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마술사 후디니의 허구적 로맨스
아무리 생각해도 가이 피어스는 해리 후디니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후디니는 다부진 체격의 작달막한 남자였어요. 그게 또 그 사람의 탈출마술사로서의 매력이기도 했고요. 가이 피어스처럼 늘씬하고 후리후리한 체격과는 거리가 멀었죠.
영화를 위해 변명을 한다면, 이 영화에서 가이 피어스가 분한 마술사 후디니는 성격 면에서도 모델과 그렇게 닮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탈출 마술을 하고 사기꾼 영매들을 폭로하고 다니지만, 그것뿐이에요. 그는 진짜 후디니보다 후디니의 이름을 단 전통적인 로맨스 주인공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다르다면 꼭 실존인물을 흉내낼 필요도 없겠죠. 그냥 로맨스의 기능에 충실한 게 낫습니다.
하긴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은 해리 후디니라는 이름의 마술사가 나오는 걸 제외하면 그냥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캐서린 지타-존스가 분한 메리 맥가비와 같은 인물은 존재한 적 없었죠.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잊혀질 수도 없었을 겁니다. 문제는 이 허구의 이야기가 실존인물과 잘 엮이느냐인데... 전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는 해리 후디니의 다소 애매한 위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후디니는 사기꾼 영매들을 폭로하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그의 후배인 제임스 랜디처럼 100 퍼센트 회의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니까 죽은 뒤 영매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려고 그렇게 공을 들였던 거죠. 영화는 메리 맥가비라는 사기꾼 영매를 등장시켜 그 모호한 매력으로 후디니를 유혹합니다. 그 최종목적지는 로맨스고요. 이건 논리적으로 이치에 맞습니다.
그러나 후디니 팬들이라면 이 이야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허구의 이야기라고 해도 후디니라는 이름을 단 마술사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후디니다워야하고 최소한의 전기적 사실은 지켜야죠. 그의 후반 경력을 이런 식으로 변조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닙니다. 초자연현상과 사기 사이를 어색하게 오가며 타협하는 결말은 그냥 비겁해보이고요. 후디니의 삶에서 아내 베스 후디니의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는 생각해볼 때, 메리와 후디니의 불륜은 더욱 어색해보입니다.
드라마로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가 별로 없어요. 메리 맥가비가 가진 건 캐서린 지타-존스의 섹스 어필과 미모뿐입니다. 캐릭터로서 별다른 매력이 없을뿐만 아니라 사기꾼 영매로서도 평범하지요. 후디니의 도전을 받아들여 현상금 1만 달러를 챙기려한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이 어설프니 후디니와 메리의 로맨스는 힘이 빠지죠. 관객들이 이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걸 안 각본가들은 후반에 프로이트 냄새가 물씬나는 핑계를 하나 제공하는데, 그 정도로는 이야기가 살지 못합니다. 결국 기본 설정만 간신히 채우고 영화가 끝나 버리죠.
기술적으로 <데스 디파잉: 어느 마술사의 사랑>은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20세기 초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고 연출도 안정된 편이며, 캐서린 지타-존스와 가이 피어스의 개인적 매력도 잘 활용된 편이죠. 저는 무엇보다 시어샤 로넌을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요. 하지만 그 이외엔 남는 게 별로 없네요. (08/03/12)
기타등등
1.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봉되는 영화입니다. 그 때문에 캐서린 지타-존스가 홍보차 우리나라에 들른다는군요.
2. 빨리 지나가서 많이 놓쳤는데, 에필로그의 번역은 자의성이 지나치더군요. 이건 직접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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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벤지가, 슈거맨이 알려준 대로 말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벤지는 정말 심령술 능력이 있는 건가요? 없는건가요?^^
전 스토리보다는, 모녀의 미모에 흠뻑 빠져서 영화를 봤어요~
리얼샤 로넌..큰 배우로 성장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이 피어스 케서린 제타존스라는 좋은 배우에 작은 아씨들의 감독 질리언 암스트롱의 작품이었지만 기대치를 못미쳤던건 사실입니다
첫째 내용이 굉장히 잔잔합니다(지겹진 않습니다)
둘째 실화작품이지만 사실과의 개연성이 좀 부족한거 같습니다(위에서 언급하신)
하지만 많이 모자라다거나 못만든정도는 아니죠
이것이 또 많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영화는 로맨스에 중심을 두고 만든듯 합니다
만약 실제로 작은 키에 근육질의 다혈질 남성을 주인공으로 썻다면 로맨스를 생각하긴 힘들었겠죠
그래서 가이 피어스는 후디니로 분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더군요
그래도 그가 늘씬한 몸의 로맨티스트라는 사실을 감추진 못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