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공포 영화 왜 이러나
(이글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검은 집> 원작을 보신 분이라면 읽어도 무방합니다.)
일본호러소설대상을 수상한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은 인간 내면에 깃든 어둠의 세계를 소름끼치도록 무시무시하게 담은 소설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마음이 없는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그 내면 깊숙이 파고들며 심리 공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 영화화가 된다고 했을 때의 반응은, 솔직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설 수밖에 없었다. 장르 영화에 노련한 대가만이 원작 소설이 가진 절대공포를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기사건을 둘러싼 <검의 집>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기에 그 공포감이 배가 된다. 실제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가족을 살해한 인면수심의 사건 보도를 종종 뉴스를 통해서 보지 않았던가. 기시 유스케의 원작 소설이 가진 공포는 바로 이런 사실적인 묘사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원작자가 과거 오랜 시간 보험 회사에 몸을 담은 경험을 소설 속에 녹여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신태라 감독의 <검은 집>은 어정쩡한 느낌이다. 현실감 있는 장면이 있는가하면, 실소를 자아내는 과장된 상황 연출이 마구잡이로 뒤섞여있다.
<검은 집>은 심리 공포의 세계다. 순간적인 쇼크가 아닌 끊이지 않는 긴장감을 쌓아가면서 공포를 줘야만 한다. 헌데 이 영화는 툭하면 흐름이 끊어진다. 예를 하나 들자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공포를 선사했던 소설의 도입부 장면의 경우, 기이할 정도로 무덤덤하게 연출이 되고 있다. 아들이 목을 매달아 자살했음에도 목격자의 반응을 먼저 살피는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이 만들어낸 공포가 쓸데없이 요란하게 울리는 효과음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신태라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디테일하게 잡을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는 너무 서둘러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간단하게 묘사를 해도 좋을 순간에는 질질 끌면서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원작 <검은 집>은 인성을 상실한 이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벌이는 살인 사건과 그 내막을 조사하는 과정에 집중을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원작에는 없었던 남자 주인공에게 동생의 죽음과 관련한 트라우마를 부여하고, 사이코패스 이화(유선)와의 사투를 통해 죄책감을 벗어 던진다는 턱도 아닌 메시지를 집어넣고 있다. 왜 충무로 공포 영화는 순수하게 관객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일까? 뭔가 그럴싸한 메시지가 있어야 관객이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크나 큰 착각에 불과하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대부분의 공포 영화들은 하나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검은 집>은 이것저것 쓸어 담으려는 욕심을 버렸어야 했다.
<검은 집>은 분명 괜찮은 공포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원작 소설의 탄탄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고, 여기에 연기 잘하는 배우로 빠지지 않는 황정민이 의문의 사건을 조사하는 보험회사 직원으로 ‘절대 악’에 맛서는 인물로 분했다. 이화를 연기한 유선의 무심한 표정 연기도(황정민과의 사투를 감안하면 신체적으로 우월한 배우가 더 잘 맞긴 하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문제는 연출력이다. 단편 영화에서 제 아무리 잔뼈가 굵었다고는 하지만, <검은 집>은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삼기에는 너무 벅찬 상대다. 원작이 가진 공포를 살리기 위해서는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딱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특히 심한 것은 긴장감이 넘치고 무서워야할 클라이맥스가 심할 정도로 형편없다는 점이다. <양들의 침묵>의 지하실 장면을 연상케 하는 공간은 인간 도살장 분위기를 내고자 절단된 신체 부위를 전시하고 있지만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다. 제 아무리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다고 해도 신체적으로 절대 우위를 점하는 준오(황정민)가 이화에게 벌벌 떨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그녀는 <13일의 금요일>의 살인마 제이슨과 같은 초인적 능력도 없고, 전의를 상실하게 할 만큼의 혐오스러운 외모의 소유자도 아니다. 심지어 다리까지 심하게 절고 있다. 준오와 이화의 살벌한 대결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는 것은 상황을 납득시키는 연출이 없는 탓이다.
<검은 집>은 결과적으로 충무로 공포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 병폐들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 작년에 나온 허접스런 공포 영화들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추천할 정도의 영화는 결코 아니다. 개념을 상실한 스코어(양들의 침묵과 너무나 흡사하다.-_-)와 소음에 가까운 굉음들의 반복, 장편 영화 데뷔를 하는 신인 감독들의 강박관념과도 같은 무리한 주제의식의 삽입은 언제쯤이면 고쳐지려나?
★★
관련 리뷰 - <검은 집> by DJUNA
관련 칼럼 - <검은 집> 일본판 vs. 한국판
관련 칼럼 - <검은 집>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
관련 칼럼 - <검은 집> 잔인무도한 티저 예고편?
