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액션 <레지던트 이블 3: 인류의 멸망>이 지난 9월 21일 북미 지역에서 개봉했다. 개봉 첫 주 전미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후 10월 초까지 4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둬들였다. 폭발적인 흥행은 아니지만 B급 액션물로서는 나름대로 괜찮은 성적이다. 시리즈 팬이라면 4편의 제작을 기대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가지는 의의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서는 드물게 성공적인 브랜드를 쌓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전에도 인기 게임을 영화화한 사례는 많았지만 영화팬, 게임팬 모두에게 악평을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레지던트 이블>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3편까지 성공적인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레지던트 이블 3>가 오는 10월 18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원작 게임 시리즈와 영화에 관해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2002)
가장 성공한 호러 게임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의 원작은 일본의 게임 제작사 캡콤이 제작한 플레이스테이션(PS)용 비디오 게임 <바이오해저드>(BIOHAZARD)(사실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이라는 제목은 게임 <바이오해저드>의 미국 수출명이다. 영화가 할리우드 제작진들에 의해 만들어지면서 미국식 제목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일본에서만큼은 영화 제목 역시 오리지널에 바탕을 둔 <바이오해저드>를 사용하고 있다).
1996년 처음 선보이게 되었는데 발매와 동시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밀리언셀러를 기록, 후속 시리즈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캡콤의 제작진들은 게임이 그토록 성공을 거둘 줄은 몰랐다고 한다. 캡콤의 개발부 팀장이었던 미카미 신지가 신입사원 교육 도중 짬짬이 개발하던 당시로선 생소한 호러 어드벤처 게임이었던 것이, 참신한 게임 구성과 수준 높은 그래픽으로 게임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게임의 내용은 이렇다. 1998년 여름.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소도시 라쿤시티에서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다른 사람들을 잡아먹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라쿤시 경찰 서 내 특수작전부대인 STARS(Special Tactics And Rescue Service)가 출동해 사건의 진원지로 파악되는 외딴 저택에 들어서게 된다. 겉으로 보기엔 고풍스런 분위기의 저택. 하지만 그곳은 최첨단의 생화학 설비가 갖춰진 대기업 엄브렐러사의 연구시설이었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T-바이러스의 유출로 인해 좀비 등 돌연변이 괴생물체들이 출연한 것이었다.
추억의 <바이오해저드> 1편 오프닝 영상
사실 게임 스토리는 다른 B급 영화의 그것에 비해 수준이 높다고 할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 B급 취향의 오프닝 영상에서부터 군산복합체와 연관된 대기업의 음모까지 전형적인 액션물의 내용이었지만, 게임으로서 그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게이머는 STARS팀의 크리스 레드필드, 혹은 질 발렌타인을 조종해 비밀이 숨겨진 퍼즐을 풀고 어둠 속에 숨은 좀비와 싸우고 돌연변이화된 거대 괴물에게서 살아남아야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팀원들 간의 드라마틱한 갈등을 간접 체험하게 된다.
물론 게임의 최대 수훈은 탁월한 공포감 조성으로 ‘서바이벌 호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데 있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괴물에 대비하기 위해 숨죽이며 게임 패드를 조작하는 재미는 이전까지 다른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것이었으며 게임을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로 이끈 일등공신이 되었다.
이후 게임의 스케일을 더욱 확장시킨 <바이오해저드 2>(1998), 강력한 적 ‘추적자’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게 만드는 <바이오해저드 3>(1999), 외전격인 <바이오해저드 코드:베로니카>(2000)가 차례로 선보이게 되었고, 2002년에는 게임의 1편을 최신 기술로 개량시킨 게임큐브판 <바이오해저드: 리버스>가 선을 보여 공포감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는 호평을 받는다.
허나 시리즈가 거듭되면 될수록 비슷한 게임 구성에 식상해진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에 캡콤의 제작진들은 이전까지의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바이오해저드 4>(2005)로 그러한 비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바이오해저드 4>는 주인공만 시리즈 2편의 캐릭터일 뿐, 완전히 별개의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향상된 그래픽은 물론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게임 진행과 연출로 그해 게임 관련 상들을 휩쓸 정도로 높은 평가를 얻었다. 주목할만한 것은 <바이오해저드 4>에 이르러 더 이상 엄브렐러사의 바이러스에 의한 생물병기들 출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의 말미에 엄브렐러의 부활이 암시되긴 하지만, 이전 시리즈들과 정확히 어떤 연결성을 갖게 될지는 2009년 출시될 예정인 <바이오해저드 5>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에서 영화로
여기까지 영화의 원작이 되는 <바이오해저드> 시리즈에 대해 간략히 다뤄봤다(<건서바이버> <아웃브레이크> 등 기타 외전에 관해서는 생략했다). 이번에는 영화에 대해 소개할 차례. <바이오해저드>의 영화화 프로젝트는 게임 시리즈 2편이 나올 당시였던 90년대 말부터 진행되었다. 한때 좀비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조지 A. 로메로가 감독을 맡을 것이라는 소식이 발표되면서 영화팬들을 열광시켰지만, 결과적으로는 <모탈 컴뱃>(1995) 등을 연출한 폴 W.S. 앤더슨으로 감독이 결정되었다.
