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공주, 현실세계로 들어오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설정을 하나로 버무려 90년대 디즈니식 감수성으로 요리해낸 가상의 디즈니 세계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지젤은 온갖 귀여운 숲 속 동물들과 친구가 되어 자길 사랑해줄 왕자님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공주' 캐릭터입니다. 지젤의 연인이 될 운명인 에드워드 왕자에겐 왕위를 지키기 위해 왕자의 결혼을 막으려는 사악한 계모가 있고요. 자신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가 지젤과 사랑에 빠지자 계모 나리사 여왕은 노파로 변장해 지젤을 우물에 던져버립니다. 그런데 그 우물은 뉴욕 타임즈 스퀘어의 맨홀과 연결되어 있었단 말이죠.
여기서부터 지젤은 더 이상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목소리만 빌려주었던 에이미 애덤스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 등장하지요. 불쌍한 지젤. 도입부의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지젤의 행동과 말투는 뉴욕에선 그냥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워보입니다. 에이미 애덤스의 연기에도 그런 구석이 있지요. 너무나도 결백하고 사랑스러워서 은근히 신경증 증세처럼 보이는 겁니다.
한참 터프한 뉴욕 골목에서 고생하던 지젤은 이혼 전문 변호사인 로버트 필립과 그의 딸인 모건에게 발견됩니다. 로버트는 당연히 "이런 미친 여자가 있나!"라고 생각하지만 딱 디즈니 애니메이션 팬 평균 나이인 딸 모건은 '진짜 공주'인 지젤에게 푹 빠져버리죠. 지젤은 필립의 아파트로 들어가고 여기서 두 세계는 조금씩 서로를 알아갑니다. 그러는 동안 나리사 여왕의 하수인인 하인 내서니엘과 에드워드 왕자, 지젤의 다람쥐 친구 핍 역시 뉴욕을 찾습니다.
<마법에 걸린 사랑>은 그렇게까지 과격한 영화는 아닙니다. 작정하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전통을 놀려대는 것 같지만 그 강도는 센 편이 아니에요. 아무리 해피 엔딩이 당연시되지 않는 메마른 현대 사회가 무대라고 해도 이야기는 전통적이고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이고 결말 역시 해피엔딩입니다. 물론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조금 아슬아슬하긴 해요. 아무리 지젤과 로버트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다고 해도 그들에겐 모두 장래를 약속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정말 그 가능성을 끝까지 파겠습니까?
영화의 스토리도 대립이나 파괴보다는 통합과 교류로 흘러갑니다. 지젤은 자신의 천진난만한 낙천주의와 뮤지컬 넘버로 냉정한 뉴요커들을 감화시키지만 자신도 뉴욕의 영향을 받아 보다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성장하지요. 앨런 멘켄의 음악은 자기가 작곡한 이전 디즈니 음악들을 가볍게 놀려대는 것처럼 들리긴 하지만 그만큼이나 순수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영화가 그리는 뉴욕은 매정한 현대 도시이기도 하지만 콘크리트 마천루들과 센트럴 파크가 성과 숲을 대체한 환상적인 공간이기도 해요. 따지고 보면 굉장히 전통적인 90년대 애니메이션 분위기의 영화예요. 보는 동안 마구 향수가 몰려오죠. 그 영화들이 그렇게 옛날에 만들어졌나요?
실사 세계로 옮겨가면서 몇 가지 장점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전엔 그냥 마이크 앞에서 따로 따로 목소리만 녹음했던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는 직접 출연까지 했으니 배우들의 역량이 50퍼센트 더 발휘되었다고 봐야죠. 에이미 애덤스, 수잔 서랜든, 티모시 스폴, 제임스 마스든, 패트릭 댐시의 캐스팅도 좋고요. 특히 완벽한 실사 공주 애덤스와 어리버리 왕자 마스든은 그처럼 완벽할 수가 없어요. 이들만큼 좋은 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실제 세계의 다람쥐 핍입니다. 갑자기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핍이 벌이는 샤레이드는 정말 멋진 구경거리였어요. (07/12/13)
기타등등
디즈니 팬들에겐 <마법에 걸린 사랑>은 거의 보물찾기 놀이터와 같습니다. 히든 미키에서부터 이전 디즈니 영화에 목소리를 빌려주었던 성우들, 옛 영화의 사운드트랙, 유사한 설정까지 숨겨놓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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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되면, 이전에 지나첬던것도 보인다고..
듀나님 이곳 저곳에서 많은 활동 하시네요.
Y*S2*에서 항상 책을 주문해 봅니다만, 그곳 소식지에도 섹션 하나를 맡고 계셨군요.^^
오늘 알았습니다.^^
그전에는 판타*틱 이란 잡지에서 첨 알게 되었구요.
항상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시사회 갈 기회 있었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놓치다니...T_T
한때 디즈니 애니에 환장했던 제 취향에 맞을 것 같습니다.
개봉하면 보러 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