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와 더불어 록큰롤 뮤직 비디오 연출과 TV CF 광고, 잡지와 신문에 칼럼을 연재한 것으로 안다.
영화 데뷔는 1984년에 시작을 했지만, 그전부터 뮤직비디오와 광고 일을 하고 있었다. 영화에 뜻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작업들은 직업적으로 하기 보다는 즐기면서 하는 편이었고 때론 둘을 병행하기도 했다. 잡지에는 주로 가벼운 성격의 영화 칼럼을 썼었고, 직접 사진을 찍어 기고를 하기도 했다. 나중에 2개의 영화 잡지도 창간을 했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사라진 잡지이다. (웃음)
연출한 작품들의 편수가 굉장히 많다. 팬들에게는 '고어영화의 왕'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안 해본 장르가 없을 정도로 작품의 색깔이 다양하다.
나는 연출을 하는 감독으로서 고정된 색깔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특별히 고어영화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 영화들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모든 영화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색깔이 다른 작품들을 많이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오우삼 감독의 영화들은 재미있지만, 늘 총격 위주의 액션들이 반복되는 것에는 나로선 약간 싫증을 느끼는 편이다. 허먼 여우 감독은 이런 감독이다가 아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면서 색깔이 없는 감독이 되고 싶다.
감독뿐만 아니라 각본가, 제작자, 그리고 촬영감독까지 소화를 하는데 그런 경력들이 연출을 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는가?
물론이다. 영화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것은 실제 현장에서 연출을 할 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어떤 감독들은 하루에 제한적인 씬 만을 찍을 수 있지만, 나는 다방면에 걸친 경험 덕분에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작업들을 소화할 수 있다. 보통 연출자가 세팅이나 촬영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으면 그 만큼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인데, 나는 오랜 시간 여러 일들을 해왔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팔선반점의 인육만두>(1993) 중 이수현(우)과 황추생(좌)
좋은 프로듀서들과 일을 한 것 같다. <팔선반점의 인육만두>에서는 이수현과 작업을 했었고, <에볼라 신드롬>의 경우 왕정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둘의 스타일은 어떤가?
둘 모두 좋은 제작자들이다. 이수현의 경우 <팔선반점의 인육만두>을 하기 전부터 같이 영화를 하자는 제의를 끊임없이 받았었다. 하지만 계속 스케줄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를 같이 할 수 없었고, 결국 <팔선반점의 인육만두>에 이르러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와는 제작자와 감독으로서 좋은 관계를 맺었고 신뢰도를 쌓을 수 있었다. 왕정은 <팔선반점의 인육만두>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영화를 하면서 내 의견을 많이 들어주고 존중을 해주었다. 물론 왕정은 유명한 감독이기도 해서 자기 의견을 많이 피력을 했지만, 나 자신이 워낙 밀어붙이는 편이어서 대개의 경우 내 의견대로 영화를 할 수 있었다.
둘 다 제작자로서는 쉽지 않은 감독에게 많은 연출의 자유를 허락했고, 왕정이 좀 더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특히 그가 나에게 세 가지 조건을 내세운 것이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아프리카 햄버거가 나와야 했고(인육이 들어간), 두 번째는 고문, 세 번째는 <팔선반점의 인육만두>의 분위기를 요구했다. 이 세 가지만 하면 다른 모든 건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얘기를 했었다.
특히 고어영화로 명성을 떨쳤다. 이 장르에서 미학을 찾는다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고어영화의 매력? 내 생각은 이렇다. 우리가 다루지 못하는 금기시된 영역이 있지 않나? 그런 세계의 이야기를 나는 영화를 통해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특히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열정과 센세이션에 도전하는 측면에서 고어영화에 매료되었고, 이런 점들이 다른 장르의 영화들에 비해서 더 많은 도전적 의식을 갖게 만든다. 여기에 고어영화의 미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고어영화를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발심도 가지고 있다.
<팔선반점의 인육만두> 중에서
그렇다. 고어영화는 특성상 혐오감을 가지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고어영화에 삐딱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중인격자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고기를 먹으면서, 그 고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지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거야말로 이중적인 생각이 아닌가? 잔혹한 것은 볼 수 없지만 고기는 먹겠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팔선반점의 인육만두> <에볼라 신드롬> 같은 영화는 고어영화라도 캐릭터를 다루는데 있어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녹아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역할은 악당이지만,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을 보면 남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영화를 하던지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리고 싶었다. 주로 낮은 계급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다루게 되는데, 그 사람들이 무시와 학대를 당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에 중심을 많이 두는 편이다. 극단적 살인을 저지르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하층민들의 애환이 느껴지는 인간적이면서 개성을 지닌 인물 같은. 그런 이유로 내 영화에서는 한 인간이 어떤 환경과 상황을 맞이하면서 범죄자가 되어 가는지를 많이 표현하고 있다.
영화에서 인육을 먹는 행위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인육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팔선반점의 인육만두>의 경우 마카오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육을 먹는 장면들을 넣게 되었다. 사실 그냥 보게 되면 단순히 자극적인 고어 장면이지만, <팔선반점...> <에볼라 신드롬>에서 인육을 먹는 행위는 죄를 저지른 자의 자기 보호 측면에서 설정을 한 것이다.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숨겨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 것일까? 먹어 치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허먼 여우 감독의 2007년 최신작 <중국식 흑마술>
가장 최근에 만든 고어영화 <중국식 흑마술>은 주술과 고어의 결합으로 독특한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다.
흑마술은 고스트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생각을 한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귀신이 되어 복수를 하는 것이나 흑마술을 통해 하는 것은 동일한 것 같다. <중국식 흑마술>의 경우 죄를 지은 자를 사회에서 처벌을 할 수 없을 때, 흑마술을 활용해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이야기를 구상하고 만들어갔다. 관객이 보기에는 황당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였다. 그런 고어적 표현들은 실제로 있었기 때문에 그 장면에 대해서 특별히 고민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흑마술을 행하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전혀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다.
이번 부천영화에서 상영하는 영화 다섯 편 가운데 3편에서 황추생이 출연한다. 또 그가 맡은 역할이 배우로서 쉽지 않은 출연이었을 텐데, 둘 사이가 굉장히 특별한 것 같다.
황추생과는 학교에서 숙제로 영화를 만들 때부터 알아왔던 사이였다. 그와는 2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오래된 친구이기 때문에 사이가 각별하다. 서로가 잘 이해하고 믿고 일을 하는 감독과 배우의 관계이기보다는, 철저하게 인간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친구사이다. 그런 관계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프로 연기자이니 그런 배역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에겐 늘 고맙게 생각한다.
<에볼라 신드롬>(1996)에서 살인마로 열연한 황추생
고어 영화를 계속 만들 것인가?
내 영화를 좋아하고 팬들이 존재하는 한 나는 끊임없이 고어영화를 만들 것이다. 물론 똑같은 스타일이 아닌 변화를 준 영화들로 관객을 찾을 것이다.
관련 칼럼: 아시아 고어 영화의 왕, 허먼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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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영화는 소문만 듣고 본 건 한 편도 없지만...
변화를 준 영화로 관객을 찾을 것이라는 말은
웬지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