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귀 (1)
나는 기대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믿으리라고는.
아마도 당신은 위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을 수없이 읽었을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나도 마찬가지다. 위의 문장을 읽으며 당신은 포우의 <검은 고양이>를 떠올렸을 지도 모를 일이다. 뭐가 어찌되었든 상관없다. 나는 그저 지금부터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할 것이며, 내 이야기를 믿든 안 믿든 그건 당신 자유다.
나는 부디 당신이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되는 불운이 없이 평범하게 살다 평온히 땅에 묻히길 바랄 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면서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말라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을 용서하기 바란다. 사실 이런 글을 세상에 남긴다는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이런 글이라도 쓰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이다. 그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두렵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배어 나온다.
나를 진찰한 의사는 ‘정신적 쇼크로 인한 피해망상’이라 진단 내렸다. 이 정신병원으로 나를 몰아넣은, 나의 아내란 여자도 나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미치지 않았다. 미쳐버릴 것 같고, 미쳐버리고 싶지만, 미칠 수도 없다. 신경은 온통 서릿발처럼 곤두서서 나에게 스멀스멀 다가오는 그들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다. 내가 병실의 침대 밑에 웅크리고, 얼룩진 연습장에 이 글을 휘갈기고 있는 동안에도 그들은 하이에나 떼처럼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 글을 온전히 완성하기 전에 나는 죽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더라도 나는 그 순간까지 이 글을 써내려 갈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이 두려움을 견디어내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은 그 날 저녁 대전발 서울행 고속버스에서 시작되었다.
문상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살다 보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친인척의 장례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달갑지 않은 일이 꼭 있게 마련인데, 그 날이 그랬다. 고속버스 철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은 무거웠고, 눈꺼풀은 모래가 한 줌 들어간 듯 껄끄러웠다. 문상을 가기 전날, 이미 나는 몸을 담고 있는 잡지사 일로 이틀 밤을 꼬박 새운 상태였다. 잡지사는 매월 20일 경마다 마감을 앞둔 전쟁을 치러야 했다. 겨우 원고를 넘기고 한숨 돌리던 찰나에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는 이름도 못 들어본 '고모부'의 장례로 나를 떠밀었다. 그 '고모부'란 사람이 살았었다는 대전 외곽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끌고 다니던 똥차가 접촉사고로 공장에 들어가 있어 버스를 이용해야 했기에 불편은 더 했다.
나는 좌석 등받이에 몸을 파묻으며, 부디 옆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기를, 그래서 서울을 향하는 1시간 반 가량의 시간 동안이라도 모자란 잠을 보충할 수 있기를 바랐다.
출발시간이 다 되어 운전기사가 운전석에 앉고, 출입문이 닫히며 버스가 후진할 때까지만 해도 내 바람은 이루어질 듯싶었다. 그러나 이내 버스는 멈추었다. 한 사내가 뛰어오고 있었다.
‘그냥 출발해. 그냥 출발하라고!’
자못 진지하게 속으로 부르짖었지만, 운전기사가 알아들을 리 없었다. 사내는 올라탔고, 버스는 출발했다. 사내가 손에 든 표와 좌석번호를 번갈아 두리번거릴 때부터 나는 눈을 감았다. 사내가 든 좌석표가 부디 내 옆자리가 아니기를 바랐지만, 아니기를 바랄수록 일은 내 바람과는 반대로 진행되기 마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내는 내 옆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땀내가 훅 얼굴에 끼얹어졌다. 숨소리도 유난히 거칠었다. 나는 몸을 창가 쪽으로 돌리며, 사내가 바로 눈을 감고 잠에 빠지기를 마지막으로 바랐다.
“저… 어디까지 가세요?”
대전발 서울행 버스를 타고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 작자에게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나는 참을 수 없는 짜증을 느꼈다. 나는 그 작자를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서울이요.”
여느 사람이라면, 자신의 물음에 대한 나의 반응만으로도 충분히 자신과 대화를 나눌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걸 알아챘을 것이다. 그리고 자존심 상해하며 생면부지의 남남으로 돌아서서 아무 말 없이 서울을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도리어 그는 나의 팔꿈치를 쿡쿡 건드렸다.
“왜요?”
나는 그를 돌아보며 내뱉었다. 내가 듣기에도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어디까지 가시냐구요.”
그제야 나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해골에 가죽만 뒤집어씌운 듯한 마른 얼굴에 꾀죄죄한 점퍼 차림이었다. 게다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사방을 경계하는 눈초리가 영락없는 탈옥범이나, 지명수배자의 그것이었다. 침을 자꾸 삼키는지 유난히 도드라진 목뼈가 연신 울렁거리고 있었다.
