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귀 (3)
“두 번째로 그들을 접한 건 몇 년 후 거리에서였어요.
멀찌감치 사십대 후반의 아줌마가 머리에 보따리를 이고 걸어오고 있었죠. 그 아줌마가 가까워짐과 동시에 그들이 아줌마를 뒤따라오는 게 들리는 거예요. 그래요. 그들은 그 아줌마를 뒤따라오고 있었어요. 워낙 맹렬한 속도여서 제가 주춤주춤 뒤로 꽁무니를 뺄 정도였죠. 마침내 그들이 아줌마의 등을 덮치는 순간, 돌연 그 아줌마가 차도로 내려가 무단횡단을 하는 거예요. 그 아줌마의 표정을 보셨어야 해요. 무슨 넋 나간 사람 같았죠. 외국영화에 좀비란 거 나오죠? 죽었다가 되살아나서 사람 먹는 놈들. 꼭 그 표정이었어요. 그런 표정으로 아줌마가 차도로 나가서 차가 오든지 말든지 상관 않고 건너는데, 차들은 난리였죠. 비껴가면서 욕하고, 경적 울려대고. 그래도 아줌마는 막무가내더군요. 놈들이 아줌마 몸을 휘감고 맴돌며 요동치고 있었죠. 그러다 용케 중앙선을 넘나 싶었는데, 퍽 하는 소리가 나더니 아줌마의 몸이 공중에 붕 떠올랐어요. 마주 오던 승용차에 치인 거죠. 한 오 미터는 족히 날았을 거예요. 금방 구경꾼들 몰려들고, 저도 근방 횡단보도를 건너서 쓰러져 있는 아줌마를 보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한 군데 긁힌 자국 없이 깨끗했어요. 다만, 얼굴이 밀가루 뒤집어 쓴 것처럼 새하얗고 입은 쩍 벌려져 있더군요. 숨은 끊어진 상태였구요.
그들이 언제 누구를 덮칠지 모르는 일이었어요. 다가오는 속도나 주기가 제멋대로였거든요. 십 년 전인가, 저와 맞선을 본 여자한테서는 정말 날 듯 말 듯 미세하게 그들의 소리가 들렸어요. 여자가 목을 매단 건 1년 후의 일이었어요.
부모님에게 일이 터졌을 땐 더 했죠. 그 날 저와 부모님은 교외로 나들이를 나가고 있었어요. 아버님이 차를 몰고, 저는 조수석에 앉고, 어머니는 뒤에 앉아 계셨어요. 그들이 들리기 시작한 후로 저는 어지간해서는 바깥출입을 꺼렸지만, 그 날은 깨끗했어요. 아버지나 어머니한테서도 전혀 그들의 낌새가 느껴지지 않았고, 주변도 완전히 조용했거든요.
좀 망설이다 저는 차에 올랐어요. 아버지는 소싯적에 택시기사까지 하셨던, 운전에서는 베테랑이라면 베테랑이셨거든요.
볕도 좋고, 바람도 좋은 날이었어요. 2차선 국도로 들어서면서 마음이 완전히 평온해지더군요. 저에게는 들리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카스테레오에 김세레나 베스트 앨범을 넣고 들으시면서 핸들을 잡은 손으로 까딱까딱 장단을 맞추고 계셨고, 어머니는 뒷자리에서 잠이 드셨더군요. 목적지는 얼마 남지 않았고, 그 순간 위험요소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한데 갑자기 그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엄청 빠른 속도였어요. 그네들은 마주 달려오고 있었죠. 그들은 마주 오던 덤프트럭에 붙어 있었어요. 정확히는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운전사에게 붙어 있었죠. 저는 아버지에게 경고해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미 덤프트럭은 우리가 탄 차 앞으로 이백 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렇다고 중앙선을 침범한 것도 아니어서 아버지가 위험을 느낄 건 전혀 없었죠. 그들…… 저한테만 들리는 그 새끼들만 아니었다면 말이죠. 아버지한테 모든 걸 설명하기엔 너무 여유가 없었어요. 아버지가 그걸 믿어줄 리도 없구요. 머뭇거리는 사이, 그들은 한 백 미터 앞까지 다가와 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억지로라도 브레이크를 밟게 해 차를 멈출 수는 있겠지만, 트럭이 들이받으면 끝이었죠. 저는 끝내 차문을 열고 차 밖으로 뛰어내렸어요. 도로변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얼굴이 찢어져서 사십 바늘 넘게 꿰매고, 팔까지 부러져서 깁스하는 부상을 입었지만, 그 땐 다친 줄도 몰랐어요. 그나마 아버지가 속도를 내지 않았기에 살았죠. 물론 운도 따랐고요. 그리고 그 바로 직후에 엄청난 굉음이 들렸어요.
빵!
