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극의 장편 데뷔작, 괴이하도다
서극 감독은 늘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홍콩 느와르가 범람을 하던 시기에도, 무협영화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도 그 변화의 시작과 중심에는 늘 서극이 제작자로 혹은 감독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체질적으로 튀지 못하면 못 견디는 모양이다. 그의 장편 데뷔작인 <접변>을 보더라도 서극이 어떤 생각으로 연출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70년대 반짝 인기를 끌었던 추리 무협의 계보를 그대로 이어가는 <접변>은 모방과 자기변형을 통해서 독특한 서극만의 스타일을 추구한 작품이다.
강호에 흉흉한 소문이 떠돌면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간다. 살인 나비 떼들이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한다는 믿기지 않은 내용이다. 한편 엄청난 나비 떼들의 공격으로 폐허로 변해가는 성의 성주는 가까스로 지하 통로에 몸을 숨기고 외부의 도움을 청한다. 이에 각자 다른 목적을 가졌지만, 나비 살인사건의 내막을 캐내고자 강호에 명성이 드높은 고수들과, 무술은 할 줄도 모르는 학자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러나 비밀 통로에서도 여전히 나비 살인사건이 이어진다.
멀쩡한 무협 영화를 기대하고 있었다면 <접변>을 보면서 당혹감을 감출 길이 없다. <접변>은 무협영화이면서도 대담무쌍하게 강호인들의 비기를 보여줄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나비 떼들의 공격과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만 계속 이어질 뿐이다. 이것은 고룡의 소설을 영화화하길 좋아했던 초원 감독의 <유성호접검> <초류향>처럼 무림을 배경으로 한 추리영화에 가까운 탓이다. 왜 나비들이 사람들을 해치는 것일까? 비밀 지하 통로에서 철갑으로 이루어진 갑옷을 입고 살육을 일삼는 정체불명의 자객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접변>의 추리극은 치밀하지 못하다. 특히 나비 떼들의 살인 방식에는 분명한 해설이 따라야 하지만 어물쩍 넘어가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다. 무협의 공간에서 구구절절 설명은 불필요한 법이긴 해도, 곤충들이 행하는 살인이라는 개성과 비중을 생각하면 뒤끝이 개운치는 않다. 그럼에도 <접변>에서 만나게 되는 밀실 살인사건을 방불케 하는 극적 구성과 하나씩 베일을 벗는 사건의 진실은 녹녹치 않은 재미를 준다. 무협영화임에도 전혀 싸울 줄 모르는 학자가 주인공으로서 탐정의 역할을 하는 점도 이색적이다.
<접변>은 대부분의 시간을 대화에 할애를 하고 있지만, 드문드문 긴장감 있는 대결을 배치시켰다. 근데 액션 연출이 특이하다. 불을 다루는 고수가 있는 반면, 줄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공중을 제멋대로 날아다니고 심지어 까마귀 폭탄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접변>의 진정한 매력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변함없이 사리사욕에 눈이 먼 채 무의미한 살육을 행하는 강호인들을 바라보는 허무한 시선이다. 그것이 무술을 할 줄 모르는 이가 주인공인 까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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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홍콩 감독이었습니다...만...
(아, 순류역류 참 좋았는데요...)
요즘들어 너무 맥을 못추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순류역류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첨엔 좀 지루한가 했더니만 액션이 나오면서 완전 감동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