“서울이라니까요.”
“아, 예. 이거……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사실은…… 귀가 먹었거든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나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도 귀가 먹었다는 얘기가 나왔으니, 자신의 어려운 형편에 대해서도 말이 나올 것이었다. 직장에서는 정리해고 당하고, 처자식은 자기만 바라보고 있고, 노모는 몸져누워 있고, 그러니 돈을 좀 빌려달라거나, 싸구려 시계나 목걸이 따위를 팔아달라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슬금슬금 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사내의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귀가 먹었다면서 선생님 말씀하시는 건 어떻게 알아듣나 싶으실 겁니다. 독순술(讀脣術)이라고들 하는데…… 전 선생님 입술 움직임을 보고 말을 알아듣습니다. 제가 일곱 살 때 귀머거리가 되었거든요.”
그러나 나는 사내가 일곱 살 때 귀머거리가 되었든, 독순술인지 독침술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전혀 없었다. 나는 그저 조용히 자고 싶었다. 슬그머니 몸을 다시 창가 쪽으로 돌리려는데 사내가 억센 손길로 내 팔뚝을 잡아당겼다.
“선생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피곤하시더라도 제 얘기를 한번만 들어주세요. 당장이라도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
장난 같지는 않았다. 영문 모를 일이었지만, 사내의 얼굴과 목소리에서는 간절함과 다급함이 함께 묻어났다. 그런 그의 진지함이 어느 정도 나의 짜증을 누그러뜨렸다.
“무슨 일이신대요?”
사내는 그제야 비로소 다소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사내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제가 하는 얘기가 선생님한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믿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미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선생님한테 내 얘길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처집니다. 이거…… 어디서부터 얘길 해야 할지……. 제가 귀먹게 된 게 일곱 살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제 인생은 정말 평범했어요. 그 또래 애들처럼 장난하고, 여자애들 고무줄 끊고, 냇가에서 멱 감고 물수제비뜨고, 더러 이웃집 유리창도 깨고, 뭐 그런 평범한 개구쟁이였죠.
저한테는 세 살 터울의 형이 하나 있었어요. 세 살 차이라도, 저보다는 훨씬 어른스러웠어요. 어떤 때는 형이 아버지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였거든요. 제가 자란 곳은 충북 청원에 속한 작은 촌동네였는데, 촌동네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제 부모님들도 농사로 살림을 꾸려갔어요. 농번기면 한낮에 집을 비우는 때가 많았죠. 그럴 때 항상 나를 돌봐준 건 형이었어요. 밥 챙겨 먹이고, 더러 바깥 구경하러 나갈 땐 사립문 안쪽에 벽돌을 괴어놓고 나가곤 했는데, 그런 일도 모두 형 몫이었죠. 말 그대로 코흘리개였던 저는 콧물 줄줄 흘려가며 형의 손을 붙잡고 다니며, 둑의 쓰레기장을 뒤지기도 했고, 병을 주워 엿을 바꿔 먹기도 했어요.
그러다 형이 국민학교에 들어가고 났는데, 사는 게 진짜 힘든 거예요. 맨날 혼자 밥 먹어야지, 챙겨주는 사람도 없지, 매일 어머니가 차려놓은 점심밥 열 시도 안 되서 다 먹고 심심해서 우는 게 제 일과였죠.
하루는 울다 지쳐서 방구석을 뒹굴다 형이 다니는 국민학교에 큰맘 먹고 놀러 갔죠. 저는 그 때 형이 몇 학년 몇 반인 것만 알고 있었는데, 운동장을 얼쩡거리는 걸 어떤 누나들이 보더니, 혹시 누구 동생 아니냐며 알아보더군요. 형하고 전 형제 치고도 꽤 닮은꼴이었거든요. 맞다고 했더니, 누나들이 빵하고 우유를 사주더군요. 그 때도 어린 맘에 형이 있다는 게 참 좋다,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 저도 일곱 살에 학교를 들어갔어요. 나이가 안 됐지만, 생일이 빨랐거든요. 거기다 형 없이 맨날 외로워하니, 부모님도 일찍 학교에 넣고 싶으셨을 거예요. 그 땐 웬만큼 살아서는 유치원 보내는 건 꿈도 못 꿨거든요.
