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즈 오브 호러: 담배자국 - Masters of Horror - John Carpenter: Cigarette Burns (2005)
리뷰/미스터리 / 스릴러 2007/03/05 02:05
아트 하우스 영화관을 운영하는 커비 스위트먼은 괴짜 백만장자 벨린저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습니다. 시체스 영화제에서 한 번 상영된 뒤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전설의 영화 <세상의 완벽한 종말 La Fin Absolue du Monde>의 필름을 찾아달라는 것이죠. 자신의 영화관을 지키기 위해 현금이 필요한 그는 필름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그러는 동안 영화 필름의 '담배자국'과 비슷한 환영이 그의 뒤를 쫓습니다. 자살한 여자 친구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과 함께요.
존 카펜터의 <담배자국>은 소재면에서 여러 모로 그의 장편 <매드니스>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니, 연결되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같은 이야기예요. <매드니스>가 세상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소설을 쓴 작가를 찾아 나서는 사립탐정 이야기라면 <담배자국>은 역시 세상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영화의 필름을 추적하는 프로그래머의 이야기입니다. 전 이 작품이 <매드니스>를 바탕으로 쓴 일종의 우버팬픽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카펜터는 작품의 각본을 쓰지 않았거든요. 드루 맥위니와 스코트 스완의 작품입니다. 참, 너무나 카펜터 자신의 작품처럼 들리는 이 영화의 음악은 카펜터의 아들인 코디 카펜터의 작품이랍니다.
소재면에서 영화는 <매드니스>보다 더 잘 와닿습니다. 작가들이나 감독이 소재를 더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죠. 영화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영화여서인지도 모르고. 하여간 단 한 번 시체스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가 필름이 사라진 <세상의 완벽한 종말>은 <매드니스>에서 서터 케인이 쓴 소설들보다 훨씬 디테일이 섬세하고 존재감도 강합니다.
이 영화가 <매드니스>보다 더 와닿는 건 사라진 필름을 추적하는 커비 스위트먼의 행로가 단순히 외부에서 주어진 지옥을 경험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호러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가 <세상의 완벽한 종말>을 통해 경험하는 지옥은 바로 그의 내면에서 끌어낸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잡아당길 수 있는 지옥의 끄트머리를 제공해주는 것은 자살한 마약중독자 애인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입니다.
영화는 호러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고 이 장르에 빠져 있는 팬들의 뻔뻔스러운 허세이기도 합니다. 이 둘은 꼼꼼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쉽게 가를 수가 없어요. 보통 호러영화가 관객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축소하거나 무시하려 하는 팬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그 힘을 극도로 과장하며 그를 통해 장르 영화의 힘을 예찬합니다. 하긴 힘이란 원래부터 도덕적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긴 하죠. (06/08/24)
기타등등
제목의 '담배자국'은 릴을 갈아끼울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필름에 낸 동그란 자국입니다. 여러분도 극장에서 가끔 보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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