여태껏 들어온 중에 가장 크고 끔찍한 소리였죠. 언덕 위로 버르적거리며 올라와서 보니, 갑작스레 중앙선을 넘은 덤프트럭이 아버지가 몰던 차와 정면충돌해 있더군요. 불과 저한테서 십 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어요. 발로 밟은 맥주 캔처럼 찌그러진 차체 밑으로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것까지 똑똑히 보였으니까요.
그 소리.
빵 하는 그 소리만이 귀속에서 계속 맴돌았어요. 그들이 목숨을 터뜨리는 소리. 다른 소리는 전혀 안 들렸어도 항상 그들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소리는 소름이 돋을 만큼 생생하게 들렸고, 그들이 생명을 종결짓는 그 소리는 정말 귀청을 산산이 조각낼 듯 엄청난 기세로 귓속으로 파고들곤 했어요. 그 날은 그 중 제일 심했구요. 부모님도, 트럭운전사도 즉사했죠. 선생님은 제 말을 믿으실 수 있으십니까?”
그가 나에게 물었다. 그러나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사내의 말은 분명 미친 헛소리였지만, 그의 표정과 어조는 절박하리만큼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버스는 서울 톨게이트로 접어들고 있었다. 망설임 끝에, 글쎄요, 라고 대답하려는데, 갑자기 사내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내 손을 콱 움켜쥐었다.
“선생님, 부탁합니다. 절 좀 살려주세요.”
그 전까지 비교적 평온을 유지하던 사내가 갑자기 이성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 아십니까? 그들이…… 그 개새끼들이 제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이겁니다. 하이에나 떼처럼 슬금슬금. 서두르지도 않고, 도망가면 바로 따라오지도 않아요. 그런데 좀 지나면 이것들이 또 제 주위에 와 있는 거예요. 사람 환장한다니까요. 어딜 가도 절 따라와요. 이제 전 어떡하죠? 어떡해야 저 새끼들을 쫓아버릴 수 있죠?”
나는 당황했다. 사내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내 손을 붙들고 떨었다.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예전에 학생운동을 하다 고문을 받고 불구가 된 외삼촌이 그랬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들에 둘러싸인 듯 팔을 홰홰 내저으며 공포에 떨다 외삼촌은 끝내 이부자리에 오줌을 지리곤 했다. 사내는 더 심했다. 발작 직전의 정신병자 같았다.
“그들이 서울까지 절 따라올까요? 못 따라오겠죠? 왜냐면 전 그들을 들을 수 있거든요. 그들이 달려들면 도망가면 되지요. 세상 끝까지. 아니면 우주 끝까지 가면 되는 거예요. 안 그래요? 헤헤…….”
사내는 히죽댔다. 이성을 잃어가면서 그는 보이지 않는 사방의 적들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야 이, 개새끼들아, 네놈들이 날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병신…… 개좆같은 새끼들아, 평생 쫓아다녀봐라. 잡을 수 있나…… 헤헤…….”
버스 안 승객들의 눈이 모두 그에게로 쏠렸다.
“씨발, 버스 혼자 전세 냈나.”
앞쪽에서 돌아보며 제법 살벌한 항의를 하는 청년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 돌연 그의 웃음이 멎었다. 그의 얼굴이 밀랍인형처럼 굳어져 있었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들리세요? 안 들리세요? 놈들이 저만치 와 있어요.”
그는 버스 뒤편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가 가리킨 곳은 빈 좌석이었다.
“야 이, 개새끼들아, 절루 안 가? 절루 가! 안 가?”
그는 발길질까지 해가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이런 개같은 새끼들이 어딜 붙어! 뒈질라구…… 씨발, 안 떨어져? 안 떨어져? 으아아아아……”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 듯이 온몸을 양손으로 털어댔다. 보이지 않는 벌을 상대로 퍼포먼스라도 벌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형? 형이야? 형, 나 좀 살려줘. 형, 나 죽어! 이 새끼들이 나한테 붙었어! 야 이 미친 새끼야. 니 대가리 터진 게 내 탓이야? 으아아아…… 들어오지 마! 안 돼! 들어오지 말라구우…….”
그는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르며 내 위로 고꾸라졌다. 그의 입에서 게거품이 흘러나왔고 그의 목에 돋은 핏줄들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형! 들어오지 마! 혀엉! 제발 들어오지 마! 끄윽…….”
그 순간 나는 보았다, 사내의 두 눈이 뒤집히며 눈가의 모세혈관들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온 얼굴과 머리의 혈관들이 툭툭 불거지는 것을.
그는 관자놀이를 감싸 쥐며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혀어어엉!”
그 순간 그의 두 눈알이 나에게 터져 나왔고, 거의 동시에 그의 머리가 내 눈앞에서 폭발했다.
빵!
