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오브 리빙 데드>는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사건은 실화이고 등장인물 모두 실명의 실제 인물들이라는 자막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당시 비디오로 이 영화를 본 몇몇 순진한 80년대 호러영화팬들은 그 말을 정말로 믿었던 것입니다. 이 자칭 실화가 주장하는 이야기라는 게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허풍인데도 말이죠!
어떻게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실화일 수 있냐고요? 옛날옛적 피츠버그 부근에서 군사용 화학물질이 누출된 적 있었는데, 거기에 오염된 시체들이 좀비가 되어 설쳤다는군요. 군에서는 간신히 오염된 시체들을 제압했고 정보를 차단했는데, 그 진상을 아는 사람이 조지 로메로에게 이야기를 흘렸고 그 결과 실제 사건에서 적당히 설정만 빌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태어난 것이죠. 오염된 시체들은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냐고요? 실수로 켄터키의 루이빌에 있는 의료용품 창고에 배달된 뒤 지금까지 지하실에 갇혀있었답니다. 그리고 창고 신참 직원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고참 직원은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그를 지하실로 데리고 갑니다.
댄 오배논의 <리턴 오브 리빙 데드>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반공식적인 속편입니다. 조지 로메로가 꾸준히 3부작을 만드는 동안 이 영화의 작가인 존 A. 루소는 자기만의 속편을 계획 중이었는데, 그게 바로 <리턴 오브 리빙 데드>였던 것이죠. 물론 루소의 원래 각본은 최종 결과와는 달리 꽤 심각한 것이었답니다.
댄 오배넌이 각본과 감독을 맡게 되면서 이 영화는 코미디로 급전환했습니다. 현명한 일이었어요. 오배넌은 로메로와 정면대결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성실한 팬답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원작에 존경을 표하면서 그 소재를 가지고 즐겼던 거죠.
<리턴 오브 리빙 데드>는 굉장히 80년대풍입니다. 유치찬란한 80년대 패션이나 배경음악만 그런 게 아니에요. 이 작품은 80년대 중반에나 가능했던 호러 영화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코미디와 호러의 혼합 비율입니다. 이 두 장르는 언제나 이웃이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리턴 오브 리빙 데드>의 혼합 비율은 존 랜디스의 <런던의 미국인 늑대인간> 이후 유행한 80년대식 독특한 향취를 담고 있습니다. 그건 뇌가 박살나도 죽지 않는 좀비를 보며 "그럼 영화가 거짓말이란 말이에요?"라고 순진하게 묻는 말장난일 수도 있고, 저질스러운 신체 노출을 내세운 80년대식 음란한 농담일 수도 있으며, 사지가 떨어져나가는 좀비들을 그리는 신체손상 농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농담의 구체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 뉘앙스죠.
영화의 좀비들 역시 굉장히 80년대식입니다. 일단 이 영화의 절반은 70년대말부터 급격히 발전한 할리우드 분장술과 특수효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분칠한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로메로의 좀비들은 이 영화에서 피부가 썩어가는 진짜 시체들로 진화합니다.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이들의 분장엔 <납골당 이야기> 만화 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은 야비한 유머 감각이 숨어있기도 하죠.
이 영화의 좀비들은 빠르고 영리합니다. 말없이 몽유병자처럼 방황하는 로메로의 좀비들과는 달리 이들은 말도 하고 계획도 짜며 자신의 의사를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할 줄도 압니다. 당연히 신비감과 불쾌함은 떨어지지만 처음부터 그걸 가지고 로메로와 경쟁할 수는 없었을테니 이 정도면 잘한 선택입니다. 원래 <리턴 오브 리빙 데드>는 그런 식의 분위기와 맞는 영화가 아니기도 했고요.
<리턴 오브 리빙 데드>는 그 뒤로 자기만의 속편들을 낳았지만 기본적으로 여전히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종속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그 뒤에 나온 속편들보다 더 빛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자신의 종속적인 위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즐겼다는 데 있었죠. 살다보면 너무 진지하게 굴지 않는 편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04/06/03)
기타등등
벌써 이 영화도 스무살 먹은 고전이 되어가는군요. :-/
'리뷰 > 좀비 / 강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이렌 - サイレン (2006) (0) | 2007/03/07 |
|---|---|
| 비욘드 - E tu vivrai nel terrore - L'aldilà (1981) (0) | 2007/03/07 |
| 마스터즈 오브 호러: 해켈의 공포 - Masters of Horror - John McNaughton: Haeckel's Tale (2006) (0) | 2007/03/05 |
| 마스터즈 오브 호러: 죽은 자의 춤 - Masters of Horror - Tobe Hooper: Dance of the Dead (2005) (0) | 2007/03/05 |
| 마스터즈 오브 호러: 병사들의 귀환 - Masters of Horror - Joe Dante: Homecoming (2005) (0) | 2007/03/05 |
| 리턴 오브 리빙 데드 - The Return of the Living Dead (1985) (0) | 2007/03/04 |
| 레지던트 이블 2 - Resident Evil: Apocalypse (2004) (0) | 2007/03/04 |
| 레지던트 이블 - Resident Evil (2002) (0) | 2007/03/04 |
| 랜드 오브 데드 - Land of the Dead (2005) (0) | 2007/03/04 |
| 델라모르테 델라모레 - Dellamorte Dellamore (1994) (0) | 2007/03/04 |
| 데몬스 3 - La Chiesa (1988) (0) | 2007/03/04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