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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들의 거짓과 기만을 폭로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비밀과 거짓말이 필요하다. 아니 이 세계 자체는 비밀과 거짓말이 아니고는 성립할 수 없는 곳이다. 아마도 그걸 처음 느낀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본 영화 <대부>였을 것이다. 미성년자 관람불가였던 <대부>는 초반부터 강렬했다. 마피아의 명령을 거부한 남자의 침대에 잘린 애마의 목이 던져지는 장면에서부터 숨이 막힐 것 같은 흥분을 느꼈다. 절대로 마피아에는 가담할 것 같지 않았던 막내 마이클이 점차 ‘패밀리 비즈니스’에 말려들어가다가 결국은 냉혹한 보스가 되는 모습들을 보며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이 있었다. 정말로 여동생의 남편을 죽인 거냐고 묻는 아내의 말에 마이클은 마구 화를 내다가 진정을 하고 이번 한 번만 답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말한다, 아니라고. 아내는 안심을 하고 방을 나가지만, 그것이야말로 과거의 종언을 뜻하는 완벽한 거짓말이었다.

<대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범죄조직인 마피아의 흥망성쇠를 통해, 미국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은유한 역작이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함께 본다면, 미국이란 나라가 결국 범죄조직의 원리와 동일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범죄조직은 필수적으로 비밀과 거짓말에 의해서 운영된다. 합법적인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탈세를 하고 있고, 살인과 폭력 같은 범죄들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야 한다. 지극히 합법적인 것으로 움직인다고 흔히 생각하는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는, 비밀과 거짓말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다. 그 하부 단위인 가족 또한 비밀과 거짓말에 의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를 보며 충격을 받은 것은 영화 자체의 훌륭함에도 있었지만, 바로 그 비밀과 거짓말 때문이었다. <대부>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었던 세계가 박살나는 충격을 받았다.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우는 민주주의, 인간의 합의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 같은 것들이 결국은 허구가 아닐까, 라고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대부>를 본 후, 나는 어른의 세계가 알고 싶어졌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뻔한 정의와 진리가 아니라, 진짜 세계의 본질을 알고 싶어진 것이다. 이 세계를 둘러싼, 거대한 비밀과 거짓말이 대체 무엇일까? 일단 시작은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섭렵하는 것이었고, 차츰 정치적인 문제와 국제정세에까지 관심이 뻗어나갔다. 나는 이 세계가, <X 파일>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엄청난 비밀과 거짓말에 의해 굴러가는 놀라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데이비드 사우스웰의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을 보게 된 이유도 그런 것이다.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권력자들의 비밀과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정부나 기업, 학계, 군대, 사법부, 언론이나 기성 교회의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할 지식을 독자들에게 알림으로써 공식적인 설명과 기존 사고의 무사안일한 세계에 도전한다.’ 부시가 한때 마리화나를 피웠다던가, 월트 디즈니가 FBI에 협조하여 직원들을 감시했다던가 하는 잘 알려진 비밀부터 시작하여 CSI의 유전자 감식이나 지문 감식의 오류가 의외로 많다던가 하는 과학의 거짓말들 그리고 정치와 경제,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졌던 수많은 거짓말들을 망라하고 있다.

데이비드 사우스웰이 망라한 비밀과 거짓말들을 보고 있으면 심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사만이 아니라 진실 역시 승자의 전리품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독일의 나치는 세계 전체가 적으로 낙인찍은 확실한 대상이다. 하지만 나치에게 유대인 관리기술을 제공했던 IBM이나 열렬한 나치 지지자였던 제럴드 포드 등은 전후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언론에서도, 책에서도 그런 사실을 제대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 왜곡을 하는 것은 일본만이 아니다. 진주만 공격을 미국이 미리 알고 있었다고 발언했던 역사학자 찰스 비어드의 말이 인용된 교과서는 공인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한국의 교과서가 베트남전 학살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명백하게 말이 안 되는 거짓말을 비롯해서 대중매체에는 계속해서 사실을 생략하고, 대안에 대해서는 축소보도하고, 오웰의 소설 <1984>의 진실부나 쓸 법한 표현만 하는 식의 지속적으로 유해한 조작과정이 있다.’

왜곡과 은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힘이 약한 보통 사람들은 언제나 희생자다. 미국은 핵무기 공격을 받은 적이 없지만, 국내에서 핵무기 실험은 수시로 하고 있다. ‘1990년대 미국 국립암협회는 미국 내 7만 5천명에서 10만 명 사이의 환자가 대기에 요오드-131을 방출한 미국 무기실험 443건에서 나온 방사능 낙진의 직접적인 영향 때문에 갑상선암에 걸린 것으로 추정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금 황당할 수도 있지만 이런 건 어떨까? 2차 세계대전 중에 오클랜드 대학교의 토머스 리치 교수는 해저 폭발을 일으켜 해일을 일으키는 실험을 수차례 감행했고, 이 공로로 1947년 대영제국 훈장을 수상했다. 2004년 인도양을 강타한 쓰나미 사태 때에 미군기지가 미리 알고 대피했다는 소문이 나온 건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데이비드 사우스웰은 권력자들만이 아니라 그린피스와 음모론자,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등의 비밀과 거짓말 역시 가리지 않고 폭로한다.

사실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을 불특정 다수에게 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450쪽 남짓의 책에 200가지의 비밀과 거짓말을 폭로했으니, 당연히 깊이는 없다. 사실들을 그냥 망라했을 뿐이다. 데이비드 사우스웰의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이란 책은 일목요연하게 각 음모론의 그럴듯한 점을 설명하지만, <세계를 속인 200가지 비밀과 거짓말>은 깔끔하게 정리도 되어 있지 않다.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거나, 이 세상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본다면 분명히 허접하다고 내던지거나 비웃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비밀과 거짓말이란 별다른 게 아니다. 2001년 9월 28일까지 CNN은 러시아의 체첸 지배에 대항하여 싸우는 체첸 집단을 ‘자유 투사’로 설명했다. 2001년 9월 29일 러시아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에 미국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이때부터 CNN은 체첸 반군을 테러범이라는 명칭으로 바꿔 불렀다. 그게 바로 거짓말이다. 이란 콘트라 사건 조사위, 케네디 암살사건을 조사한 워런 위원회, 9/11 조사위원회 등을 다룬  ‘여론 진정용 보고’라는 장에서는 ‘국민의 항의가 높아질 때 정부가 도움을 청하는 공식 조사 위원회, 심시원단을 비롯한 관료기구의 어떤 심사도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계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권력자들은 조사단을 구성함으로써 대중의 은폐공작 우려를 불식시키고 해당 문제 속의 정치적으로 불편한 요소를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설명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말이 나온다. 내부자 폭로가 아무리 심각해도, 결국은 별다른 처벌이나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런 곳이다. 이 책에 나온 비밀과 거짓말들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의 세계를 믿지 않고 바꿔나가는 용기다. “우리가 들은 것 중에서 가장 큰 거짓말은  우리에게는 세상을 바꿀 힘이 없다는 말이지만, 가장 큰 비밀은 왜 우리가 이것을 깨닫고도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지 않는가이다.”

Posted by make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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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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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rirurero 2007/12/22 00:47

    우린 그저 다 알고도 영화를 보면서 현실도피하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