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여인>은 모범적인 존 랜디스 호러입니다. 전형적인 호러영화 설정을 하나 잡아 풀어놓고 피투성이 난도질 학살극을 펼치는 동안 그 바보 같은 설정을 하나씩 따지면서 킬킬거리는 거죠. <사슴 여인>은 <마스터즈 오브 호러> 시리즈를 위해 만들어진 작은 소품이지만 이 영화의 랜디스 성향은 아마 그가 지금까지 만든 호러 영화들 (이것까지 포함해서 겨우 셋이지만) 중 최고일 것입니다. 아마 랜디스가 각본을 아들 맥스 랜디스와 함께 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충실한 모방은 오리지널보다 더 진짜 같은 법 아닙니까? 맥스 랜디스도 작정하고 아빠 영화의 각본을 썼던 거겠죠.
이 작품의 타이틀롤인 사슴 여인은 상반신은 아름다운 미국 원주민 여성이고 하반신은 사슴인 괴물입니다. 백 년마다 숲에서 나와 남자를 유혹하고는... 발로 밟아 죽입니다! 네, 정말이에요. 사슴 여인의 공격을 받은 시체는 발굽에 밟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뭉게집니다. 우리의 주인공인 형사 드와이트 패러데이는 곳곳에서 발견된 사슴털과 사슴 DNA, 발굽 자국을 통해 범인이 사슴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에 들어갑니다. 그러는 동안 참견쟁이 카지노 매니저가 미국 원주민들 사이에 내려오는 사슴 여인의 전설을 들려주죠.
어이가 없죠? 랜디스도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이 에피소드가 잘 먹히는 랜디스 영화가 되는 거죠. 이 전설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영화에서는 그게 정말로 일어나는 일인 것입니다! 주인공이 살아남고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그 부조리하고 바보스러운 사건들을 받아들여야죠. 물론 랜디스는 그러는 동안 온갖 종류의 농담들을 퍼부을 기회를 얻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패러데이가 트럭 운전사 살인사건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들을 상상하는 장면을 들 수 있겠군요.
브라이언 벤벤의 캐스팅은 이상적입니다. 그가 연기한 패러데이는 비극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인생의 함정에 빠진 남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싱겁게 웃깁니다. 아니, 그 비극적인 아이러니 때문에 더 웃기는 거겠죠. 그는 모범적인 랜디스식 'schlock'입니다. 타이틀롤 사슴 여인을 연기한 브라질 모델인 신티아 모우라는 웃는 모습이 약간 부담되긴 해도 미인이네요. 인간을 발로 쾅쾅 밟아 죽이는 사슴 괴물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 적어도 스크린 위에서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사람이 그만큼 분위기를 잘 잡아주었기 때문입니다.
결말이 다소 가볍고 전체적으로 <엑스 파일>의 코미디 에피소드를 연상시키는 소품이지만, <사슴 여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쾌한 영화입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었던 토브 후퍼의 <죽은 자의 춤> 다음에 보아서 더 재미있었던 것인지도 모르죠. (06/08/22)
기타등등
패러데이는 81년에 영국에서 일어났던 맹수 습격 사건을 언급합니다. 그 사건이 <런던의 미국인 늑대인간>임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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