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넘치는 억수탕에서 사랑까지
곽경택을 이야기하려면 <친구>를 빼놓을 수 없다. 부산을 배경으로, 4명의 친구가 성장하면서 겪는 사랑과 고통, 배신을 그린 <친구>는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연 영화였다. 곽경택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친구>는 영화 속 당대를 함께 경험한 30대 이상의 관객만이 아니라, 젊은 관객에게도 그 시절의 ‘정서’를 함께 느낄 수 있게 한 진솔한 작품이었다.
<사랑>은 친구와 가장 많이 닮아 있는 영화다. 배경이 부산일 뿐 아니라 <사랑>의 인물을 <친구>로 옮겨 놓거나 반대의 경우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채인호가 한 여자를 사랑하고 감옥에 들어갈 때까지의 느낌은 <친구>와 거의 흡사하다. 아니 <친구>에서 느꼈던 그 정서가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힘들었지만 순수하고 진실했던 젊은 날의 추억은, 그 남자의 기억에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일으킨다. 진부하지만 힘이 있고, 정직하다.
하지만 전반부의 활력은 점차 수그러든다. <사랑>의 후반부는 전형적이다. 그건 <똥개>도 그랬다. 지방 소도시에서 다소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청년의 일상을 그린 <똥개>는 어느 순간 ‘조폭’과 깊이 연결되면서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사랑>의 후반부에서 인호는 대기업 사장의 보디가드로 들어가 출세를 하고,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현실에서 그런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 속 풍경은 마치 80년대 만화를 보는 것처럼 혹은 진부한 TV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비현실적인 기분이 든다. <친구>에서도 조폭으로 성장한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중심은 ‘친구’에게 맞추어져 있다. 조폭의 화려한 혹은 비열한 싸움보다는, 친구들 간의 애증관계와 우정 그리고 배신의 파노라마가 관객을 끌어들였다.
<친구>의 배경이 된 부산 뒷골목에서 곽경택 감독
사실 곽경택 영화의 원류는 데뷔작인 <억수탕>에 있었다. 작은 목욕탕을 무대로, 인간 군상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그려낸 <억수탕>은 일본에서 흔히 말하는 ‘인정 희극’과 일맥상통하는 영화였다. 곽경택 감독의 유머는 <똥개>나 <사랑>의 전반부처럼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그릴 때 더욱 빛났고, 감동도 더했다. 곽경택의 영화는 점점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스케일이 커질수록 진부해지고, 감정의 밀도도 낮아진다.
<사랑>은 그런 점에서 전형적인 곽경택의 영화인 동시에, 무엇이 문제인지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따로 노는 듯한 <사랑>을 보면 곽경택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어딘가 과거의 흔적과 정서가 물씬 풍기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희로애락. 그 작은 이야기 안에, 사실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꼭 국제적인 음모를 말하지 않아도, 한국이라는 나라의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아도, 보통 사람들의 작은 삶 속에 사실은 이 우주의 진수가 담겨 있는 것이다.
<사랑>이 한편으로 아쉬우면서도 은근히 끌리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친 듯한 <태풍>을 만들었던 곽경택이 다시 자신의 이야기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그의 다음 영화를 기대한다.
관련 기사 보기 - 곽경택 감독과의 취중 인터뷰
관련 리뷰 보기 - <사랑> by 다크맨
관련 리뷰 보기 - <사랑>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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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감독은 친구이후 똥개,챔피언등 최근의 태풍의 이르기까지 경상도 특유의 감성을 녹아낸 여러 선굵은 대작을 선보엿는데 이상하게도 흥행운이 참 없었다.
김성수 감독과 마찬가지로 작품은 좋은데 너무 고생만 하고 돈은 별로 벌지를 못한셈이다. 태풍이 아주 중요했는데 그게 히트를 치지 못한게 참 큰 타격이엿다.
이번 주지모가 나오는 사랑도 아주 선굵은 대작으로 보이는데 추석때 꼭 재미를 보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