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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전문 감독 켈빈 통의 새로운 시도

몇 명 되지 않는 싱가포르 영화감독들 중에서 호러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켈빈 통(Kelvin Tong)이다. 그는 1999년에 <Eating Air>라는 10대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2005년 작인 <메이드 - 하녀의 저주>(The Maid)로 부천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알려졌다. 나 역시 그 때 <메이드>를 보게 되었다. 싱가포르 사회는 이 ‘메이드’(싱가포르 정부는 ‘foreign domestic helper'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를 둘러싼 문제에 민감하다. 실제로 메이드들에 대한 학대 사례들이 많이 존재한다. 물론 고용주들도 메이드들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한다.

에릭 쿠도 이 메이드들에 대한 학대 사례를 가지고 <휴일 없는 삶>이란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나는 아직 못 보았다). 이 제목은 상징적인데 현실적으로 싱가포르에 고용된 메이드들은 휴일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계약 상에 휴일 없이 일하기도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휴일을 얻어 하루를 쉬면 20-30달러를 월급에서 제한다. 이 돈은 그들에게는 매우 큰돈이기 때문에 휴일 없이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메이드 문제를 켈빈 통은 호러장르를 통해 접근했다. 그 영화가 과연 싱가포르 사회의 메이드 문제를 현실적으로 재현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그 시도 자체는 신선했다고 평가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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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 in White>

작년에 나온 그의 <Men in White>는 이른바 ‘호러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싱가포르 사회에 대한 풍자를 하면서 아시아적인 ‘귀신ghost’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아시아의 귀신과 서구의 '괴물monster'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가? 좀 산만한 스타일의 이 코미디 영화는 그렇게 무섭지도 재미있지도 않지만, 감독이 그 질문을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귀신은 무엇일까? 아니 귀신은 존재하는 것인가? 이 질문을 켈빈 통은 다시 던진다. 그의 신작 <제1규칙>(Rule #1)은 귀신이란 존재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한다. 싱가포르가 아닌 홍콩에서.

켈빈 통이 싱가포르가 아닌 홍콩을 촬영지로 선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싱가포르는 심각한 호러영화를 찍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공간적으로 많은 차이를 가진다. 언뜻 보기에도 홍콩이 싱가포르보다 더 복잡하고 협소한 공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그 숨이 막힐 것 같은 구조의 아파트들을 생각해보라. 서극의 <순류역류>를 보았다면 그 아파트들이 어떤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에도 HDB라는 이름의 정부임대아파트들이 많이 있지만, 홍콩과 같은 즉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경찰이다. 아시아에서 홍콩은 경찰과 범죄를 가장 영화적으로 보여주는 도시일 것이다. 경찰과 귀신이 등장하는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그래서 홍콩이 될 수밖에 없다.

여문락이 연기하는 리(Lee)는 경찰이다. 그는 지하 주차장에서 40세 정도의 남자가 운전하는 차를 검문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차 트렁크 안에는 10대 소녀의 시체가 있었고 리는 그 남자와 총격전을 벌이고 부상을 당한다. 그 과정에는 리는 트렁크에 있던 소녀의 시체가 일어서는 것을 본다. 이제 그는 귀신을 보게 된다. 회복된 그는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는데 그곳의 이름은 ‘잡무과’이다. 그 부서가 하는 일은 귀신이 출몰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의 설정은 경찰영화에 귀신영화를 접합시켰다고 볼 수 있다. 리의 상관인 왕(Wong) 형사(정이건)는 귀신의 존재를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신참 형사에게 자신들의 업무의 제1규칙을 말해준다. 그것은 ‘귀신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이 말은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이 말의 의미는 ‘귀신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이다. 만약 시민들이 귀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왕 형사는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시민들로 하여금 ‘귀신은 없다’라고 안심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그런데 정말 귀신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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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고 생각된다. 죽은 후에 사람의 영혼이 어떻게 되느냐를 두고 여러 종교는 관점을 달리 한다. 어쨌든 귀신이란 존재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시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서구 호러영화의 ‘좀비‘와는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으로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living dead'이다. 좀비에게 영혼이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 영화는 없는 것 같다. 물론 계속해서 좀비영화도 진화를 하고 있기는 하다.

아시아 호러에서 죽은 이는 ‘영혼‘이 되돌아온다. 영혼이지만 형상은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링>의 사다코나 <주온>의 가야코는 영혼과 함께 육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육체로 보이는 형상이 물리적인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렇게 귀신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의 문제는 사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것은 귀신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감독들의 답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귀신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담긴 영화

