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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구치 지로의 <개를 기르다>에는 다섯 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개를 기르다, 그리고...고양이를 기르다, 마당의 풍경, 세 사람이 보낸 날들, 약속의 땅. 앞의 세 단편은 애완동물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일상을 그리고 있다. 열네 살이 된 애완견 탐이 점점 쇠약해지면서 죽어가는 과정을 그린 <개를 기르다>, 탐이 죽고 1년 후 주인에게서 버려진 고양이 보로를 떠맡게 되어 다시 애완동물을 기르게 되는 <그리고...고양이를 기르다>, 보로가 낳은 새끼들과 함께 하는 나날을 그린 <마당의 풍경>. <세 사람이 보낸 날들>은 여름 방학을 맞아 친척 아이인 아키코가 잠깐 들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약속의 땅>은, 안나푸르나 봉을 오르는 남자의 이야기로 전체 구성에서 약간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하다.

다니구치 지로는 15년간 기르던 개가 죽은 후, 그 일을 꼭 만화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강아지일 때부터 시작하여 개와 함께 하는 생활을 그린 장편을. 하지만 잡지에서는 단편을 원했고, <개를 기르다>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열네 살이 된 탐은 더 이상 뛰지 못하고 걸음걸이조차 위태위태해진다. 점점 쇠약해지면서 다리를 끌어 발톱이 갈라지고, 누운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지 못해 용변을 봐버리고 만다. 부부는 극진하게 탐을 보살핀다. 하지만 밤이 되면 낑낑거리고 산책을 시키려 해도 개의 체중을 모두 손으로 지탱해가며 해야만 하기 때문에 너무 힘이 든다. 아니 가장 힘든 것은 바로 개 자신일 것이다. 경련을 하고 링거를 맞으면서도 개는 아직 살아 있다. 그걸 지켜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살려고 하는 거지? 왜 이토록 힘들게 하는 거지? 탐.’이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다.

왜 살려고 하는 것일까. 다니구치 지로는 자기 자신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무엇이든 동등함을 깨닫는다. ‘사람의 죽음도 개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죽음이란,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누구나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생명에게 살아야 한다는 욕구는 절대적인 것이고, 생명을 위한 투쟁은 언제나 감동을 줄 수밖에 없다.

91년에 발표된 <개를 기르다>는 당시의 일본만이 아니라 현재의 한국에서도 꼭 필요한 이야기다. 당시의 일본처럼, 지금의 한국은 애완동물 산업이 확장일로에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원하고 그들로부터 위안을 얻는 것만큼 그들의 죽음을 맞이할 준비도 되어 있는 것일까? 애완동물이 주는 이익과 함께 그들이 주는 불편함과 고통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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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기르다>를 보면서, 차라리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느 것이 더 옳은 것인지, 혹은 나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죽음이란 삶 이상으로 절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죽음이란 사실 자체가 나무나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기르던 개 한 마리를 잃은 것뿐인데...그 상실감이 이렇게 클 줄은 미처 몰랐다.’ 무엇을 택하든 상실감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죽음이란 한편으로는 자연의 섭리다. 모든 생명체는 죽어가고, 부활한다. 다시 애완동물을 키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부는, 페르시아 고양이 한 마리를 들이게 된다. 누구나 새끼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미 어른이 된 고양이는 키우려 하지 않는다. 떠맡다시피 들이게 되었지만, 부부는 다시 고양이 보로에게 정을 주게 된다. 그리고 임신해 있던 고양이는 새끼를 낳는다. 이 세상에서는 항상 누군가 죽어가고, 또 누군가는 태어나는 것이다. 부부는 태어난 고양이 새끼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보로를 보면서 생각을 하게 된다. 모정이란 것에 대해서. 애완동물이란 것은, 단지 인간의 오락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애완동물은 오히려 인간에게 깨달음을 안겨준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란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동물의 세계가 얼마나 광대하고 심오한 것인지 알려준다.

그것은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혼자 살던 엄마가 재혼을 하겠다고 하자, 친척 아이인 아키코가 문득 이모를 찾아온다. 기분전환일 수도 있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야구 경기를 보러 간다든가 어울려 왁자지껄하게 저녁식사를 한다든가 등 아주 작은 일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키코는 배우게 된다. 인간이란 서로 의지하고 감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란 것을. 아니 인간이건 동물이건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다 마찬가지라는 것을. <세 사람이 보낸 날들>에서 애완동물들은 그저 배경으로 나오지만, 앞의 세 단편과 함께 읽히는 것은 그런 이유다. 동물이건 사람이건 살아가는 것은 다르지 않다. 얼마나 자신에게 절실한 것인지, 얼마나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지에 따라 일상의 공기가 바뀌게 된다.

<약속의 땅>에서 안나푸르나 봉에 올랐다가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오카는 산을 포기하고 가족을 꾸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는 다시 산에 오른다. 그가 깨닫는 것 역시 하나다. ‘산에 오를 때는 내가 그 산을 사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살아 돌아가기 위해서는 산이 나를 사랑해주어야 한다.’ 모든 것은, 돌고 도는 것이다. 자연의 섭리가 그렇듯이. 단편집 <개를 기르다>는 차분한 평상의 어투로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우리의 삶과 죽음이 얼마나 소중하며, 어떻게 삶을 영위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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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ke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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