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회를 가진 손태웅 감독의 <해부학교실>을 보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제이슨 토드 입슨 감독의 2006년작 <언레스트>란 작품이다.
<언레스트>는 해부 실습에 참여를 한 의대생들의 연쇄적인 죽음과 병원 내부에 숨어있는 비밀을 미스터리하게 풀어나간 작품이다. 병원이 공포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면 의례히 병원 내부의 비리가 있기 마련이고, 이 영화도 그런 클리셰를 기반으로 심령 공포와 미스터리 장르를 뒤섞고 있다.
사건은 해부 실습용으로 제공된 시체에 의문을 가지면서 시작된다. 끔찍하게 자해한 흔적이 남아있는 한 여성의 사체는 신원불명인데다, 시체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해부를 시도할 때, 그 시체가 숨을 쉬거나 고름을 흘리는 등 이상한 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호기심으로 시체를 구경하던 한 여자가 의문을 사고를 당하면서 병원에는 죽은 자로부터의 메시지가 전달이 된다.
<언레스트>는 흥미로운 소재의 영화다. 해부학은 피범벅 고어 영화 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최고의 학문이다. 그것을 소재로 공포 영화를 만들었으니, 최소한 시각적 볼거리는 기본일 것이란 믿음을 준다. 하나 <언레스트>는 해부학을 소재로 했지만, 그다지 충격적인 수준의 비주얼을 보여주진 않는다. 적당히 메스 질을 하고 피부를 벗기고 내장을 주무르는 것이 전부다. 때문에 기대를 살짝 벗어나는 극적 상황에 실망감이 일어난다. 물론 이 영화는 본격적인 고어의 성찬을 내세우진 않는다. 그보다는 초현실적 공포와 시체에 얽힌 미스터리한 비밀에 무게를 둔다.
근데 그 결과가 썩 좋지만은 않다. <언레스트>는 킬링 타임용으로 무난한 영화다. 적당히 고어적인 요소가 있고, 그보다 약한 서스펜스도 있다. 하지만 해부학이란 흥미진진한 소재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모자란 부분들이 너무 많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몰아붙이는 맛이 없다. 짧은 순간의 쇼크 효과도 좋지만 공포 영화는 두어 번 정도는 관객의 호흡을 가쁘게 할 만큼의 질주가 필요한 법이다. 헌데 <언레스트>는 번번이 그런 상황에서 1회성 깜짝쇼로 일관한다. 이번엔 뭔가 나오겠지 라며 기대를 하다 매번 호흡이 끊어지면, 영화에 대한 흥미가 반감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내세우고 있는 병원 내부의 비밀이라든가 반전의 효과가 크지도 않다. 특히 심할 정도로 오버를 하는 스코어는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보다는 차라리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형편없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언레스트>는 말 그대로 '심심풀이 땅콩'의 역할을 하겠지만, 해부학이란 소재에서 연상되는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한다면 건질 것이 없는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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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빠지지 않는 붕가붕가 씬도 나오는 군요...
중반까지는 그나마 긴장감이 유지되는 편이지만 마무리가 김 샌 콜라처럼 너무 시시했어요 .... 특히 분위기만 잔뜩 잡던 악령이 어이없다 싶을 정도로 허무하게 사라지는게 제일 아쉽더군요 ...;;
해부학 교실보단 낫겠죠,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