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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부터 집으로

람보는 태국의 오지에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선교단이 찾아와 미얀마 국경마을로의 안내를 부탁하지만 람보는 거절한다. 그러나 한 여자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안내를 맡기로 한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람보는 미얀마에 데려다준 선교단원들이 타락한 군부에 의해 납치되었음을 전해 듣는다.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팔려온 용병들과 람보는 지옥 같은 곳으로 향한다.

영웅이 세상과 등지고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세상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람보에겐 더욱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극중 대사대로 그의 몸속에는 전쟁과 죽음을 갈망하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데, 그는 그것이 제대로 된 세상에서는 필요 없다는 걸,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에게 위험을 안겨줄 뿐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로 몸을 숨기며 사는 람보는 한 마리 호랑이처럼 보인다.

위기를 거부하는 용병들에게 던지는 람보의 말은 간단하다. ‘보통의 세상에선 무용지물인 우리들이 제대로 가치 있는 일을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국경마을에서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군인들과 타지에서 팔려온 용병들과 람보는 결국 같은 피를 타고 난 존재임을, <람보 4: 라스트 블러드>는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들에게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 피를 언제 왜 감추고, 언제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아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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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 시리즈’를 포함한 대다수 액션영화, 전쟁영화는 아군과 적군, 선과 악, 인간과 야만의 개념을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람보 4: 라스트 블러드>에서 람보와 미얀마 군인이 벌이는 한바탕 전투는 ‘야만 대 야만’에 다름 아니다. 그들은 그야말로 죽음을 담보로 피와 살이 튀는 지독한 싸움을 벌인다. 거기에 상대방에 대한 예의나 관용, 용서는 없다. 도덕과 선은 싸움에서 이기거나 진 다음의 문제다. 심지어 영화는 관객의 마음 -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믿는 람보 편이 이기기를 바라는 - 에도 관심이 없는 척한다.

물론 우리는 람보와 그의 사람들이 결국 이기리란 걸 안다. 그러나 <람보 4: 라스트 블러드>를 보면서 뛰는 심장은 그런 예상과 기대를 훌쩍 넘어선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눈과 귀에 밀어붙이는 힘이 하도 대단해서, 어지간한 전쟁영화나 게임의 전투 같은 건 우습게 여겨질 정도다. 일부러 구식 스타일로 찍은 영상과 거친 분위기도 그런 느낌에 일조한다. 영화를 보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게, 참 오랜만이다.

싸움에서 이긴 뒤 람보는 다른 사람들과 멀찍이 떨어진 채 서있다. 그리고 사랑했을지 모르는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허락되지 않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람보는 세상 밖에 있음직한 고향집으로 마침내 돌아온다. <람보 4: 라스트 블러드>의 마지막 장면은 숭고하다. 사람의 그림자라곤 보이지 않는 쓸쓸한 목장. 그는 더 이상 총과 피에 미친 전쟁광이 아니며, 앞으로 고독과 더불어 황야에서 살아갈 것이다. 오늘에야 나는 람보가 미국식 영웅의 원형인 서부 사나이의 후손임을 깨달았다. 요즘 실베스터 스탤론은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서 얻어낸 무게가 과연 어떤 것인지, 나약한 세상에게 보여주기로 작정한 것 같다. (2008.2.20)

★★★☆

* 이 영화에는 여러 제목이 있다. 내가 시사에서 본 버전은 <John Rambo>라는 제목이 붙은 것이었다.

* 람보가 용병에게 크레모어를 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그걸 지뢰라고 번역해놓았다. 잠시 후에 나오는 거대한 폭발을 안 본 건가. 어찌 그런 번역을.
 
* 용병 역을 맡은 배우 중에 동양인이 한 명 있는데 그가 한국계 배우 팀강이라고 한다. 한국 이름은 강일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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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2 - 람보 4: 라스트 블러드 - Rambo (2008) by DJUNA
2008/02/22 - 람보 4: 라스트 블러드 - Rambo (2008) by 다크맨
2008/02/26 - 람보 4: 라스트 블러드 - Rambo (2008) by makeneko

Posted by ibuti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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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영화 "람보4" - 국내 개막명: Last Blood (미국원제: John Rambo) 에서 람보의 아버지 이름이 뭘까요?

    Tracked from [Naerro™]- 會者定離 去者必返 2008/02/24 13:21  삭제

    람보4에 대한 감상평은 아닙니다. 그 부분은 다른 블로거들의 글을 읽어 보시는것이 좋겠네요.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요.. 어제 저녁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우연히 봤습니다. 람보-국내 개막명 Last Blood (John Rambo)의 포스터 다른 블로거들의 영화평 처럼 정말 80년대의 액션을 다시 보는 것 같아서 상당히 재밌게 봤습니다.^^ 흠..스포일러 일지도 모르지만..... 영화 내용중에 위험지역으로 안내해 달라는 미국인 여자 선교사와 말싸움을..

