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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빈의 <링>은 최초의 한일합작영화이고, 스즈키 코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두번째 작품이고, <링>을 각색한 세 작품들 중 가장 떨어지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말이 쉽게 나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사실이 그런 걸요.

영화의 기본 설정은 다른 작품들과 같습니다. 친척 아이가 이상한 설정에서 죽고 주인공인 기자가, 보면 일주일 뒤에 죽는 비디오 테이프를 접한다는 거죠.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여자 주인공의 아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고, 이 영화의 사다코인 은서가 양성인간이고, 은서의 이야기가 치정물이라는 정도겠지요. 사실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만 본다면 김동빈의 <링>은 세 편 중 원작소설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원작에 더 가깝다고 해서 더 좋은 영화가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이 영화가 그 대표적인 예죠. 오히려 원작에 충실하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로 줏대가 없거든요. 이 영화엔 고유의 스타일이 없습니다. 나가타 히데오의 단아한 도시 전설의 분위기도 없고 고어 바빈스키의 불쾌한 모던 고딕의 분위기도 없어요. 영화는 그냥 원작인 소설과 영화를 생기없게 복사할 뿐입니다. 은서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장면을 한 번 보세요. 얼마나 따분한 모방인지요.

이것 저것 모방하는 동안, 영화는 자기만의 흐름도 찾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분명한 짜임새 없이 그냥 흘러간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심지어 분명한 강세가 있어야 할 부분들도 밋밋하기 짝이 없어요. 도입부의 죽음 장면이나 사다코... 아니 은서의 유골이 발견되는 부분을 보세요. 뭔가 빠진 듯 심심하지 않나요?

더 큰 문제점은 이 영화에 '절실함'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선주는 이상할 정도로 감정이입이 힘든 캐릭터입니다. 선주를 돕는 의사인 최열은 거의 역겹기까지 한 인물이고요.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툭툭 반말을 내뱉으며 멋있는 척 하는 이 남자 때문에 전 정말 짜증나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배두나가 안 죽였다면 텔레비전에 손을 쑤셔넣어 제가 직접 죽였을 거예요.

지금와서 <링>을 보면 오히려 어느 정도 안심이 됩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호러 영화 장르가 전체적으로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처럼 보이거든요. (04/04/21)

기타등등

이 영화의 텔레비전 귀신 장면이 지금 봐서 무섭지 않은 이유는 아마 배두나가 그 동안 스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암만 봐도 유령 대신 사다코로 분장한 배두나만 보이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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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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