조지 A. 로메로가 감독직을 포기한 것은 제작진과의 견해 차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영화에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을 은유적으로 담아온 로메로와 좀비를 클리어해야할 몬스터로 간주하는 액션 어드벤쳐 게임 사이에는 상당한 간격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레지던트 이블> 촬영장에서 폴 W.S. 앤더슨 감독(맨 우측)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폴 W.S. 앤더슨이 <레지던트 이블>(2002)의 감독을 맡은 것은 원작 게임의 팬들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폴 W.S. 앤더슨 스스로가 게임 원작 <바이오해저드>의 열성적인 팬이었던 것이다. 그의 전작 중에서 마찬가지로 게임을 원작으로 한 <모탈 컴뱃>(1995)이 그리 좋은 평가를 얻지는 못했지만(사실 격투 게임을 훌륭히 영화화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1997년 그가 연출한 <이벤트 호라이즌>은 나름의 골수팬을 형성할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특히 SF와 공포의 잘 결합시킨 앤더슨의 연출은 <레지던트 이블>에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게임의 요소가 적절히 삽입된 차가운 질감의 액션 호러가 탄생하게 된다.
<레지던트 이블>의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은 게임 <바이오해저드> 1편과 흡사하다. 엄브렐러사의 지하 연구시설과 연결된 외딴 저택이 있고, 사태를 수습하려하는 특수부대 요원들, 그리고 좀비가 등장한다. 게임과 크게 다른 부분이 있다면 바이러스의 숙주, 즉 인간을 없애려는 소녀의 모습을 한 소름끼치는 인공지능과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한 수수께끼의 여주인공 앨리스의 존재다. 앨리스는 영화 시작부터 기억상실증에 걸려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여성으로 사실은 바이러스의 유출과 관련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다. 게다가 그녀는 뛰어난 무술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게임 상에서 플레이어들을 종종 놀라게 했던 식인개 ‘켈베로스’를 맨몸으로 격파할 정도다.
게임팬인 동생 때문에 <레지던트 이블> 출연을 결심한 요보비치
앨리스의 존재는 이후 영화 2, 3편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커져 가는데, 이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활약을 통해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게 했던 게임의 스토리 진행방식과는 동떨어진, 원작파괴적인 설정이라는 지적도 게임 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나 2편의 마지막과 3편에서 발휘되는 그녀의 초능력은 밀리터리풍 액션을 추구하는 게임에선 절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레지던트 이블> 1편은 변종괴물 ‘릭커’(<바이오해저드 2>에 등장)를 해치운 앨리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불길한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앨리스는 엄브렐러사에 의해 납치돼 모종의 수술을 받고, 바이러스는 도시 전체로 퍼져 라쿤시티 전체가 좀비로 들끓게 된 것이다. 너무도 뻔한 속편에 대한 암시지만 사실 <레지던트 이블 2>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 작용했던 덕분이다. <레지던트 이블> 개봉 당시 흥행 수입이 생각 외로 크지 않았던 탓에 제작진들은 속편 제작을 포기하려 했지만, 뒤이어 발매된 DVD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이었다.
극장보다 TV 화면을 선호하는 게임팬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음을 알게 된 영화 제작진들은 <레지던트 이블 2>에 게임팬들에 위한 서비스를 더욱 첨가시킨다. 바로 게임판의 주인공인 질 발렌타인을 영화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 게다가 게임 3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추적자 ‘네메시스’도 등장시킨다. 영화 1편의 배경 대부분이 엄브렐러의 연구시설 내부였던 것에 비해, 2편은 그것을 더욱 확장시켜 라쿤시티 전역을 무대로 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질 발렌타인(시에나 길로리)이 생지옥이 된 라쿤시티를 탈출하는 게임 3편의 그것과 흡사하다. 용병인 카를로스(오데드 퍼) 등과 합류해 생존을 모색하고, 바이러스 개발자인 애쉬포드 박사의 딸 앤지를 구해내기 위해 애쓴다(애쉬포드라는 이름은 외전 게임 <코드: 베로니카>에서 따온 것이다).
여기에 무시무시한 추적자의 위용까지 더해지면서 게임팬들이 보기에 대단히 흥미로운 영화가 되었는데, 1편 이후 더 강력해진 앨리스의 등장과 활약은 역시나 게임과 영화를 차별화시키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사실 영화 속에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코믹 캐릭터로 나온 L.J.가 좀비를 깔아뭉개면서 논란의 게임 <GTA>를 들먹이는 장면이다.^.^).
