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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서사 영화의 모범적인 사례

진가신의 <명장>은 여러 모로 60년대에 할리우드에서 나왔던 수정주의 서부극들을 연상시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와호장룡> 이후 쏟아졌던 수많은 중국산 에픽 영화의 틀을 완전히 깨트릴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그들은 그 틀 안에서 가능한 모든 일탈을 실험합니다. 장르 클리셰를 외면하고 역사와 사실에 될 수 있는 한 충실하려 노력하면서 그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 하죠.

영화의 시대배경은 태평천국의 난이 일어났던 청나라 말기입니다. 전투에서 부하를 모두 잃고 숨어지내던 장군 방청운은 우연히 군량을 약탈하는 산적인 조이호와 강오양을 만나게 되죠. 세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군대를 모아 태평반란군을 타도하러 나갑니다.

난세에 의형제를 맺은 세 남자가 전쟁터에서 영웅이 된다는 이야기이니 딱 <삼국지연의> 스타일이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는 <삼국지연의>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영화는 이들의 영웅다움과 의리를 과장하지 않아요. 이들은 오히려 그리스 전통 비극의 주인공에 가깝습니다. 고결한 의도와 심각한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는 사람들이 운명과 자신의 단점에 의해 처절하게 몰락하는 거죠. 그리고 그 과정은 더럽고 불편하며 잔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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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그리는 전쟁도 다를 게 없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극사실주의는 기대할 수 없죠. 하지만 그 근처까지는 갑니다. 영화는 전쟁이라는 것이 홍콩 액션 스타들의 카리스마와 무술 실력을 과시하기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사람들의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강간과 약탈이 당연시되는 끔찍한 지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 통에 죽어간 평범한 보통 사람들에 대해 잊지 않고요. 다른 중국산 에픽 영화들과는 달리 전쟁의 묘사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정확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군요. 물론 하나하나 세부사항을 따진다면 걸리는 점들이 있지만, 전술과 상황 묘사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그 자체로도 좋은 드라마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건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렇게 복잡한 인물들이 아닙니다. 반대로 그들이 대항하는 세상에 비해 지나치게 단순하고 순진한 것이 가장 큰 약점인 사람들이죠. 하지만 진가신은 이 단순한 사람들이 복잡하고 더러운 세계와 운명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갈등하는지 비교적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건 그렇게까지 이 장르와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죠. 지나치게 현대적이거나 서구적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어울립니다. 후반부의 갈등이 조금 더 교통정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전 이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동기를 심각하게 오해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요?

진가신이 아무리 장르 내에서 새로움을 시도한다고 해도, <명장>은 여전히 대자본이 투자된 주류 에픽 영화이고 영화의 일탈도 그 안에서 조심스럽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분명 더 나아갈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명장>이 이런 부류의 '중국산 에픽 영화'에 생산적인 모델을 제공해주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겁니다. (08/01/22)

기타등등

태평천국의 난은 영화가 그린 것보다 훨씬 무자비하게 진압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배웠어요. 하지만 정말로 그랬다면 영화가 흐르질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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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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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명장(The Warlords / 投名狀, 2007)

    Tracked from Who is DArkNesS 2008/02/01 20:20  삭제

    원제목은 투명장인데, 국내에서는 명장으로 개명해서 개봉합니다. 문제되는 스토리가 좀 있기는 하지만, 전투씬 하나만으로도 훌륭합니다. 여자들이 보기에는 별로인 것 같고, 남성들이 보기에 아주 좋습니다. 감독 진가신 배우 이연걸 / 유덕화 / 금성무 장르 액션 / 전쟁 등급 미상 시간 127 분 개봉 2008-01-31 국가 중국 Official Homepage : http://www.warlordsthe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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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움을 추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흔한 블럭버스터 같다라는 얘기인가요? 음....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군요.

  2. 자유인 2008/01/23 11:55

    틀은 벗어나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해줄 몫은 다 해줬다...란 느낌아닌가요? ㅡㅡa

  3. 티엘린 2008/01/23 12:08

    기존의 틀을 다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노력한 모습이 보이고 어느정도는 벗어났다는 말인가요? ㅎㅎㅎ

  4. 티엘린 2008/01/23 12:09

    급보~!! 히스레져 사망 ㅠㅠ 어찌 이런일이 ㅠㅠ

    • 늦잠자다 일어나보니
      왠 날벼락 같은 소식이더군요.
      한창 나이에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T_T

  5. ㅎㅎㅎ 2008/01/23 12:30

    중간에 자체적으로 라는 단어가 두번 반복되네요... (오타 찾기 ㅎㅎㅎ)

  6.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초반에 궁금증만 만들어낸 여자 출연자의 등장이 아쉽네요~~ 뭔가 엮일듯 했는데 결국~죽고..의형제의 의리를 지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더군요..ㅋㅋ그래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7. 오호라 2008/01/23 16:48

    오랜만에 기대되는 대작영화다!!
    배우들도 환상이네... 흑 보고싶어라..

  8. 티엘린 2008/01/24 10:04

    세 배우의 연기가 참 좋더군요.. 맨날 그런 그런 영웅이 아닌 각자의 입장에서 괴로워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더군요... 전쟁신도 그저 치구받구 하는게 아닌...전쟁의 참상을 조금은 더 리얼하게 보여준듯...

  9. 추천하시는 분들 많으니 저도 보고 싶어지네요~^^

  10. 비행강구 2008/02/11 04:33

    익스트림 리뷰보고 보러갔습니다.
    예전부터 중국을 무대로 한 주류 에픽영화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거다 했지요.
    생각했던 대로 액션이나 구성, 색감은 괜춘하더군요.
    무게감도 있는 편.


    다만, 후반부에 감정선이 좀 늘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확 몰입이 안되는게 아쉬웠어요.
    좀더 차갑게 찍어도 좋았을 듯.

    글에 나왔 듯이 장르에 딱 들어맞는 갈등구조가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반란군에 포커스를 맞춰서 찍었으면
    그야말로 판에 박은듯이 흘러갔겠죠.
    중국판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하하.

    근데 태극기 휘날리며 그닥 안좋아하니까 이게 낫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