제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아버지는 자전거를 사주셨죠. 짐자전거보단 작아도 애들 타기엔 너무 큰 거였는데, 형은 금방 타는 법을 배웠어요. 그래서 학교 왔다 갔다 할 때 저를 태우고 다녔죠.
미운 일곱 살이라고들 하죠? 그 즈음에 저는 장난이 엄청 심했어요. 대개 그 나이 땐 형이 동생 괴롭히잖아요. 근데 전 반대였죠. 제가 형을 괴롭혔어요. 그런데도 워낙 천성이 온순하고, 어른스러웠던 형은 그걸 다 받아줬죠.
하루는 길을 가다가 제가 초인종이 있는 집, 그 때만 해도 초인종 있는 집이 드물었죠,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쳤는데, 정작 뛰쳐나온 주인아저씨한테 걸린 건 형이었죠. 그런 일이 빈번해서 그간 별러왔던 건지, 아니면 워낙 성질이 더러웠던 양반인지 몰라도 제가 한 걸 옴팡 뒤집어쓴 형을 정말 우악스럽게도 패더군요. 나중에는 코피까지 터졌으니까요. 어린 마음에 내가 했다고 나섰다가는 나도 맞겠다 싶어서 저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했는데, 사실 속으로는 형이 맞다가 사실은 자기가 한 게 아니라, 저기 있는 내 동생이 한 짓이라고 실토를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더군요. 그래도 그 양반한테 풀려날 때까지 형은 변명 한 마디 안 하고 맞고만 있더군요. 돌아오는 길에도 형은 저한테 원망 한 마디 안 했어요. 저는 그런 형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형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형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안 했어요. 오히려 형을 향해 자꾸 '병신'이라는 힐난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것 같아서 한참 내 자신을 억눌러야 했어요. 모르겠어요. 형이 그러면 그럴수록 형이 좀 모자란 것 같고, 그런 형을 더 괴롭혀주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쳐들었거든요. 그러다 일이 터진 거죠.
그 날 형과 나는 학교 끝나고 같이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는 중이었어요. 형이 4학년이라 항상 좀 늦게 끝나서 저는 운동장에서 개미를 밟아 죽이거나, 구슬치기를 하면서 형이 끝나기를 기다리곤 했었죠. 그 날도 그러다 형이 나와서 같이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는 중이었는데, 늘 지나는 내리막길을 만난 거였어요. 경사가 꽤 기울어서 페달을 안 밟아도 가속도가 엄청 붙어서 오히려 브레이크를 잡아야 되는 길이었죠.
그 날도 내리막길에 접어들면서 가속도가 붙으면서, 형은 브레이크를 서서히 잡아가며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그 때 갑자기 형의 두 눈을 가리고 싶은 충동이 고개를 드는 거였어요. 거의 억제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충동이었죠. 형이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린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이미 내 두 손은 자전거를 운전하는 형의 두 눈을 가리고 있었어요.
형이 '야! 하지 마!' 뭐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서 브레이크를 잡은 것 같은데,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우리는 자전거와 함께 길 한가운데에 나동그라졌어요. 그렇게만 끝났더라도 손바닥이나 무릎 좀 까지고 별일은 없었겠죠.
그런데 그 때 마주 오던 트럭이 있었던 거예요. 트럭은 넘어진 우리를 발견하고 급정거를 했고, 타이어 끌리는 소리가 형과 나를 향해 귀청을 찢을 듯 무서운 기세로 다가왔어요. 그 순간 넘어진 형은 저를 보고 있었어요. 저도 형을 봤고…… 그리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 터진 거죠.”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사내는 괴로운 듯 한동안 얼굴을 손으로 감싸 쥐고 고개를 수그렸다. 그리고 얼굴을 들었을 때 사내의 눈에는 물기가 서려 있었다.
“트럭이 멈추기는 했어요. 멈추었지만, 더 안 좋았던 건 앞바퀴 한쪽이 그게 하필 형의 머리를 깔아뭉개며 멈추었단 거였어요. 그 순간 타이어가 제 눈앞에서 터졌어요.
그 요란한 소리가 제 귀청을 찢을 때도 저는 타이어가 터졌다고 생각했어요. 형의 놀란 두 눈이 원래 자리를 이탈해 제 얼굴로 터져 나오던 그 순간에도 저는 타이어가 터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형의 머리가 타이어에 뭉개지며 시뻘건 핏덩이로 터져 나오던 그 순간까지도 저는 타이어가 터졌다고 생각했죠. 사실 타이어가 터진 건 아니었어요. 형의 머리가 타이어에 눌리며…… 터진 거죠.”
4. 귀 (2)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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