게임과는 차별화된 <레지던트 이블 3>
곧 국내 개봉될 예정인 영화 시리즈의 최신작 <레지던트 이블 3: 인류의 멸망>은 게임과 가장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다. 원작 게임에서는 엄브렐러사로 인한 바이러스 유포가 국지적인 사건으로 끝을 맺었지만(심지어 게임 4편에선 엄브렐러사가 망한 것으로 나온다), 이번 영화 3편에서는 바이러스가 지구 전역으로 퍼지면서 제목 그대로 인류가 멸종 직전에 처한 것으로 나온다. 게다가 바이러스는 인간을 좀비화 시킨 것에 그치지 않고 수목을 병들게 하고 강을 마르게 하여 온 지구를 사막화시켜버린다.
여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역시나 앨리스. 그리고 게임 2편과 <코드: 베로니카>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클레어 레드필드가 새로이 등장, 영화 2편에서 활약했던 카를로스와 함께 생존자들을 규합해 호위팀을 이끄는 것으로 나온다. 원작 게임에서 클레어 레드필드는 게임 1편의 주인공 크리스 레드필드의 여동생이자 19세의 대학생으로 설정돼 있지만, 영화에서는 31살의 알리 라터가 연기한다. 게임과는 확실히 동떨어진 모습이나 리더쉽 있는 지도자로 나오는 영화상에서는 납득이 가는 캐릭터다.
두 여전사 클레어 레드필드와 앨리스
앨리스와 클레어가 각자의 목적에 따라 좀비들을 피해 사막을 헤매는 가운데, 세계 각지에 숨겨진 지하 기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엄브렐러사의 간부들은 생존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한다. 아이작 박사는 앨리스의 복제 유전자를 이용, 좀비들을 위험요소를 배제시킨 노예로 만들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던 중, 앨리스의 위치를 알게 되고 그녀를 사로잡기 위해 함정을 꾸민다.
게임 시리즈와는 확실히 달라진 영화만의 오리지널 스토리. 하지만 여전히 게임에서 따온 설정들이 제법 눈에 띈다. 우선 엄브렐러사의 의장으로 나오는 알버트 웨스커의 등장이다. 게임 1편에서부터 등장했던 그는 주인공들이 소속된 STARS팀의 일원으로 행동했지만, 사실은 엄브렐러사의 핵심 간부로서 사건의 배후에 있던 인물이다. 항상 선글라스를 낀 모습에 냉철한 그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정함으로 게임 주인공들을 수차례나 위험에 빠트린 장본인이다. 영화상에서는 제이슨 오마라가 캐릭터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연기해 게임팬들을 기쁘게 하지만 등장 씬이 너무 적어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4편이 나오길 기다릴 수밖에.
두 번째로 게임 1편부터 등장했던 까마귀들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의 살을 뜯어먹고 2차 감염이 된 그들은 떼를 지어 다니면서 인간들을 공격, 좀비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준다. 게임 상에서는 권총 몇 방에 해결되지만 영화에서는 히치콕의 <새>에 버금가는 무시무시한 액션을 펼친다. 앨리스의 초능력에 의해 간단히 처리된다는 게 썰렁하긴 하지만.
그리고 게임 2편의 보스로 나왔던 ‘G생물’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만들어지는 과정은 게임과 다르지만 끔찍한 외형과 집요함은 게임에서의 그것과 흡사하여 앨리스를 마지막까지 괴롭힌다. 생각지도 못했던 출연이라 마치 길가다 동창생이라도 만난 듯 반가웠던 몬스터. 역시나 너무 쉽게 처리되는 부분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엄브렐러가 사라진 게임 시리즈, 엄브렐러의 존재를 더욱 강화시킨 영화 시리즈.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게임, 앨리스의 활약을 중심으로 한 영화.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영화는 원작 게임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원작에 대한 오마주가 빠지지 않고 있어 게임팬들을 즐겁게 한다. 물론 속편이 나올 때마다 더욱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영화만의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레지던트 이블> 영화만 봤던 사람이라면 이참에 원작 게임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영화를 두 배로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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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개인적으로는 1,2 편에 비해 3편이... 재미없었습니다(죄송합니다. 참지못하고 어둠의 경로로 봐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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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2편이나 다시 한 번 봐야겠네요. ^^;;
극장의 큰 화면으로 보면 또 다를 수도 있죠.
전 시사회로 봤는데 재밌게 봤습니다.^^
2%부족한 느낌..... 재미있었지만, 좀 뭔가 부족한 느낌이.....
클레어나 다른 캐릭터들이 좀더 부각이 되었으면 좋았을텐데..많이
아쉽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