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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활기찬 청춘의 여름

언제나 지각 일보직전이고, 시험지를 앞에 두고 잠들어버리기도 하는 평범한 여고생 마코토에게 평범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난다. 자신에게 시간을 거스르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왜, 어떻게 가능한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튼 그렇게 됐다. 마코토는 평범한 여고생답게,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동생이 먹어버린 푸딩을 미리 먹어버리거나, 친구가 사랑고백을 하는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려는 정도로 능력을 써먹는다. 고스케를 짝사랑하는 후배 여고생의 바람을 들어주는 정도로.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원하는 대로만 풀리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고민이나 책임도 없이, 그저 시간을 뛰어 넘으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상을 바꿔보려는 마코토에게 커다란 재난이 닥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마코토에게 닥친 재난이 아니라, 마코토의 주변 사람들에게 닥친 재난이다. 마코토는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고난을 피하려는 정도로만 생각하며 시간을 달렸지만, 그 결과는 마코토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비 효과>에서 미래를 바꾸려는 시도가 결국은 더욱 끔찍한 상황을 불러온 것처럼, 아주 작은 뒤틀림 하나도 결국은 커다란 사건을 불러오고야 만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일본의 SF 작가인 츠츠이 야스타카의 유명한 소설이다. 1967년에 나온 소설이니 이미 40년이나 지난 작품이다. 83년에 아이돌 스타 하라다 토모요를 기용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나왔고 그밖에도 드라마, 게임, 만화 등 수없이 각색되며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작품이 되었다. 이번에 나온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제목이 같지만 원작과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사실은 속편이라고 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우연히 타임 리프 능력을 갖게 된 여고생이란 설정은 똑같지만, 마코토는 원작의 주인공인 요시야마 카즈코의 조카다. 원작에서 카즈코는 17살의 여고생이었고 조카도 없었으니 마코토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창조한 인물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마코토는 틈틈이 박물관에서 일하는 카즈코에게 가서 고민을 털어놓거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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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소설의 주인공 카즈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마코토가 타임 리프에 대해 털어놓았을 때에도 카즈코는 자신의 경험이나 타임 리프의 문제점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아마 카즈코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카즈코가 이야기를 해 주어도, 충고를 해 주어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직접 경험을 하고, 고통을 느껴 보아야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행동이 어떤 미래의 결과를 가져오는지 느껴야만, 책임감을 알 수 있다는 것을. 호소다 마모루는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감독이 아니다. 그저 마코토와 친구들의 행동이나 상황들 사이에 은은하게 분위기를 깔아놓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는 즐거움은 느긋하게, 고교생의 활기차면서도 한가로운 ‘여름’을 보는 것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고등학생들의 여름’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여름이란, 아주 밝고 활기찬 이미지다. 청춘의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긍정과 낭만으로만 이루어진 여름은 아니다. 너무나도 찬란한 여름이기에, 또한 슬픔이 담겨 있다. 지금 마코토는 친구인 치아키, 고스케와 함께 인생의 여름,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그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타임 리프를 해서 돌아간다고 한들, 그 시간이 진정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한 번 지나간 것은 되돌린다 해도, 수정되거나 완벽해질 수 없다. 다만 이 세계라는 것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여전히 여름을 즐기고 있기에 의미가 있다. 나에게서 누군가에게 이어지는 것. 인간이라는 거대한 존재는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으면서, 언제나 찬란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주어진 여름은, 가능한 최대한으로 만끽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Posted by makeneko

익스트림무비 추천 도서

세 번의 영화, 다섯 번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흥행을 올린 일본 추리소설 사상 불후의 걸작.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대활약을 그린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은 막대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의 음모를 박진감 넘치게 그린 작품으로, 추리 소설 팬이라면 필견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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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Time waits for no one (시간을 달리는 소녀, 2006)

    Tracked from sentimentalist - another side 2007/06/12 13:13  삭제

  2. Subject: 시간을 달리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2006)

    Tracked from Tacet RiFF..Taciturnity 2007/06/12 15:25  삭제

    시간을 달리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2006) 꿈을 꾼다. 지나쳐버린 시간 속에서 언제나 그렇듯 꿈을 꾼다. 그게 현실이다. 내가 사는 현실은 언제나 과거는 꿈이 되고 만다. 내가 내딪는 한 걸음이 이제 그 짧은 시간에 고개를 돌려야만 볼 수 있는 과거가 되고만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딱 한번의 기회를 준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아니.. 언제가 아니라 정말 돌아가고 싶은가..

