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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먼 윌슨 크로프츠가 <싸이코>를 썼다면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과 같은 소설이 나왔을 겁니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은 전통적인 호러물과는 접근법이 전혀 다릅니다. 일반적인 호러물들은 독자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일차적인 감정에 호소합니다. 하지만 <검은 집>은 훨씬 우직한 태도를 취해요. 실제로 존재하는 무서운 것을 하나 보여준 뒤, 그것이 왜 무서운지 성실하고 정직하게 설명하는 것이죠.

쉽게 영화로 옮겨질 수 있는 성격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영화는 이성적인 매체가 아니니까요. 영화로 각색되면 소설이 다루는 온갖 지적인 사변들과 설명들이 날아가버리고 자극적인 액션만 남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액션 자체는 덜 중요해요. 사람 목숨 여럿이 달려 있고 정말로 위험하지만 그것들이 무서우려면 설명이 필요합니다.

신태라의 <검은 집>도 이 함정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설명이 짧기도 하지만 주제를 다루는 태도 자체가 원작보다 덜 단단하지요.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하나 골라 다양한 이론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이들 모두에 공평한 기회를 주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비교적 피상적입니다. 영화 후반의 휴머니즘적인 관점도 그리 깊이 있다고 할 수는 없죠. 그냥 휴머니스트처럼 세상을 보고 행동한다고 해서 거기에 깊이가 생기는 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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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영화의 각본은 원작에 상당히 충실한 편입니다. 소설이 한 이야기 대부분을 영화도 하고 있지요. 심지어 영화는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팍 낡아버린 전화응답기 설정까지 그대로 가져옵니다.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지엽적입니다. 주인공이 더 어리버리하고, 경찰들이 조금 더 무능하고, 소설에서는 별다른 기교 없이 밝혀지는 진상이 약간의 반전을 추가해 몇 십 분 뒤로 미루어졌고, 결말의 액션이 좀 다르고, 후반부에 다소 감상적인 '휴머니즘' 터치가 들어갔지요. 가장 큰 차이는 원작에선 못생기고 둔한 인물이었던 여자주인공이 날씬한 미녀로 바뀌었다는 거겠지만요.

이야기는 그렇게 잘 흐르는 편이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책을 각색한 티가 나요. 책의 몇 장면들을 뭉텅뭉텅 잘라 각각의 시퀀스로 구성한 뒤 이어붙인 것 같지요. 어차피 나라도 바꾸고 10년 뒤로 시대를 옮길 거라면 조금 더 융통성 있는 각색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하여간 영화는 개별 시퀀스들이 총합보다 더 낫습니다.

호러물로서 영화는 원작만큼이나 우직합니다. 살인과 고문, 탈출 장면에 약간의 아이디어가 들어가긴 하지만 대부분 경우 그냥 소재를 적절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요. 그러나 충분히 영화적이었던 소설 후반부의 자극적인 액션이 제대로 옮겨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연출이 너무 얌전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유선의 캐스팅에도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한 손에 식칼을 들고 있다고 해도, 하얀 맨발을 드러내고 한쪽 다리를 절름거리며 걷는 가냘픈 여자를 순수한 육체적 위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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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유선의 캐스팅이 완전히 잘못 되었느냐...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유선은 상당히 무섭고 인상적인 악당이에요. 낮은 목소리는 근사하고 화면 장악력도 좋지요. 단지 원작에 너무 충실하느라 배우와 캐릭터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지는 못했다는 거죠. 그건 황정민이나 강신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배우의 가능성을 충분히 뽑아내기엔 캐릭터가 지나치게 얇고 과장되어 있죠.

원작의 이야기와 주제가 꽤 살아있고 좋은 장면도 많긴 하지만, <검은 집>은 지나치게 얌전하고 안전합니다. 쓸데없이 오버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렇게까지 소극적으로 각색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어요. (07/06/14)

기타등등

설정상 유선 캐릭터와 강신일 캐릭터는 동갑이거나 비슷한 나이 또래여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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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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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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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미노커 2007/06/15 11:53

    리뷰들을 보고있자니 봐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임이 생기는 군여...=_=

  2. 오늘 영화를 봤는데 원작에 틀은 가져오돼 표현방식이
    틀려서 원작과 많이 다른느낌을 받았습니다
    꼭 제임스 본 시리즈를 본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ㅠ.ㅠ

  3. 소설도 안 보고 일본판 영화도 못 봐서 모르겠지만 저는 괜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