관련 소식 - <검은 집> 용산 CGV에서 시사회 열려
'리뷰 > 미스터리 / 스릴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해부학교실 (2007) (14) | 2007/06/27 |
|---|---|
| 소사이어티 - Society (1989) (5) | 2007/06/24 |
| 하이드어웨이 - Hideaway (1995) (3) | 2007/06/20 |
| 다이어리 - 妄想 (2006) (2) | 2007/06/19 |
| 검은 집 (2007) (4) | 2007/06/15 |
| 검은 집 (2007) (18) | 2007/06/15 |
| 오션스 13 - Ocean's Thirteen (2007) (4) | 2007/06/12 |
| 위험한 게임 - The Most Dangerous Game (1932) (5) | 2007/06/05 |
| 리턴 - The Return (2006) (6) | 2007/06/05 |
| 마왕 (2007) (6) | 2007/05/27 |
| 데스 워터 - 水靈 ミズチ (2006) (0) | 2007/05/24 |
|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
|
|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
|
트랙백 주소 :: http://extmovie.com/trackback/2749
-
Subject: 검은집 (2007)
Tracked from Horror Paper...... 2007/06/28 19:34 삭제1. 제4회 일본호러소설 대상이라는 화려한 수식과 그에 걸맞는 재미를 제공하며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기시 유스케의 '검은집'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일본에서는 이미 99년도에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에 의해서 영화화된 바 있지만, 원작이 가지고 있던 공포와 긴장감 보다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어조로 변형되어 있어서 원작 팬들에게는 무한 실망을 안겨주었다. 신태라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검은집은 보다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고 하여 많은 기대감을 안겨..


댓글을 달아 주세요
아, 기대 많이 했는데 아쉽습니다.ㅜㅜ
보시는 분에 따라서 또 다를 수도 있으니 너무 실망은 하지 마세요 ^^;
영화를 보고 싶어서 차마 글을 못읽고 댓글만 남기네요 ㅠ.ㅠ;;;
검은집 기대했는데 OTL;;
기대를 안하고 보시는게 제일 좋겠네요. 암튼.. 가장 긴장감이 넘쳐야 되는 장면에서 실소를 자아내는건 -_-;
뭐 그래도 이정도 평이면 요 몇년동안 나왔던 영화들의 평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솔직히 거울속으로의 김성호 감독이 계속 붙잡아서 했다면 저정도도 못 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흠...평들이 상당히 안좋네요...그래도 극장에 가서는 보겠지만...마음이 안좋군여...-_-
앞으로도 이러면 안되는데...-_-;;;
흐.. 기대 안하시고 보시는게 좋겠습니다 ^^;
저도 댓글만 보고 쓰고 있는 중인.....ㅋ
검은집~~ 그래도 볼만한 것 같은뎅....
소설 안보셨으면... 내용 보는 재미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문제가 많은 영화입니다 -_-
2년전 원작소설을 정말 재밌게 봤고, 기억에 남는 소설이였는데... 영화로 만들어진다길래 오늘까지만해도 개봉일만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몇몇 후기를 보니 영화를 보는것보다 원작소설을 사서 다시 읽고, 소장하는게 좋을것 같네요...
소설은 정말 무서워죠 T_T 저도 제가 본 공포 소설중에서 최고였습니다..
후 검은 집 특집이네요...원작소설을 읽어봐야겠어요..
영화 보지 마시고 일단 소설부터 읽어보세요... 그래야.. 참 맛을... ㅎㅎ
원작소설이 신지의 주관적인 시점으로 진행이 되어 공포감을 스크린으로 옮겨내는 것이 어려울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흐름이 너무 끊어져서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유선은 의외로 잘 어울려서 그런데로 발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너무 실망스러운 구석이 많았어요. ㅜㅡ
흐... 원작이 워낙 좋은 작품이어서 큰 기대는 안했지만.. 이 영화는 라스트가 정말 웃음이 나오는.. 덜덜 떠는 황정민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운 T_T
원작에 비해 아쉬웠던점, 영화 보는내내 정말 많이 공감했습니다.
그렇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안드는 영화~하지만 못만들지도 않은 영화~
솔직히 초반에 범인이 누군지뻔히 보이고...
특히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이해가 안갔다. 배때지가 터졌는데 어떻게 저렇게 힘만 팍팍 잘주냐...말도안돼...
전 원작을 보지 않고 봤는데....참....재미없었습니다.
전체적인내용흐름이 제대로 연결되지도 않고...심리전은 일찌감치끝나고
후반부는 무섭다기보단 거의 주인공의 상처를 후비고 쑤시고 벌려대서..
징그러워서 못봣어요. -_-;;;;
황정민의 그 바보같은 역활은 더짜증만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