  3. Subject: 時をかける少女

    Tracked from M스런세상 2007/06/12 15:49  삭제

    최근 가장 괜찮을 꺼라 생각했던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예상대로 최고였습니다. 지금까지 본 애니메이션 전체를 생각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 갈 듯합니다. 보는 동안 기분은..??. 중반까지는 피식 피식 웃으면서 봤고,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머리를 망치로 한 방 맞은 듯 머리 속이 하얀 상태로 봤습니다. 상당히 괜찮은 스토리. 깔끔한 전개, 연출… 화려함은 없지만 노련함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스토리는 마치 나비효과와 비슷한 느낌, 하지만 그로테스크한..

  4. Subject: 시간을 건너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Tracked from EVELINA's 귀찮은 세상 2007/06/22 23:54  삭제

    시간을 건너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Time waits for no one. 살아가면서 그때 그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순간 있었더라면, 없었더라면... 한 순간 순간이 이루어져 우리는 하나의 삶을 만들어 가는데 그 소중함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아마 저 칠판 아래 그 말은 치아키가 써놓을 터이지? ) /Time waits for no one 굉장히 수수하고 어쩌면 많은 영화에서 써먹을 수도 있는 소재이겠지만, 왠지 수수한 주인공의 마음이나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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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래 극장판 애니메이션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건 친구가 추천하길래 봤거든요
    상당히 재밌더군요

  2. 영화를 보는 내내, `참 여름 답다, 어떻게 이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는 글귀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인생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

    그러고 보니.. 이모도 타임리프를 해본 것일까요?
    웹서핑중에 봤던 소설책 표지 이미지가 영화속에 이모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클로즈업때 보이던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아요...

    오 .. 마이 갓.!

    • 예, 그 이모가 타임리프의 원조라고 하더군요.
      원작 소설과 80년대 영화로 나온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았다나..^^

  3. 저도 조만간 보러 갈 예정인데..
    이거 희안한 이벤트를 하고 있더라구요.
    불법 다운로드로 미리 보셨던 분들께는 1000원에 티켓을 주고있는;;

    • 허어.. 그런 이벤트를.. 놀랄만한 이벤트인거 같습니다. 대신 자수를 해야만 되는군요 ^^;

      암튼.. 이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T_T

    • 오죽 불법다운 문제가 심각했으면
      영화사 측에서 저럴까 생각 들더군요.
      일본에서 울나라 개봉 전에 DVD 출시되는 것보고
      '저걸로 온라인에 다 퍼질텐데 개봉하긴 글러먹었군...'
      생각했는데.. 어찌보면 개봉해주는 것만도
      참 고마운 일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4. 정말 재미나게 봤었던 영화였어요^- ^ 인터넷에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이번에 개봉하면 다시 한번 보러 갈려구요^- ^
    여기 글을 보니까 그냥 아무생각없이 영화봤었는데 모르던 정보들이 있군요^- ^
    잘 읽고 글 엮어 가용~ ^- ^*

  5. 허접한 글이지만 트랙백 걸었습니다.
    전 진짜 힘들게 봐서.....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한 애니로 남을 듯합니다.
    한국에 돌아갈 때 쯤 개봉 하길 바랬는데... 맘대로 안되는군요...
    DVD 출시되면 그거나 사야겠습니다.

  6. 슬픈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7. 정말 인생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이란 말이 참 찡한 것 같아요!

  8. 영화를 보고 이모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없어서 아쉬웠어요.
    이모가 복원하는 그림이나 치아키가 보고싶어한 그림 이야기도요.

    원작소설이 이모의 이야기였군요.
    저는 원작과 애니메이션이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원작 당장 읽어봐야겠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