켈빈 통은 사다코나 가야코처럼 귀신을 재현하지 않는다. 그는 보이지 않는 영혼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사람의 육체로 침입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으로 이동을 한다. 즉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왕 형사는 그 귀신의 영혼을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지만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고 접촉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그렇다. 언뜻 보면 매우 설득력 있는 설정으로 보인다. <링>을 새롭게 변주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 나쁜 원한을 가진 영혼을 퇴치하는 방법은, 그것이 사람에 침입한 상태에 있을 때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사람의 육체는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은 서구의 좀비영화를 연상시킨다. 좀비에게 물려 좀비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죽여 버릴 수밖에 없다.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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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 켈빈 통이 호러영화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는 우리가 귀신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리는 처음 귀신을 본 후 혼란에 빠진다. 아내에게도 자신의 일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계속 귀신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니 어떻게 귀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겠는가. 우리 주변에 사람들, 아니 우리 자신이 귀신이 아니라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가? 사악한 영혼은 왜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것일까? 연쇄살인범의 영혼은 다시 이 세상으로 와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정말로 왜 귀신은 다시 이 세상으로 귀환하는가? 서구의 이론처럼 억압받은 존재의 귀환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영화에서는 사악한 영혼이 사람의 몸에 침입하는 것은 막을 방법은 없다. 인간은 귀신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귀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뿐이다. 단지 사악한 영혼이 자신의 몸에 침입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켈빈 통은 이 영화를 통해서 웰메이드 호러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협력관계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이 프로젝트는 또한 보여준다. 할리우드식으로 영화의 미스터리를 마지막에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이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다양한 스타일이 혼합된 결과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이 영화를 통해 켈빈 통의 작업에 계속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가 지금까지의 아시아 호러를 종합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래는 <제1규칙>의 예고편)

Posted by Ryu Sang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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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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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고 보니까는 뭔가 딱 끌리네요. 한번 보고 싶습니다.
    (어디 영화제에서라도 소개됐으면 좋겠다는......)

  2. 바루전진 2008/03/16 16:06

    마치 설정이 덴젤 워싱턴 주연의 다크엔젤과 흡사 하네요.
    물론 영화 자체는 어떤지 모르지만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겨간다는 점에서요.

  3. 예고편이 굉장히 흥미롭네요.^^
    국내에도 소개가 됐으면 싶습니다.
    바루전진님 말씀처럼 다크 엔젤이랑 흡사한 것도 같네요.

  4. Ryu Sang Wook 2008/03/16 20:19

    저도 곧바로 한국에 수입이 되지 않더라도 부천에서 소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천 프로그래머가 부지런하면 여름에 부천 상영작 리스트에 이 영화가 포함될지도 모르겠죠....

  5. 보고싶다 2008/03/16 23:21

    요즘 호러가 좀 시큰둥했는데..
    요건 무지 땡깁니다.. 부천에서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보고싶다.. 흑

  6. 티엘린 2008/03/17 10:53

    감독이 싱가폴사람이지만.. 배경도 주연도 홍콩사람들이면 이걸 싱가폴영화로 봐야해요.. 아님 홍콩영화로 봐야해요... 리안감독이 헐리우드에서 찍으면 대만영화라고 해야하나요.. 헐리우드 영화라고 해야하나요.. 조금은 헷갈리네요....

    • Ryu Sang Wook 2008/03/17 13:59

      티엘린님이 말씀하신 것은 영화학계에서도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제 한국영화, 일본영화, 프랑스영화라는 식의 '내셔널시네마'라는 개념이 그 수명을 다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자본과 인력이 국제적으로 섞여 영화가 제작되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국가 단위로 영화를 구분하는 우리의 습관이 간단히 없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 영화는 일단 보면 '홍콩영화'로 볼 수 있겠지요. 홍콩에서 촬영되었고 홍콩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만다린으로 대사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싱가포르인이고 싱가포르의 레인트리 영화사가 제작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그러니까 아직까지 우리는 국가별로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따지고 있긴 하지만, 더 시간이 가면 그것이 더욱 더 별다른 의미를 가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단지 다양한 영화가 존재할 뿐이겠죠.

  7. 티엘린 2008/03/17 10:56

    여문락 정이건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정말 보고싶네요.. 둘다 눈빛이 맘에든다는 ㅎㅎ

  8. 아마도 들어간 자본, 스탭들 등에 의해 국적이 결정되겠죠.
    imdb에는 영화의 국적이 싱가포르 / 홍콩이라고 표기돼 있네요.^^

  9. 무자비한 호러는 아직 적응이 안되서 심령물이 좋아요
    영화 좋을거 같은데.. 우리나라엔 안들어오겠죠?
    홍콩영화들 거의 안들어오니 영화제에서나 해주길 기다려야겠네요..
    너무 보고싶어요.. >.<

  10. 요런거 2008/03/18 03:10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반드시 했으면 하는 공포영화들.. 이런거 한번 꼽아보면 어떨까요? 여긴 그런 영화들 소개들이 워낙 많으니.. 부천영화제에서도 참고를 하지 않을까 시퍼요.. 소개하신 영화 꼭 보고 싶은데..

  11. Ryu Sang Wook 2008/03/20 03:38

    켈빈 통의 영화는 이전에 부천에서 소개된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이 영화가 부천에서 상영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지금 (누가 하는지 모르겠지만) 프로그래머의 취향에 맞아야 가능하겠지요. 아마 소문이 나면 충분히 상영작 리스트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