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타 히데오의 <링 2>는 스즈키 코지의 원작 소설과도 다르고 그가 직접 감독한 일본판 <링 2>와도 다릅니다. 원작 소설 시리즈, 오리지널 영화 시리즈, 할리우드 리메이크 시리즈가 모두 첫 번째 작품의 결말 이후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거죠.
<링 2>는 더 이상 저주받은 비디오테이프에 물고 늘어지지 않습니다. 도입부에 잠시 등장해 우리의 주인공인 켈러 모자를 사건에 끌어들이긴 하지만 이번의 사마라는 등장하기 위해 꼭 비디오테이프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거울이나 디지털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해요. 일단 누군가의 몸에 들어가면 그런 것들도 필요 없습니다. 이 영화의 설정은 <링>보다는 <엑소시스트>에 가깝습니다. 자식의 몸에 들어온 악령을 쫓아내려는 엄마의 필사적인 노력에 대한 것이니까요.
큰 한 방을 영화 끝에 두고 그 목적지를 향해 전진하던 전편과는 달리 이 두 번째 영화는 조금 산만합니다. 유명한 장치인 비디오테이프도 날아가버렸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요. '사마라 원혼 몰아내기'라는 영화의 목표가 정해진 뒤에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한동안 길을 잃을 겁니다.
에린 크루거가 쓴 영화의 각본은 전편의 전통을 따릅니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에 대한 섬세한 관심과 암시들이 따르고 일본식 호러 대신 차가운 고딕을 추구하는 거죠. 영화는 도덕적으로 다소 모호했던 전편의 결말을 보다 확실하게 맺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설명은 여전히 많고요.
오리지널의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긴 했지만, 영화는 여전히 오리지널 <링>보다는 고어 바빈스키가 감독한 리메이크의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나가타 히데오 자신이 그렇게 엄청나게 개성적인 스타일리스트는 아니었으니까요. 우리가 <링>의 개성이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 일본 호러 영화의 개성이고 그 장르는 <링>이 나오기 전부터 존재했죠. 물론 이 장르에서 그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가 할리우드로 건너갔다고 해서 원작 영화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 거라고 생각하는 건 대단한 착각입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하던가요. 하긴 할리우드 탱자가 꼭 나쁜 것도 아니죠. 연기의 질이나 특수효과는 더 좋고 원작에는 없는 고유의 분위기도 있으니까요. (05/05/20)
기타등등
영화 중간에 코지 박사라는 이름이 언급됩니다. 스즈키 코지에 대한 오마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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