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괴수영화의 유전자를 계승한 300억 원짜리 B급 영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디 워>는 300억 원짜리 B급 영화이다. 이 영화는 마치 21세기에 갑자기 부활한 레이 해리하우젠 작품처럼 중반까지 엉성한 스토리로 밀고 나가다가 관객이 지루함으로 몸을 비비 꼬기 시작할 때쯤 괴수(이 장르의 영화에서 ‘괴수’는 ‘시각효과’ 또는 ‘SFX’의 동의어이다)를 등장시켜 끝까지 밀어 붙인다. 50~60년대 괴수영화의 유전자를 정말로 순수한 의미에서 계승한 작품이 대한민국의 코미디언 출신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디 워>의 스토리는 대단히 단순하지만, 그것은 이 영화의 단점이 아니다. <괴물>이 <조스>나 <앨리게이터>에 비견될 수 있다면, <디 워>는 <드래곤하트>나 <레인 오브 파이어>에 가깝고 이들 각각은 전혀 다른 방식의 영화이다. <디 워>는 그다지 심각할 필요가 없고, 하물며 정치 사회적 언급 같은 것을 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단순한 이야기로 관객을 끌어 모으고 괴수에게 핸들을 넘겨주면 그걸로 이 영화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문제는 <디 워>가 단순한 이야기를 단조롭게 들려준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골격을 이루는 이무기 전설은 장황할 정도이고, 서로 운명으로 얽힌 두 주인공 이든과 새라가 만나게 되는 과정이나 FBI가 사건에 개입하는 부분은 내용의 짜임새 상 중요한 부분임에도 적절한 설정이 부여되지 못했다. 연출과 각본의 문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지속되고, 여기에 대해서는 비평가들한테 ‘7년 전과 다를 게 뭐냐’고 욕먹어도 심 감독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이무기가 얼마나 잘 하느냐이다. 초반은 약간 불안했다. 조선시대 시퀀스는 CG와 실사 사이의 위화감이 크다. 예전에 공개된 ‘미완성’ 프로모션 필름과 별로 다르지 않은 수준이고, CG와 실사를 연결하는 설정 샷이 없어 두 부분이 따로 논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제 할 일을 해 낸다. 조선시대 시퀀스를 빼면, <디 워>는 한국 괴수영화 사상 가장 멋진 장면들을 용이 불 토하듯 속속 선보인다. 거대한 이무기와 그를 따르는 괴수들이 마천루와 도로를 쳐부수는 클라이맥스의 대난동 시퀀스는 관객을 압도하는 박력과 속도감으로 가득 차 있다. 시각효과의 질은 끝으로 갈수록 점차 더 좋아진다. 특히 후반부에서 마침내 여의주를 얻은 선한 이무기가 용으로 변신, 승천하는 장면은 매우 장엄하고 아름답다. 심형래 감독의 아이디어로 삽입했다는 오케스트라 편곡 ‘아리랑’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이무기의 신비감과 경외감을 조금만 더 강조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이 상태만으로도 나쁘진 않다.
<용가리>와 비교했을 때, <디 워>는 시각효과 면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발전을 이룩했으나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풀어낸 단점은 그대로인 영화이다. 장단점이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 분열상은 오히려 7년 전보다 더 심화되었다. <괴물>과 <디 워>를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괴수영화 팬들을 제외하면, 이 영화가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예측하기 어렵다. 아마도 엄청나게 성공하거나 엄청나게 망할 것이다. 미국이라면 모르겠다. 그곳은 비평 면에서 격침되더라도 장르를 즐기는 팬들이 표를 사고 좋아해 주면 그것으로 족할 만큼의 환경이다. 하지만, 멜로나 코미디 같은 특정 장르가 이상발달하고 비평에 휘둘리는 좁디좁은 이 땅에서 괴수영화라는 또 다른 특정 장르가 들어설 공간은 너무나 한정되어 있다. <디 워>가 성공하면 과대선전 때문이고, 실패해도 과대선전 때문이다.
그래도 인정해야만 할 것은 이 모든 것을 현실로 승화시킨 심 감독의 집념과 추진력이다. <용가리>가 어땠었고 <디 워>가 또 어떻든 영구 아트는 한국에서 괴수영화를 비롯한 장르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영화사이자, 시각효과를 개발하는 전문회사이다. 현재 영구 아트가 이뤄놓은 것은 그냥 묻히기에 너무나 아깝다. 이 사실은 <디 워>가 지금 이 순간의 완성이라기보다는 미래를 기약할 영화임을 뜻한다. 나의 세대가 접하고 즐겼던 괴수영화는 대부분 미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고지라 시리즈만 해도 총 28작품의 완성도에는 편차가 있고, 나와 같은 70년대 생은 시리즈 사상 가장 암울한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들을 그것도 해적판 미니백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 2007년 현재의 한국 어린이들에게 <괴물>과 <디 워>가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행복일지도 모른다. 나의 세대가 방구석에서 조악한 흑백 사진에 인쇄된 고지라와 금성룡 이머를 보면서 상상력을 키웠다면, 요즘 세대는 멀티플렉스에서 <디 워>를 보며 환상의 세계에 직접 빠져들 것이다.
그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자랐을 때, 영구 아트 같은 곳이 구축한 인프라가 그들에게 환상과 현실을 접목할 수 있는 힘을 보태주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에게 <디 워>의 표를 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가능성이 미래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가슴 졸이고 있을 뿐이다. <디 워>가 이은, 그리고 앞으로 잇게 될 유전자가 우성인지 열성인지에 대한 답은 그 때가 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읽을거리 : <디 워> 기자간담회 기록 by Lo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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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디워 (D-War) !! 이번엔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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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괴물이라는 노스탤지어로 다시 우리에게 찾아 온 심형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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