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 가득한 대사와 매력 넘치는 배우
<주노>는 남자친구하고 섹스 한 번 했다가 덜컥 임신해 버린 16살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낙태하고 잊어버리려다가 결국 애를 낳기로 결심한 주인공 주노는 신문광고에서 아기를 입양할 잘 나가는 여피 가족을 찾습니다. 그러는 동안 주노의 배는 점점 불러오고 9개월의 세월이 흘러갑니다.
<주노>는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가 아닙니다. 이런 영화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도 많지 않고요. 영화는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 불필요한 갈등을 억지로 강조하는 실수를 저지르지도 않습니다. 물론 주노는 16살에 임신한 고등학생이 겪을 만한 고생을 하긴 하지만 영화는 딱 적당한 정도만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굉장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드라마를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게 목표도 아닙니다.
드라마보다 먼저 들어오는 것은 대사입니다. 혹시 <길모어 걸스> 식 속사포 대사에 알레르기가 있으세요? <주노>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혓바닥에 면도날이 서너 개 이상 달렸고 꼭 그럴 필요가 없는 곳에서도 위트를 줄줄 흘리고 다닙니다. 번역도 쉽지 않아요. <브릭>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의 자막은 간신히 내용만 요약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그 날렵하고 쿨한 대사들 밑에 뭔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주노>라는 영화가 가장 성공한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인 것 같아요. 각본가 디아블로 코디는 주노를 그냥 혀에 발동기가 달린 위트 넘치는 아이로만 묘사하지 않습니다. 주노는 그런 위트를 방패 삼아 이 난처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아이입니다.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영화는 위트의 장막을 살짝 열어 이 아이가 상처받고 혼란에 빠지고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전환과정이 썩 좋습니다. 그렇다고 그러는 동안 영화의 위트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디아블로 코디의 각본만큼 영화를 살려주는 것은 배우들입니다. 다들 좋지만 역시 엘렌 페이지가 가장 눈에 잘 들어오는군요. 순진함과 영악함이 절묘하게 뒤섞인 표정 연기와 건성으로 내뱉는 듯한 말투에 묵직한 진심을 담는 테크닉도 무척 좋지만, 이 영화의 페이지는 그냥 매력적입니다. 여기서 자연인의 개인적 매력과 배우의 실력을 구분하는 건 그냥 무의미한 것 같아요. 뭐하러 그래야 합니까? (08/02/11)
기타등등
주노는 자기 이름을 제우스의 아내한테서 따왔다지만,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내는 헤라죠. 주노와 짝을 맞추려면 로마 신화를 따라 주피터라고 했어야죠. 하긴 그런 걸 세세하게 신경 쓸 아이가 아니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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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는 남자친구하고 섹스 한 번 했다가 덜컥 임신해 버린...
이란 표현이 넘 재밌네요 ㅋㅋ
대개 돌려서 얘기하는데... 그냥 아주 직설적으로... ^^
흐흣.. 이거 우리나라 제니,주노라는 영화 인가요?
저 남자 친구는, Superbad에 나왔던 그 친구군요.. ㅎㅎ
엘렌 페이지 최고~~~~!!
이거 우리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시사회 보구 왔는데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와 손을 꼬옥 잡고 함께 봐야할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