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해설이 주는 궁극의 재미
<뜨거운 녀석들>의 영화 제목은 엔딩 크레디트에 가서야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에드가 라이트 감독과 주연 배우 사이먼 페그의 음성해설에 따르면 영화를 다 본 후에 제목이 떠야 그 느낌을 고스란히 받는다는 것이다. 그 자신만만한 발언처럼 <뜨거운 녀석들>은 시종일관 '뜨거운 재미'로 가득한 초강력 액션 코미디 영화다. 제 아무리 영화광이라도 여기서 패러디가 되고 있는 영화들을 모두 알아 맞출 수는 없다.
DVD 타이틀에 수록된 음성 해설에는 그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관객들을 위해, 엄청난 정보량을 담은 음성 해설을 제공한다. <뜨거운 녀석들>이 쓸어 담은 영화들의 목록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친 장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음성 해설의 말미에 이르면 입이 떡 벌어지게 된다. 상상하던 것보다 더 많은 영화들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음성 해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수많은 정보들 가운데 비슷한 성격으로 묶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예산을 아끼기 위한 노력부터 보자. 언뜻 보기에는 마구 지르는 화끈 액션 영화이지만 제작비를 절감하려는 시도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정육점 직원들과 대치한 상황에서 액션은 과격하게 흘러가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유리를 깨트릴 수 없었다든가, 단 한 대의 헬리콥터를 빌려서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공중 촬영을 하루 만에 해치워버린 뒷이야기들이 있다.
산타로 분장한 피터 잭슨. 시간이 짧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마스크 덕분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케이트 블란쳇
화제 만발의 카메오 출연에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 본인을 포함(해설을 듣지 않고선 결코 알 수 없는), 산타로 분한 피터 잭슨,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한 케이트 블란쳇 등 즐비하게 쏟아져 나온다. 그 가운데 평소 흠모했던 케이트 블란쳇과의 만남이 굉장히 즐거웠다며, 그녀의 눈빛 연기를 관심 있게 보라는 조언을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악당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티모시 달튼이 악당이라는 것은 일치감치 그가 등장할 때부터 암시를 주고 있었단다. 마을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란 것도 출연중인 배우들의 면모를 알고 있으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라고.
이 부분이 특히 흥미로운데 마을 사람들을 연기한 유명한 배우들은 모두 과거 악당 역을 연기했던 경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이다. 두서너 명까지는 즉각적으로 알아채겠지만, 그 이상을 떠올린다는 건 쉽지 않은 일 같다. 이에 대해 에드가 라이트는 영화광이라면 당연히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글쎄다. 액션에 관한 내용은 굉장히 많다. 오우삼의 비둘기와 무한 총질을 능가하려는 시도, <더티 해리> <나쁜 녀석들> <어둠의 표적> 등 수 많은 액션 스릴러 영화들의 인용을 들어볼 수 있다.
imdb에 수록되는 옥에 티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이건 제작진들이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잘못된 것을 집어넣은 경우다. 니콜라스가 술집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 철자가 엉터리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한 이유는 옥에 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을 놀리기 위함이다. 즉 영화를 보면서 철자 틀린 것을 찾아내고 역시 내 눈을 속일 수 없다고 좋아했다면 에드가 라이트의 장난에 놀아난 꼴이 되는 것이다. 신문 속에 틀린 철자가 숨어있다. 물론 감독의 장난이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DVD 모두 감독의 것이라고
자기 고백 성격의 에피소드도 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무단으로 다이어 스트레이츠 곡을 사용한 것을 밝히며, 그에 대한 회개로 이번 영화에서는 제대로 돈을 주고 음악을 삽입했다고 한다. 음성 해설은 정신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쏟아내기 때문에 영화를 볼 때처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적어도 몇 번은 지나친 음성 해설을 다시금 확인하기 위해서 리모콘 단추를 부지런히 놀려야 할 것이다.
이 음성 해설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DVD 타이틀에 관한 이야기다. DVD시대에서는 영화를 만들 때 한번 이상 볼만한 가치의 영화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발언이다. 다행히 <뜨거운 녀석들>은 반복적인 감상을 하게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영화들의 경우 뜨끔할만한 얘기다.
뜨거운 녀석들 - Hot Fuzz (2007)
감독 : 에드가 라이트
상영시간: 121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자막: 영어 / 한국어
출시사: 유니버셜 (1장)
화질 : ★★★★
음질 : ★★★★
부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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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자막은 패죽이고 싶을 정도로 싱크가 안 맞지만.....
그래도 그 자막에 나오는 정보들는 꽤나 알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