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호텔 같은 8평짜리 사설 감금방. 14인치 TV에 낡은 탁자와 침대만이 덩그러니 놓인 그곳에서 그가 하는 일이라곤 TV에서 중계되는 복싱경기를 보며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거나, 하루 세끼 주어지는 군만두를 으그적(?) 씹어대는 것이 전부다. 최민식의 표정은 더 기막히다. 영문도 모른 채 갇힌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당혹감과 억울함에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절망감까지 더해진 복잡 미묘함 바로 그 자체다.
얼마 전 파격적인 레게파마 헤어스타일로 심상치 않은 <올드보이>의 캐릭터를 살짝 공개했던 최민식이 돌연, 감금방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세트장에서 넋 나간 표정으로 등장한 사진이 공개되자, 실제 최민식이 감금됐다는 소문이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포되는 작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박찬욱 감독은 특히 어떤 영화에서도 그려진 바 없는 아주 독특한 감금방을 그려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언뜻 보면 아늑하고 스타일리쉬한 공간이지만 보통의 차갑고 지저분한 감옥보다 더 답답하고 뛰쳐나가고 싶은 느낌을 들게 한다는 것. 영화 전체적으로는 약 10분 정도의 분량이지만 그곳에서 벌어지는 갇힌 자의 생활을 압축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최민식은 인간 내면의 극한을 하루에도 수십 번 오가는 신들린 연기를 펼치고 있다.
"경험해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설정과 인물의 내면을 가장 사실에 가깝게 연기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최민식에게 더 큰 곤욕은 다름 아닌 군만두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중국음식일 정도로 자장면과 군만두를 좋아하던 그 임에도 감금 생활동안 밥 대신 군만두만 먹는다는 설정 때문에 수없이 반복해서 만두를 먹은 후로는 만두만 보면 손사래를 치고 자리를 피할 정도가 됐다.
한편, 유지태는 감금방 촬영분이 없음에도 선배배우 최민식이 연기하는 현장을 늘 지켜보고 있어 마치 갇힌 자를 끊임없이 관찰하는 가둔 자 이우진(유지태 역)을 보는 것 같다는 현장스텝들의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상당한 공을 들여 제작한 6개의 세트 안에서 촬영이 한창인 <올드보이>는 감금방 세트에 이어 서울종합촬영소에 지어질 유지태의 공간 펜트하우스 역시 100평 가까이 되는 평수에 바닥에 수로가 흐르는 초호화 세트로 지어지고 있다. 쇼이스트의 창립작이기도 한 <올드보이>는 현재 약 50%정도 촬영이 진행됐으며, 뉴질랜드 로케이션까지 포함 8월말에 촬영을 마치고, 오는 10월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200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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