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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공포는 상상력 - 공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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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셀>


공포영화와 공포소설, 어느 것이 더 무서울까? 영화는 시각적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지만, 소설은 상상력으로 승부한다. 영화 <링>이 보이지 않는 공포로 걸작 반열에 오른 것처럼,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더욱 소름끼친다. 스티븐 킹이 공포소설의 대가로 인정받는 것 역시, 상상력의 힘이다. <셀>(스티븐 킹/황금가지)은 이미 영화에서 익숙한 좀비물이다. 휴대폰에서 나온 전자파가 인간의 뇌를 파괴하고 좀비처럼 만들어버린다. 평범한 이웃들이 순식간에 살육을 일삼는 괴물로 변해버리자 세계는 종말로 치닫고, 오로지 생존만이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린다.

<셀>은 좀비 묵시록의 고전인 <나는 전설이다>의 스티븐 킹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븐 킹은 <셀>을 영화적인 스타일로 전개한다.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좀비의 살육 장면은 공포영화의 오프닝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재현된다. <셀>을 걸작이라 말하긴 힘들지만, 소설의 시각적 재현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거장의 필력으로 느끼게 한다.

하지만 소설의 힘은 역시, 영화에서 결코 보여줄 수 없는 ‘글’의 힘에 있다. <망량의 상자>(교고쿠 나츠히코/손안의 책)는 요괴물과 본격 추리물에 사변소설이 더해진 것 같은 기괴한 공포소설이다. 1950년대의 도쿄에서 기묘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한 소녀가 역으로 들어오는 전철에 뛰어들어 중상을 입는다. 얼마 후 도쿄 근교에서 한 여자의 잘린 팔과 다리가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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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의 상자>는 <우부메의 여름>으로 시작된 ‘교고쿠도’ 시리즈의 2번째 책이다. 소설가 세키구치가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탐정 에노키즈, 신사의 신관이면서 고서점 ‘교고쿠도’를 경영하는 추젠지와 함께 도저히 현실의 사건이라고는 볼 수 없는 괴상한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화자는 세키구치이지만, 주인공은 교고쿠도다. 교고쿠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프로이드에서 일본의 전통 요괴까지 동과 서를 종횡무진하며 펼쳐지는 갖가지 이론과 세계관 그리고 논리적인 추리가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음산한 분위기가 오싹하게 만든다.

분위기로 승부한다면, 역시 이세계(異世界)가 제격이다. <야시>(쓰네카와 고타로/노블마인)는 우리들을 낯선 이계의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일단 발을 들이면 뭔가를 사지 않고는 벗어날 수 없는’ 밤의 공간 야시, 이 세계와 맞닿아 있지만 시간의 흐름이 전혀 다른 백귀야행의 거리.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는 것 같은 공간이 소설 속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야시>의 이세계는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그 곳은, 우리들이 현실에서 이루거나 경험할 수 없는 오욕칠정의 극한이 일상처럼 펼쳐지는 공간이다. 그 낯설음이 또 하나의 두려움으로 소름을 돋게 한다.

요즘엔 공포가 일상의 양념처럼 존재한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이 사실 공포로 점철되어 있음을 은유한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츠지무라 미즈키 /손안의 책>은 학교라는 공간의 폭력과 공포를, 청춘물과 판타지를 엮어 풀어놓는다. 시간이 멈춘 학교 안에 갇힌 8명의 학생들은 자신들 중의 한 명이 이미 자살한 아이임을 알게 된다. 이런 괴담은 도시 곳곳에서 떠돌고 있다. 과거의 민담과 설화가 이제 도시 괴담으로 우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공포의 시작은 결국 ‘괴담’이다. <도시괴담>(도시괴담연구회 편/딱정벌레>은 도시에서 떠도는 괴담들을 모은 책이다. 짧고 간단한 괴담에 지나지 않지만, 바로 거기에서 모든 공포가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뜻한 책이다.

흡혈귀와 원혼들이 살아 숨쉬는 - 공포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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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도>

일본에서도, 만화의 주요 독자가 10대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만화의 전형적인 과장과 왜곡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만화에서 공포물도 판타지나 청춘물 등과 뒤섞이는 경우가 많다. <피안도>(마츠모토 코지/학산문화사)는 현대의 외딴 섬에 나타난 흡혈귀들을 물리쳐달라는 요청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들이 섬에 갔다가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고 끔찍한 전투를 벌이게 된다. <피안도>의 흡혈귀는 좀비처럼 혈액에 의해 전염되고, 더 이상 피를 빨지 못하면 악귀라는 괴물로 변하게 된다.

