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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선율에 실은 청춘의 군상

줄리 테이모어의 비틀즈 뮤지컬. 확 닿는 기획이 아닙니까?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베트남전이 한창인 1960년대를 무대로 세 명의 젊은이들이 시대에 맞서 살아남는 과정을 비틀즈 노래를 담은 뮤지컬로 만든다는 거죠. 물론 대부분 주크 박스 뮤지컬들이 그렇듯, 이 경우도 노래가 먼저 선정되고 그를 통해 드라마와 캐릭터가 만들어집니다. 이들 역시 노래에 맞추기 위해 주드나 루시, 프루던스, 조조와 같은 비틀즈 이름들을 갖고 있지요. 영화는 60년대의 다른 아이콘들에서 이미지를 빌려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수 세이디와 기타리스트 조조는 재니스 조플린과 지미 헨드릭스를 모델로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비틀즈를 부릅니다.

이 아이디어가 근사하게 들리는 건 테이모어가 기질적으로 뮤지컬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최대 히트작이 무대 뮤지컬 버전 <라이언 킹>이잖아요. <타이터스>나 <프리다>는 뮤지컬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강한 뮤지컬의 분위기와 스타일을 갖고 있었고요. 툭하면 드러내는 영상실험에 대한 관심이나 표현적인 스타일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외쳐대고 있습니다.

내용. 영화의 주인공 1번은 주드라는 리버풀 출신 청년입니다. 그는 아버지를 찾으러 미국에 왔다가 주인공 2번인 대학생 맥스와 친구가 되지요. 맥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주드와 뉴욕으로 가는데, 나중에 맥스의 동생 루시가 그들을 찾아옵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루시와 주드는 커플이 되고, 맥스는 징집되어 베트남으로 끌려가고, 60년대의 거친 열풍이 그들을 휘감죠. 그러는 동안 등장인물들은 자그만치 33곡이나 되는 비틀즈 노래들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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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먹히나요? 글쎄요. 60년대에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고 그 때 있었을 법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스토리와 캐릭터 자체는 덜 중요해요. 중요한 건 캐릭터들이 한 시대를 대변하고 목청좋은 목소리로 비틀즈를 부른다는 것이며 영화가 그들에게 부여한 스토리가 시대와 비틀즈를 설득력 있게 연결하고 있다는 것이죠. 노래와 스토리가 우선순위를 놓고 싸우는 경우 대부분 노래가 이깁니다. 하긴 선택의 여지가 없죠. 노래가 없으면 영화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으니. 그 때문인지 영화의 이야기는 종종 전형성과 평범함에 굴복하고 말아요. 어울리는 노래가 없으면 중간에 등장인물들이 얼렁뚱땅 퇴장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세이디를 짝사랑하는 프루던스가 바로 그렇죠. 노래 단위로 끊어지는 구성이 종종 이야기의 호흡을 끊어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뮤지컬 넘버들은 어떤가? 옥석이 뒤섞여 있다고 말하고 싶군요. 오히려 <프리다> 쪽이 뮤지컬 넘버의 성공도가 더 높은 것 같아요. 정말 엄청나게 많은 노래들을 가져와 그 모두에게 각자 어울리는 스타일을 주다보니 성공한 것도 많고 실패한 것도 많습니다. 베트남의 정글에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 모형을 짊어지고 가는 미군의 모습처럼 압도적인 이미지도 있고 생기발랄이 지나친 양복쟁이의 군무처럼 주제와 아주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있지요. 하지만 배우들은 대부분 노래를 잘 부르고 드라마와 음악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고 있어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평가가 극을 달리는 작품이지요. 전 양쪽 모두가 다 이해가 됩니다. 영화는 열정적이고 아이디어가 충만해 있지만, 종종 정도를 넘어서거나 자기가 판 함정에 빠지고 마니까요. 이럴 경우 저처럼 얌전한 사람들은 그 모두를 받아들이고 어중간한 평을 내리고 말죠. 그래도 전 이 영화가 실패보다는 성공을 더 많이 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08/01/17)

기타등등

에반 레이첼 우드는 나이가 들면서 노래 목소리가 어른 목소리로 바뀌었더군요. 아쉽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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