  2. Subject: 근육질 할아버지 람보를 보고오다. - 람보4

    Tracked from blog/Draco 2008/03/03 11:49  삭제

    공식적인 제목은 Rambo인데, 람보4라고도 불리고, 존 람보(John Rambo), 라스트 블러드(Last Blood)등 수많은 제목으로 불리고 있는 람보 시리즈 4번째 영화를 보고 왔다. 제발 영화만들때 임시제목 좀 자꾸 바꾸지 마라..;;영웅은 등짝으로 말한다....;;(이하 스포일러 주의)이 영화는 정말 화끈하다. 액션의 시원함과 화려함만으로 치면 최근 어떤 영화와도 상대가 가능할 정도로 대단하다. 그만큼 실베스터 스텔론의 노익장은 대단하고...

  3. Subject: [Team _ WAF] Rambo (2008) (람보4) *AC3*

    Tracked from 개구쟁이♡WAF 2008/07/16 10:39  삭제

    Rambo Rambo IV: In the Serpent's Eye 실베스타 스탤론 실베스타 스탤론, 쥴리 벤즈 미라맥스 (주)스튜디오 2.0 미국 93분 액션 2008.02.28 http://www.rambo4.co.kr 태그라인 액션의 끝! 그가 온다! 시놉시스 진정한 액션의 끝! 그가 돌아왔다!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람보(실베스타 스탤론)를 찾아온 선교사들은 무자비한 살상이 자행되는 미얀마(버마)의 냉전 지대로의 안내를 부탁하지만 단호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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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람보팬 2008/02/25 02:02

    간만에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낀 영화였어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여기 보니 람보 평이 무려 3개나..
    놀랬습니다 ^^

    • ibuti 2008/02/26 11:27

      람보팬님이시면 충분히 그럴 만해요. 80년대의 근육질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 좋았습니다.

  2. 이번에 새로 익스트림무비에 참여하시게 된 ibuti님의 글입니다.^^
    제5영화관이라는 블로그도 운영 중이시고요.
    http://cinema5.tistory.com/

  3. 예전에 씨네리에 디비디 리뷰를 올리시던 그분이군요.
    공력이 만만찮으셔서 블로그 찾아가봤더니 역시나 중후하셨던 그분...

  4. 고져스 2008/02/25 10:35

    크레모아를 지뢰로 번역한 것은 분명 오역이겠지만

    큰 폭발은 크레모아를 설치한 곳이 예전에 영국군이었나 암튼 대국에서 떨구고 갔던 불발 대형 폭탄이 자리한 위치였기 때문이었죠-

    일반적으로 대인지뢰와 크레모아의 위력은 거의 비슷합니다

    • ibuti 2008/02/26 11:30

      윽, 제가 잘 모르고 썼나보군요. 죄송합니다. 예전 군대 시절에 크레모어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보면서 '우와, 저 정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5. 익스트림에 새로운 분이 오셨네요...
    축하 드립니다. 저도 씨네리에서 이분 글을 봤습니다.
    그러고보니 다크맨님이랑 같이 글을 쓰시는군요 ㅎㅎ
    근데 지금도 계속 글을 쓰시지 않나요?

    이분 워낙 글이 좋으셔서 기대됩니다..
    아.. 한 가지 궁금한게 왜 영화 읽기 코너에 글을 쓰시지 않는지요?
    거기 글쓰는 영화평론가들 글 보면 한숨 나올때가 많은데..
    씨네리가 글 쓰는 분들 활용을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쩝쩝

    람보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액션 영화들 스타일에 좀 질려있는 터라..

    • ibuti 2008/02/26 11:32

      네, 꾸벅. 익스트림무비 초보 멤버입니다. 변변찮은 글 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6. 그네타는남자 2008/02/26 18:49

    음악을 다시 듣는것만으로도 감동했습니다

    • ibuti 2008/02/27 00:24

      저는 람보라고 하면 'It's a Long Road'란 노래만 기억하고, 다른 음악은 잘 모르겠습니다. 오리지널 스코어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귀라서...ㅠㅠ

    • sattva 2008/02/27 15:50

      It's a long road는 제리 골드스미스의 메인테마에 가사를 붙인 노래입니다. 4편에서는 영화의 시작 부분과 엔딩 부분에 흐르는 음악입니다

    • ibuti 2008/02/28 00:11

      저만 몰랐나봐요. 정보, 감사드립니다.

  7. 그네타는남자 2008/02/27 13:58

    제리 골드 스미스의 메인테마가 람보 등장할때 나오던데..
    워낙 귀에 익숙한 곡이라서..
    말씀하신 주제가는 이번에 안나와서 살짝 실망을..

    • ibuti 2008/02/28 00:14

      말미에 제가 보았던 판본을 굳이 밝힌 이유 중엔 그런 것도 있습니다. 크레딧에는 그 노래가 분명히 적혀 있거든요. 판권 문제에 따라 혹시 노래가 들어 있는 버전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