뱀파이어와 좀비가 뒤섞이고, 형제간의 애증과 이루지 못할 사랑 이야기 등 <피안도>는 공포만화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어드벤처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피안도>의 본질은 역시 공포다. 우리가 공포영화 등에서 보았던 모든 것들이 극단적인 형태로 농축되어 있는 동시에, 급격하게 전개되는 스토리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기묘하게 방향을 틀어버린다. 신세대적인 공포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꼭 봐야할 만화다.

<헬싱>(히라오 코우타/조은세상)은 고전적인 뱀파이어가 등장하지만, 이야기는 파격적이다. 아카드는 자신의 영지를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여인까지 떠나보낸 후 최강의 뱀파이어 사냥꾼이 된다. 어떤 이유로 영국 왕립국교 기사단을 관장하는 헬싱가에게 복종하게 된 것이다. 아카드는 뱀파이어는 물론 교황청, 히틀러의 유지를 받드는 조직 밀레니엄과도 싸운다. 히라노 코우타는 <헬싱>의 모든 것을 아주 과격한 하드고어의 향연으로 그려낸다. <헬싱>은 괴물들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을 그리고, 그 극한의 공포까지 그려낸다.

<스카이 하이>(다카하시 츠토무/서울문화사)는 전통적인 원혼을 그린다. 사고나 살해 등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죽음의 문 앞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천국으로 떠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영혼이 돼서 현세를 떠돌거나, 그리고 또 하나....현세의 인간을 저주하며 죽이는 거.’ <지뢰진> <폭음열도>의 작가 다카하시 츠토무는 지독한 비관주의의 작가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지옥도이지만, 그건 관념이 아니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리얼리즘적 태도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왜곡되고 모순된 존재라는 것에서 출발한 다카하시 츠토무의 세계는 결국 우리에게도 선택을 요구한다.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버텨나갈 것인지, 아니면 무릎 꿇을 것인지. 그것이 바로 세상의 공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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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하이>


<저속령 Day Dream>(원작 오쿠세 사키 그림 메구로 산키치/대원)의 세계도 <스카이 하이>와 동일하다. ‘영혼과 공수’하는 능력을 가진 미사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싸워서 물리친다. 영매사란 존재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있었던 일들, 아주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수없이 받아들이고 토해내야만 한다. <저속령 데이 드림>에는 너무나도 암울한 세상의 고통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비탄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하는 YUO라는 존재가 있다. 대체 인간의 악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마인탐정 네우로)(마츠이 유세이/서울문화사)는 공포와 추리를 결합한 만화다. 마인 네우로의 먹이는 ‘수수께끼’이고, 인간의 악의가 만들어낸 궁극의 수수께끼를 찾아 인간 세계로 온다. 네우로는 X라는 괴도를 만난다. 그저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살인마.  X는 자신의 악의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인간이지만 인간 이상의 존재인 X와 마인이지만 인간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 네우로는 필연적인 라이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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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eneko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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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용희 2007/07/04 17:25

    피안도가 마음에 드시고 저 작가의 다른 책을 안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6권으로 완결된 쿠데타클럽도 한번 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2. 정영욱 2007/07/04 22:13

    쿠데타 클럽은 초반은 대단했지만 뒤로 갈수록 뒷심이 딸리는게 아쉬웠습니다 ... 초반의 그 과격한 페이스를 끝까지 밀어뭍였더라면 진짜 걸작이 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

    makeneko님이 추천하신 작품들 중에서는 <스카이 하이>를 가장 재미있게 봤습니다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 다카하시 츠토무의 독특한 세계관과 휴머니즘이 집대성된 걸작으로 꼽을만한 작품입니다 ... 특히 <스카이 하이 카르마>편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

  3. 액션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까지 피안도의 분위기는 정말 굉장한 것 같습니다.

    야시가 비록 일본호러소설대상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야시를 공포소설로 분류하는 것은 이 작품의 값어치를 오히려 깍아내리는 것 처럼 느껴져요. 공포를 기대하고 보시는 분들이 이 좋은 책에 실망하는 것을 하도 많이 봐와서 말이에요. 사실 전혀 공포스럽지 않기도 하고요.

  4. 갈색눈 2007/07/05 23:20

    피안도 박력.!!!

    헬싱 비주얼.!!!

    스카이 하이 완소.!!!

    저속령 분위기. 대사.!!!

    간만에 잃어버렸던 동생을 찾은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