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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들의 열정이 빚어낸 감동작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1987)가 20년 만에 국내에서 개봉된다. HD 리마스터판이라고는 해도, <왕립우주군>을 극장 스크린으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왕립우주군>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등을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가이낙스의 첫 작품이다. 가이낙스 자체가 <왕립우주군>을 만들기 위해 설립한 회사라고도 한다. 안노 히데아키, 야마가 히로유키, 오카다 토시오 등 일본 오타쿠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데 모여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직접 만들기 위해 설립한 회사가 가이낙스이고, 그 창립 작품이 바로 <왕립우주군>이다.

작품 외적으로 <왕립우주군>의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일본의 오타쿠들이, 그들의 혼을 다해 만든 첫 번째 애니메이션. 당연히 그들이 가장 좋아하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왕립우주군>에 쓸어 담았고, 완성도로만 본다면 <왕립우주군>은 거의 흠잡을 데가 없는 작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왕립우주군>은 흥행에서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가, 오타쿠들이 열광하는 미소녀와 메카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타쿠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디테일’이 없다면 절대로 호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이낙스는 차기 작품으로 메카닉을 조종하는 미소녀라는 설정의 애니메이션 <톱을 노려라! 건버스터>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오타쿠를 위한, 오타쿠의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바꿔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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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의 최고 경지에 오른 인물들이 모여서 야심차게 만들어낸 <왕립우주군>은 왜 오타쿠들에게 외면 받은 것일까? <왕립우주군>은 SF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광대한 우주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 가상의 국가 오네아미스에서는 우주비행 개발을 위해 왕립우주군을 만든다. 하지만 개발은 순조롭지 못하고 우주군 사관생도인 시로츠구는 그저 나태한 생활만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순수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서 우주비행사가 된다는 것이 ‘멋진 꿈’이란 말을 듣고는 다시 파일럿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한다. 사고가 속출하고, 우주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음모도 왕성해하고, 한편으로 진짜 우주개발의 이유는 전쟁무기인 로켓 개발을 위해서라는 것도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우여곡절 끝에서도, 그의 꿈은 단 하나 우주에 나가는 것뿐이다.

내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왕립우주군>은 아주 심플하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벌어질법한 사실적인 사건들이 펼쳐지고, 뭔가 세계를 뒤흔들 음모나 비밀 같은 것도 없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심오하면서도 모호한 비의(秘意)같은 것은 더더군다나 없다. 일단 <왕립우주군>에서 놀랄만한 것은, 지금 보아도 감탄할 수 있는 사실적인 그림과 영상이다. 로켓 발사장면을 그리기 위해 직접 NASA에서 발사 장면을 견학할 정도로 ‘디테일’에 열성적이었던 덕이다. 하긴 미사일 발사 장면을 그리기 위해, 위험하게도 폭죽을 서로에게 쏘아가면서 날아가는 궤적이나 불꽃을 관찰했던 오타쿠들에게 그 정도의 열성은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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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우주군>은 모든 것이 최상급의 수준에 달한 애니메이션이다. 다만 자극적인 것은 없다. 오타쿠들의 이상과 열망이 순수한 형태로 뭉쳐진 작품일 뿐이다. 사실 오타쿠들의 긍정적인 점은 바로 그것이다. 무엇인가에 대한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열정. 어떤 대상에 대한 독점적인 지식을 과시하거나 배타적인 애정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치열하게 파고들어가는 순수함. 그 순수한 열정이 드러날 때 대중도 인정하게 된다. <왕립우주군>이 당대에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왕립우주군>을 보고 있으면, 시로츠구의 꿈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우주에 대한, 그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동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오타쿠들의 순수한 열정이기도 하다. <왕립우주군>은 오타쿠의 순수한 열정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이다.


Posted by make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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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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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최고의 애니 2007/10/10 19:18

    잔잔하지만 정말 감동적인 애니였습니다.. 이제서야 개봉을 하다니.. ㅠ.ㅠ

  2. 犬夜叉 2007/10/10 19:56

    개봉일은 10월 18일입니다. 정말 멋진 글이군요.

  3. 언제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부천영화제에서 스크린으로 본 적 있습니다.
    이번 개봉을 계기로 디비디도 나와주면 좋겠군요.
    사카모토 류이치옹의 음악도 아주 좋았었는데 말이죠.

  4. 앗 이게 개봉한단 말입니까~ 처음 알았네요.
    아직도 집 구석 창고에 불법복제(...) 비디오테이프가 있는데 말이죠.

    간만에 예습 한번 하고 개봉을 기다려야겠습니다 ㅎㅎ

  5. 콘래드 2007/10/12 22:1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과거 명작이 뒤늦게 개봉하는 경우도 있군요. 그것도 애니가

    그런데 오타쿠라... 일단 마니아랑 비슷한 표현이긴 한데, 무언가에 열광하고 거기다 창작까지 해내는 그런 무리들도 재능이 따라주는 사람들은 소수지 않습니까. 그래선지 요즘은 다시금 인식이 별로 더군요.
    90년대 중후반 애니메이션 사업이 각광받기 시작할 때 어느정동의 지식인(?) 대접을 좀 봤더니 이제는 아주 '오덕후' 라는 한국식 용어를 만들어 내서 일본애니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호한 기준을 두고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희안한 세태가 자주 눈에 뜁니다.

    ...세상사 참

    • 그래도 일본에서 오타쿠가 경제의 일익을
      담당하는 걸로 평가받죠..
      우리나라에서야 진짜 오타쿠라 불릴 만한
      사람이 있는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