은 냉동실에서 얼어죽은 사람 이야기처럼...
예전에 가위에 눌렸을 때 실제로 직접적으로 자극을 받을 리가 없는 감각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촉각은 물론이고 미각까지...(-_-;
아유해피님도 저처럼 궁금했군요.^^
예전에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니 마취는 감각이 없는게 아니라 감각이 있는데 없는 걸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라서 1. 수면제로 수면 유도 2. 신경계의 차단과 같은 순서인 것 같더군요.
즉 지인 분은 1번만 풀린 경우이고, 2번의 경우도 뇌 전달 방향의 신경만 풀리고, 뇌에서 말단의 운동 신경 방향으로는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의학계에서는 원인을 알지 못하고 정식으로 그런 현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는 합니다만.
미국에선 모르겠고, 한국에선 수술중각성과 후유증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신경계의 역학관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리뷰를 올리기 전 그 부분에 대해 공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은 익스트림무비 편집진이 놀고 있나봐요?>
저희는 팀블로그로서 오타 등의
특별한 오류가 없는 한
필자분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궁금증을 올렸을 뿐인데, 괜히 편집진에게 누를 끼친 꼴이 되어버렸네요.
그리고 미루님, <어웨이크>에서 '마취중각성' 자체는 영화의 해석에 큰 의미가 없답니다. 그런 것까지 공부해서 글을 올리기는 솔직히 힘들어요. 다만 제 성의가 부족하다고 느끼셨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쓴소리를 달게 받을게요.
마지막 내용은 없는게 나을듯합니다
글쓰신분은 이해하실 수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그런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몸이 굳어져 있다고 신경 조직이 느끼지 못한다는건 근거가 있는 얘기인가요 ?
차라리 귀신나오는 공포영화들에게 귀신이 있다는걸 이해할수 없다라고 쓰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시카알바 볼려고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영화..
리뷰중에..
히치콕을 존경하는 젊은이가 만든 귀여운 식스센스같은 영화..
라는 말이 참 와닿았네요..
제 가려운 부분 긁어주신 느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