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플래닛>은 작년에 나온 두 편의 화성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화성이란 게 좋은 할리우드 영화 소재가 되지 못했던지, 이 영화도 전작인 <미션 투 마스>만큼이나 악평을 받았고 흥행도 그저 그랬었지요.
<레드 플래닛> 역시 <미션 투 마스>와 최초의 유인 화성 탐사라는 소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상황이 더 절박하지요. 지구는 공해와 인구 증가로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합니다. 지구인들에게 남은 단 하나의 선택은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이지요. 흠... 여기서부터 머리가 갸웃거려집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화성까지 훈련 받은 전문가 6명을 보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몇십억 지구인들을 화성으로 옮기겠다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인구 문제 해결책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벌써 화성을 테라포밍하기 시작했습니다(제 생각엔 그냥 지구의 공해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테라포밍보다 훨씬 빠르고 현실적일 것 같지만 뭐 잊어버리기로 하죠.)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산소들을 만들어야 할 이끼들이 사라지고 만 것이죠. 위에 언급된 6명의 전문가들은 바로 그 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탐사대입니다.
이들의 모험은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늘 그렇듯 착륙 직전에 재앙을 맞이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갑작스런 감마선 폭풍이 원인이었죠. 어쩔 수 없이 선장인 보먼(<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선장 이름과 같은 게 우연일까요?)은 우주선에 남고 남은 다섯 명만 화성에 착륙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2년 동안 지낼 계획이었던 기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박살나 있었고, 네비게이터 로봇 에이미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할처럼) 미쳐서 그들을 하나씩 죽이려 하는군요. 이들은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살아남아 화성의 미스터리를 풀어야 합니다.
이 영화에 호평을 한 몇 안되는 비평가인 로저 이버트가 지적했던 것처럼, <레드 플래닛>은 캠벨 사단의 작가들이 50년대 쯤에 썼을 법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의 전문가들이 외계의 끔찍한 환경과 만나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투쟁을 벌인다는 것이지요. 이버트는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 심리 묘사 따위가 아닌 이런 투쟁 과정이라고 말했는데, 이 역시 제가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영화가 충분히 면죄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인간 묘사의 깊이 따위는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에서 아이디어의 깊이가 떨어진다면 문제가 많죠. 특히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테라포밍 이야기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미스터리 자체는 근사하지만 해결책은 그렇지 않거든요. 화성 탈출 작전 이야기는 보다 그럴싸하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임기응변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고 몇몇 위기는 지나치게 잘 재단된 듯 합니다.
그러나 괜찮은 요소도 꽤 많은 영화입니다. 전 미치광이 로봇 에이미가 좋았고 탈출 작전 이야기에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독창적이고 쓸만한 아이디어가 보충 되었다면 훨씬 더 나을 수도 있는 영화였어요. 아니, 원래 각본엔 정말로 그런 아이디어가 있었는지도 모르죠. Reel.com의 평론가 제프리 웰즈가 원래 각본이 훨씬 나았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 있으니까요. (01/01/19)
기타등등
나사의 마지막 히트작인 소저너가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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