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사로잡는 라이트 노블의 세계
요즘 한국의 10대에게 라이트 노블이란 새로운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등 총 8권이 나온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는 20만부가 넘게 팔렸고,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공의 경계> <풀 메탈 패닉> <작안의 샤나> 등 만화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라이트 노블도 속출하고 있다. 라이트 노블 전문 잡지 <파우스트>도 4호까지 나왔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스즈미야 하루히라는 여고생 주변에 우주인, 시간여행자, 초능력자 등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그런 황당한, 이란 말이 대뜸 나오겠지만 그것이 바로 라이트 노블의 본령이다. 간단하게 말한다면 라이트 노블은 장르소설과 만화,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라이트 노블은, 말 그대로 ‘가벼운’ 소설이다. 라이트 노블이 시작된 일본에서 라이트 노블의 정의를 물어보면 쉽게 읽을 수 있다, 표지와 삽화에 일러스트가 있다, 는 답이 가장 많이 나온다. 이 답에 의거하여 라이트 노블의 정의를 내린다면, 일러스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즉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 바로 라이트 노블이다. 검과 마법류의 판타지, 학원물, SF물, 역사물, 서스펜스, 액션물, 개그와 부조리, 러브코미디, 호러 등 라이트 노블은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뱀파이어 헌터>의 키쿠치 히데유키와 <음양사>의 유메마쿠라 바쿠 그리고 <은하영웅전설>의 다나카 요시키 등이 발전시켜 온 라이트 노블은 전형적인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었다. 읽는 순간의 즐거움과 쾌감이 가장 중요한 독서의 이유다. 또한 라이트 노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와 작가의 동시대적 감각이다. 라이트 노블은 작가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재미있는 것을 쓴다는 기분으로 만들어진 소설인 것이다. 주요 독자인 청소년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무엇인가가 라이트 노블에 담겨 있었고, 그래서 청소년들은 부모가 골라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서 읽게 되었다. 이처럼 라이트 노블의 작가는, 독자의 연장선에 서 있었다. 한국의 판타지 문학이, 독자가 직접 자기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는 것으로 시작된 인터넷 문학이었던 것과 유사하다.
지금 한국에서 라이트 노블이 의미를 가진다면, 바로 그 부분이다. 최근의 한국문학은 점점 대중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기성 작가의 작품 중에서 독자의 호응을 얻는 것도 주로 장르성이 강한 역사소설이다. 또한 문단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공지영의 소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공지영의 소설은 적어도 주요 독자층인 동시대 젊은 여성의 감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이제는 기성 문학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는 새로운 세대의 감성을 사로잡을 읽을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라이트 노블 역시 마찬가지의 길을 걸어왔다. 젊은 세대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받으면서도, 라이트 노블은 기존 문단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라이트 노블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학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라이트 노블 전문지 '파우스트'
물론 라이트 노블이 아직 명실상부한 문학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영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상업영화 중에서도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영화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영화가 예술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라이트 노블은 아직 주류가 아니라, 일부 독자가 선호하는 독특한 장르일 뿐이다. 다만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이니만큼, 애니메이션과 소설의 결합이라고 할 라이트 노블의 상상력과 이미지가 탁월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즉 한국 독자들도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겼다면, 쉽게 라이트 노블에도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휴대폰으로 보는 ‘게타이 소설’이 책으로 출간되어 연이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새로운 세대의 독서 취향은 점차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장르문학이 유행인 것도 그런 현상이다. 라이트 노블은 새로운 취향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이고, 가장 오락적이면서도 주목해야할 장르인 것 또한 분명하다. 10대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라면, 라이트 노블 역시 가장 친숙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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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풀메탈 패닉, 델피니아 전기, 공의 경계등등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좀 더 많은 라이트 노벨들을 읽고 싶은데 종류가 너무 많으니 뭐가 구입할만한지도 좀 문제더군요 ㅎㅎ
국내에 라이트 노벨이 성공한 이유는 작품성도 물론이지만 대여점과 인터넷상에 보급이 되지 않은 요소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트 노벨에 자극을 받았는지 최근 국내에서 시드노벨이란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더군요. 그런데 그것이 참 모호한 기준하에 작품들을 내고있는 거 같습니다. 한국에서 발간되는 서적임에도 일러스트, 내용, 캐릭터가 라이트 노벨을 그대로, 혹은 그이하로 쫓아가려는 모습들이라 안타깝습니다. 초창기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주인공들 말투가 일본어를 직번역한 투라는 건 진짜 너무한... 허 참...
낮은 작품성으로 잔뜩 쏟아져나왔던 국내 대여점 판타지계가 시드노벨쪽으로 어설프게 옮겨가 라이트 노벨이랑 바보같은 경쟁을 벌어는 사태는 안 됐으면 좋겠군요.
머, 그래도 아직도 열렬하게 판타지를 구상중인 중,고등학생 차기 판타지 작가 지망생들한텐 일종의 숨통일지도 모르겠네요~
일본 소설의 번역투야 번역자 잘못이라지만
울 나라 사람이 쓴 소설에까지 그런 문장이 나온다면
심각하군요...-_-;;
전에 DVD 자막 번역하면서 인터넷상에 잘못 번역된
고유명사를 바로잡으려고 했더니
자기들에게 익숙한게 좋다고 반대하던 사람들
기억 나네요.
라이트노블은 일러스트라기 보다는 이야기 자체의 가벼움 때문에 성공했다고 봐야 합니다.
아울러 이 가벼움 덕분에 라이트 노벨이 애니메이션으로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이것 역시 라이트노블의 성공을 불러온 이유가 됩니다.
라이트노블은 우리나라로 치면 판타지 소설에 해당합니다.
다만, 일본은 애니메이션으로 라이트노블이 '순환'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기반이 없어 순환이 불가능하죠.
NT노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 때문이겠죠. 우리나라 판타지 무협소설들은 어찌 그리 천편일률적인지..;
다양한 작가군을 양산하지 못하는 국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