그의 머리를 구성하고 있던 피부와 근육과 두개골과 뇌와 뇌수들이 단번에 핏덩이로 터져 나와 내 온몸을 뒤덮었다. 그 날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머리가 터져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버둥대는 사내의 수족(手足)들이었다.
대뇌 과다 전류.
의사는 말했다. 사내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희귀한 ‘대뇌 과다 전류’라는 현상 때문에 죽었다고.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사람 몸에는 미세한 전류가 늘 흐르고 있다고 했다. 그 전류가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쓸 때, 순간적으로 대뇌에 몰리면서 두개골에 순간적으로 강한 전압을 가해서 대뇌와 두개골이 폭발하는 현상이며, 세계적으로 몇 건이 보고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덧붙였다. 지극히 드문 현상이니,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것이라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나도 그들의 말을 믿고 싶었고, 믿으려고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내의 머리가 내 눈앞에서 폭발한 후 한동안은 그렇게 믿었다.
솔직히 사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아니었지만, 막상 그런 일이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나니 그가 죽기 전 말했던 모든 일들이 사실처럼 느껴지긴 했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그런 느낌들은 잔인한 공포영화를 봤을 때의 살 떨리는 혐오감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그런 일들이 그저 사내에게 일어난 일들이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버스의 많은 승객들이 구토를 하고 기절을 하는 와중에도 나는 비교적 침착했다. 앰뷸런스가 도착하고, 응급실로 실려가 간호원들이 소독된 솜으로 얼굴과 목 등을 닦아주는 와중에도 나는 냉정하게 내 귀의 이상 유무부터 확인했다. 그러나 사내처럼 머리가 터지는 광경을 목격한 후 귀가 들리지 않거나, 그가 말하던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구나, 싶은 정도였지, 나에게 그 일은 대단한 일이 결코 아니었다.
앞서 이야기했듯 그건 어디까지나 사내의 불행이지, 나의 불행은 아니었던 것이다. 신체, 특히 귀에 이상이 없다고 진단된 후 경찰서에 가서 목격한 걸 진술을 하면서도 나는 목소리 하나 떨리지 않고 담당 형사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었다.
사실 사람이 죽는 광경을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중학교 시절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사내의 경우처럼 바로 눈앞에서 신체가, 그것도 머리가 산산이 폭발하면서 죽는 걸 겪은 건 처음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후 나는 온전히 예전의 평온을 되찾았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농을 섞어 그 경험을 이야기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니까 그들의 소리를 처음으로 듣게 된 그 날, 바로 나는 대학 동창들과 오랜만에 술자리를 함께 했고 고속버스에서 겪었던 사건을 얘기했다. 내가 너무 태연히 이야기를 해서 친구들이 나의 말을 실없는 소리로 오인할 정도였다. 모든 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음을 수긍하게 된 후에도 친구들은 그저 농을 던질 뿐이었다.
“야, 진짜 그 사람은 박 터져서 죽었네. 나두 마누라랑 박 터지게 싸우지 말아야지.”
“근데 사람 머리 터진 게 진짜 영화에서랑 똑같냐?”
똑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그 뜨뜻미지근한 감촉만은 아직도 생생했다.
“기념으로 한 덩이 갖다가 냉장고에 넣어두지 그랬냐.”
“야, 그랬다가 마누라가 선진줄 알구 선지해장국 끓여줄라….”
친구들의 농담들도 어쩐지 비현실적이었다. 2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나는 술을 꽤나 마셨지만 그다지 취하지는 않았다. 정말이었다. 그런 날이 있는 법이다. 술을 마실수록 취기는 오히려 달아나는 그런 날.
술집 밖으로 나왔을 때는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친구들은 모두 취해 있었다.
“야, 노래방 가자! 3차는 내가 쏜다!”
한 친구가 호기 좋게 소리쳤으나, 나는 더 이상 거기에 휩쓸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노래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까운 발악을 들으며 내 귀를 혹사시켜야 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미안, 나…… 술이 과한 것 같다. 내일 일찍 잡지사 편집회의도 있구…….”
“야, 지난번 대갈빡 폭발사건 충격이 너무 컸나보네?”
대학 때부터 이죽거리기가 취미였던 동기 녀석이 신경을 건드렸지만, 나는 그저 웃으며 그들과 헤어졌다. 거기서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까지는 걸어서 십 분이면 넉넉한 거리였다. 인적이 끊어져 가는 밤거리를 나는 혼자 걸었다. 인도의 늘어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바람에 으스스 머리채를 떨 때마다 묘하게 소름이 돋는 밤이었다. 일이 분쯤 걸었을 즈음, 누군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4. 귀 (4) 보기
유령의 공포문학 (http://cafe.naver.com/64ghost)
김종일의 공포소설 (http://cafe.naver.com/kimjon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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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것은 잘 못보는데도 도저히 놓을 수가 없어서
여기까지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소장하고 싶어 책도 주문하러 갑니다.^^~
담것도 어여 올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